책의 홍수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핵심 독자’를 공략하는 것이다.
책의 홍수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핵심 독자’를 공략하는 것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에서 손꼽는 부자들은 모두 성공의 원동력을 독서로 꼽았다. 페이스북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2주에 최소 1권의 책을 읽고,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하루에 2권씩 책을 읽고 자랐다고 밝혔다. 미국 프로농구(NBA) 농구단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반은 매일 3시간 이상씩 책을 읽는다고 한다. 거대 기업과 구단을 움직이는 만큼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들이지만, 책 읽는 시간은 꼭 비워두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세운 빌 게이츠는 ‘독서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빌 게이츠는 연간 50권 이상 책을 읽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이후 매년 10~20권씩 ‘올해의 책’ ‘여름 휴가에서 읽은 책’을 선정한다. 단순히 책 제목만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왜 추천하는지, 진지한 서평도 함께 곁들인다. 빌 게이츠는 “나를 키운 건 동네 도서관이었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이 출판 시장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은 통설이다. 사람들이 온라인에 넘쳐나는 짧은 글과 영상 등에 빠져,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 책은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한국만 봐도 이는 맞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발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의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한 연간 독서량은 2017년 기준 9.4권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쿼츠’에 따르면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독서로 전환하면 연간 2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출판 시장은 기술의 역습에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았다. 2005년부터 2017년까지 12년간 미국 프린스턴대 출판부의 편집장을 역임했고, 현재 펜실베이니아대 선임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인 피터 더거티는 “인터넷이 의심스러운 정보의 바다인 반면, 양질의 책들은 모든 거짓과 사기성 정보에 맞설 수 있다”며 “게다가 전자책, 오디오북 등 기술 발전으로 출판 시장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다만 매일 생산되는 셀 수 없이 많은 책 중에서 독자의 선택을 받고 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책은 따로 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데이비드 흄의 ‘인성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등이 대표적이다. 더거티는 책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비결로 ‘핵심 독자 공략’을 꼽았다.

더거티는 “장래의 작가들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책은 핵심 독자들 사이에서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광범위한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한 책은 결과적으로 판매 효과가 떨어지는 반면, 지식이 풍부한 독자층을 정확히 집어내고 이들과 소통하는 작가는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더거티는 “마이클 포터의 ‘경쟁 전략’이 어떻게 전 세계 리더의 비즈니스 접근 방식을 변화시켰는지, 리처드 테일러의 ‘넛지’가 어떻게 정책 입안자들의 공공정책 구성에 대한 생각을 바꿨는지 생각해 보라”며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전 세계 사상가들의 불평등에 대한 토론을 활성화시켰다”고 말했다.

책을 읽는 사람만 계속 읽는 ‘독서 양극화’ 현상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더거티의 ‘핵심 독자 공략’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국만 봐도 전체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감소 추세지만, 책을 읽는 성인만 놓고 분석했을 때 이들의 독서량은 2017년 기준 15권으로 전체 평균(9.4권)보다 6권가량 많은 데다 2년 전인 2015년(14.6권)보다 늘었다.


다양한 미디어 이용해 핵심독자 공략

핵심 독자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책은 ‘더 큰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경제학 분야 도서가 대표적이다. 조셉 스티글리츠의 ‘세계화와 그 불만’,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 로버트 쉴러의 ‘비이성적 과열’ 등 경제학 분야 도서들은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출판 시장의 황금기를 경험했다. 전문용어투성이에 딱딱한 내용의 경제학책이 일반 대중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경제학 핵심 독자가 책을 알리기 위해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더거티는 “폴 크루그먼이 뉴욕타임스 서평에서 로버트 고든의 ‘미국 성장의 흥망성쇠’를 다룬 것처럼, 경제학자들과 경제 기자들은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책의 노출 빈도를 높일 수 있다”며 “경제학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도서에서도 핵심 독자층은 성공적인 책을 육성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 도서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이, 더거티는 성공을 위한 두 번째 조건으로 책의 노출 전략을 꼽았다. 그리고 이 전략은 작가가 아닌 ‘출판사’의 몫이다. 더거티에 따르면, 인터넷 혁명 이후 출판사들은 다양한 유형의 미디어를 이용해 전 세계 핵심 독자를 공략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예를 들어, 서점에서 팔리지 않을 것 같은 19세기 철도의 역사를 다루는 연구 서적도 온라인 기사, 블로그, 팟캐스트 등 크고 작은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철도 역사가와 같은 핵심 독자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며 “이전엔 핵심 독자들이 책을 향해 다가왔다면, 지금은 출판사가 인터넷을 통해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 역시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출판사를 선정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 더거티는 지인 소개 등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서평’을 꾸준히 읽으며 적절한 출판사를 고를 것을 권했다. 그는 “주요 서평은 물론 출판사의 광고, 작가 인터뷰까지 꼼꼼히 읽어야 한다”며 “그러다 보면 작가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최고의 출판사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출판 시장 블루칩 전자책 ‘시들’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 사진 아마존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 사진 아마존

2007년 아마존이 전자책 ‘킨들’을 내놓자 출판사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MP3 등 디지털 기술이 음반 업계의 판도를 바꿔놨던 것처럼, 전자책 역시 출판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리고 이 우려는 들어맞는 듯했다. 기존 종이책 판매량은 크게 줄어든 반면, 전자책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자책이 떠오르자 출판사 없이 작가 혼자서 ‘셀프 출판’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러나 종이책은 전자책을 밟고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2016년 미국과 영국의 전자책 판매량은 각각 18.7%, 16% 줄어든 반면, 종이책 판매량은 각각 7.5%, 5% 늘어난 것이다. ‘독서의 나라’ 프랑스의 경우엔 전자책 점유율이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전자책 약세의 원인으로 ‘피로감’을 지적했다. 오랜 시간 전자책을 보면서 시각적 피로감을 느낀 독자들이 눈 건강을 위해 피로감을 줄일 수 있는 종이책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소리 내서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의 약진 역시 전자책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출판협회(AAP)에 따르면, 2017년 한 해에만 다운로드형 오디오북 시장은 28.8% 성장했고, 미국 출판사의 온라인 매출 중 오디오북 점유율은 10.5%로 늘었다. 전자책 점유율은 27%였다. 이외에도 영국에선 오디오북 매출이 16% 올랐고, 판매 부수도 18% 늘었다. 전자책을 기피했던 프랑스에서도 오디오북 판매 부수가 85%나 증가했다.

이윤정 조선비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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