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의 어느 날, 프랑스 파리 카퓌신 대로에 있는 그랑 카페 지하 방은 가득 모인 사람으로 붐볐다. 이들은 모두 어둠 속에 앉아 열 편의 짧은 영상기록물을 보기 위해 돈을 지불했다. 각 기록물은 40초 남짓한 길이였다. 주제는 ‘담요 위에 뛰어내리기’ ‘아기의 식사’ ‘바다에서 수영하기’ 등으로 모두 일상생활을 담았다. 상영회를 연 것은 리옹의 한 사진사 겸 초상화가의 아들인 30대 초반의 형제 오귀스트와 루이 뤼미에르였다. 이날이 바로 ‘기적 같은 찰나’의 예술 영화의 생일이다.

설 연휴(2월 3~6일)를 앞두고 영화를 주제로 한 ‘이코노미조선’의 기획은 섭외 단계부터 흥미로웠다. 세계적인 경제석학 앨런 크루거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에게 ‘툭’ 던져본 질문이 의미를 만들었다. 크루거 교수는 노동 문제를 다룬 1979년 영화 ‘노마 레이’를 보고 노동경제학에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박병원 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은 대영제국을 만든 리더십의 진수를 보여준 ‘마스터 앤드 커맨더(2003)’를 소개했다.

총 10인의 최고경영자(CEO)와 경제학자가 꼽은 명작 영화 10선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경영자를 중심으로 한 조사이기 때문에 리더십의 중요성을 다룬 영화가 가장 많이 꼽혔다.

영화 추천에는 앨런 크루거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리처드 레빅 레빅전략커뮤니케이션 회장, 헤르만 지몬 지몬-쿠허&파트너스 회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전 국무총리실장),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박병원 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전 차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키워드 1│리더십의 중요성 보여주는 ‘마스터 앤드 커맨더’ ‘보헤미안 랩소디’ ‘명량’ ‘위 워 솔저스’ ‘다키스트 아워’

‘마스터 앤드 커맨더’ ‘보헤미안 랩소디’ ‘명량’ ‘위 워 솔저스’ ‘다키스트 아워’ 등 리더십을 주제로 한 영화가 다섯 편으로 가장 많았다. 때로는 대를 위해 소를 포기해야만 하는 경영자들의 고뇌가 엿보였다. 박병원 명예회장은 “‘마스터 앤드 커맨더’를 통해 대영제국을 이룬 근본이 강력한 리더십에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전광우 이사장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과감한 도전과 창조적 리더십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키워드 2│비판정신 담은 ‘이유 없는 반항’ ‘노마 레이’ ‘콰이강의 다리’

비판정신을 주제로 한 영화도 세 편이 선정됐다. 비판정신은 과감한 혁신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방황하는 젊은 군상을 그린 ‘이유 없는 반항’이 대표적이다. 또 ‘노마 레이’는 여성 노동자의 고뇌를, ‘콰이강의 다리’는 완강한 원칙주의자가 전쟁 중 신념을 지키다가 결국 아군에 해를 끼치는 비극을 보여준다.


키워드 3│긍정의 힘, ‘죽은 시인의 사회’ ‘인생은 아름다워’

마지막으로 ‘현재를 즐겨라’는 의미의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유행시킨 ‘죽은 시인의 사회’는 비극적인 교육 제도하에서도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긍정의 힘을 보여준다. 많은 경영자들이 “현재에 집중하고, 매사에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인공 귀도가 관객을 웃기다가 울린 ‘인생은 아름다워’도 긍정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명작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화 배경에서 침략자인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유대인 집단에 대한 증오와 미움을 통해 권력을 강화하고 학살을 저질렀다”며 “그런 이슈는 경제가 어려울 때, 경제 정책으로 어떻게 어려움을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만든다”고 했다.

모든 영화는 찰나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이 기록은 인간에게 기억되고, 때로는 인생을 바꾼다. ‘이코노미조선’ 독자 여러분들 모두 좋은 영화와 함께 기억에 남을 만한 연휴를 보내기를 바란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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