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영국에서 있었던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반대 시위. 시위 참가자가 ‘긱 이코노미 반대’라고 쓴 검은색 판넬을 들고 서있다. 사진 블룸버그
지난해 10월 영국에서 있었던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반대 시위. 시위 참가자가 ‘긱 이코노미 반대’라고 쓴 검은색 판넬을 들고 서있다. 사진 블룸버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월 1일부터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와 ‘캐비파이’가 영업을 멈췄다. 현지 택시 업체들의 극심한 반발 탓이었다. 택시 기사들은 지난해 8월부터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한 차로를 전부 막아버리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승차 공유 서비스가 택시 기사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두려움 탓이었다. 결국 스페인 정부는 이들의 손을 들어줘, 올해 1월 승차 공유 서비스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승차 공유 서비스에 대한 반대가 거세다. 2월 10일 서울개인택시조합 강남지부 김모(62) 대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분신 자살을 시도했다. 카카오가 시작하려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의 출범에 대한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서다. 그는 분신 전 작성한 유서에서 “모든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내 시신을 카카오 본사 앞에 안치해 달라”고 썼으나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서비스를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붙고 있다. 긱 이코노미는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연주자를 즉석에서 섭외해 공연하는 ‘긱(Gig·임시로 하는 일)’이라는 단어에 ‘이코노미(economy·경제)’를 결합한 신조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노동자가 그때그때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고 일하는 경제 활동 방식이다. 우버나 카카오 카풀 등의 서비스처럼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주는 중개회사들은 ‘긱 이코노미 플랫폼’으로 분류된다.

긱 이코노미는 기업에서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월 급여를 주는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건당 계약으로 인력을 활용하는 고용 형태를 취한다. 일종의 프리랜서들인 셈이다.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프리랜서들 가운데는 직장을 다니면서 돈을 더 벌기 위해 ‘긱 워커(gig worker·비정규직 형태로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


긱 이코노미, 개도국에서 큰 영향

긱 이코노미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혁신’과 ‘밥그릇 빼앗기’ 두가지로 나뉜다. 혁신으로 긱 이코노미를 바라보는 쪽은 긱 이코노미가 만들어 낼 ‘전에 없던 기회’를 조명하지만, 밥그릇 빼앗기라고 평가하는 쪽은 ‘기존 근로자들을 죽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즉, 긱 이코노미가 고용 창출 효과를 내기보다는, 필요할 때만 사람을 쓰는 것으로 고용 문화를 바꾸면서 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긱 이코노미로 창출되는 고용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국에서는 긱 워커의 숫자가 전체 노동자 중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도 안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통계청 역할을 하는 정부 기관인 노동통계국(BLS)이 지난 2017년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긱 워커로 일하는 사람의 숫자는 161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제로 전 세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부정적인 평가는 긱 이코노미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로운 프리랜서들:긱 이코노미에서 재능 활용하기’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전 세계 11개국의 근로자 중 긱 워커로 일해본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BCG는 2018년 5월부터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등의 정규직 근로자를 비롯한 시간제 근로자, 계약직 근로자 등 다양한 근로 형태의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들이 긱 이코노미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BCG에 따르면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통한 근로를 부업이 아닌 ‘본업(primary source of work)’으로 삼는 사람들의 비중은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1~4%에 불과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이 비중이 훨씬 높았다. 특히 중국은 응답자의 12%가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통한 수익이 자신의 주요 소득원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통해 부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중을 더하면 긱 이코노미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두배, 세배로 늘어난다. ‘부업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기존 직업을 유지하면서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통해 추가 수입을 벌고 있있다는 의미다.

BCG에 따르면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통해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미국(10%), 독일(6%), 영국(7%) 등 선진국에서는 3~10% 수준으로 집계됐다. 긱 이코노미 플랫폼이 자신의 주 수입원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2~3배 수준이었던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통해 부업을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훨씬 높아진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각각 응답자의 33%, 31%가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통해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에서 주 수입이든 부 수입이든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를 모두 합치면 55%에 달한다. 이는 일각에서 나오는 ‘긱 이코노미가 갖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주장을 전면 반박하는 것이다.


2월 11일 서울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택시업계 비대위 카풀 저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카풀 앱 불법영업 OUT’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월 11일 서울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택시업계 비대위 카풀 저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카풀 앱 불법영업 OUT’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값싼 인력’에서 ‘숙련 인력’ 시장으로

BCG는 긱 이코노미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노동력이 기존의 승차 공유 서비스의 운전, 배달 등 단순 업무를 넘어 숙련된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인력 고용 방식에서 점차 프리랜서 계약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했다. 저임금, 저학력 프리랜서뿐 아니라 고학력에 전문성을 보유한 ‘뉴 프리랜서’들이 이미 시장에서 자신들의 노동력을 거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BCG에 따르면 건설·부동산, 교육, 금융·보험, 제조업, 소프트웨어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뉴 프리랜서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다. 특히 미디어, 통신, 데이터 처리 등 ‘정보’ 관련 산업 종사자 가운데 9%가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었고, 24%는 부수입을 올려 총 33%가 긱 이코노미 플랫폼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거래하고 있었다.

긱 이코노미 플랫폼 가운데 전 세계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플랫폼은 ‘업워크’다. 1200만명의 프리랜서가 등록돼 있고, 기업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프리랜서 인력을 구한다. 현재 업워크에 등재된 기술의 종류는 3500개가 넘는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업워크와 같은 긱 이코노미 플랫폼이 유럽연합(EU)의 고용 규모를 2025년까지 2.5% 증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다. 16만명의 프리랜서가 활동 중인 긱 이코노미 플랫폼 ‘크몽’이다. ‘당장 필요한 숙련된 전문가’를 찾으려는 수요와 전문 기술을 갖춘 프리랜서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챙긴다. 크몽을 통해 거래 가능한 서비스는 디자인, 마케팅, 컴퓨터 프로그래밍, 번역, 문서작성, 레슨 등 10개 종류다. ‘우버’나 ‘쿠팡 플렉스’에서 필요로 하는 자동차 운전, 배달 등의 이른바 ‘단순 노동’은 크몽의 주요 거래 대상 서비스가 아니다. 박현호 크몽 대표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주로 바로 필요한 인력 수급에 활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크몽에서 발생한 누적 거래액은 691억원에 달한다. 크몽이 2019년 3월 현재까지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은 300억원이다. BCG는 보고서에서 “기업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전문 인력을 구하는 통로로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긱 이코노미에는 명암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때그때 한시적인 프로젝트를 위해 전문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지만, 결국엔 해고가 자유로워지는 셈이다. 기업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인력에 대한 고용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 게다가 정규직에 제공해야 하는 보험 등 복리후생을 따질 필요가 사라진다. 프리랜서는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긱 이코노미 시대에 근로자가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율성’에 손 들어준 프리랜서들

하지만 BCG의 설문 결과, 많은 프리랜서들은 정규직으로 근로하는 것보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은 선택지가 없어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이 아닌, 프리랜서로 일할 때의 장점을 봤다는 것이다. 정규직으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자율성이 주어지고, 자유롭게 개인적인 용무를 볼 수 있는 유연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여성이나 소수자들처럼 고용 기회가 아예 없거나 몹시 적은 집단이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이들이 꼭 ‘용돈 벌이’ 차원에서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플랫폼을 자신의 주 수입원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크몽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프리랜서는 보컬 트레이너였다. 그는 60분에 5만~6만원(프로그램에 따라 가격은 다름)을 받고 수강생들에게 노래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

크몽에 따르면 그가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은 약 1억원 남짓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연예기획사 등 다른 곳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로 알려져 있다. 크몽 관계자는 “그의 주 수입원은 크몽을 통해 버는 돈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긱 워커’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기업의 자세

미래에는 능력있는 긱 워커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주요한 인력 관리 비법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긱 워커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기존의 정규직 근로자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프리랜서 시대 기업의 적응법’이란 제목으로 6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우선, 기업은 긱 이코노미와 노동력 공유 플랫폼이 회사의 고용 유연성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쉽게 찾기 어려운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구해야 할 때, 또는 변화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응대해야 할 때 이런 플랫폼은 유용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조직에 부족한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회사가 자신들이 현재 보유한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기본 데이터를 쌓아두지 않고 있다. 나아가 조직에 장래에 필요할 법한 기술이 무엇인지 예측하는 기능도 회사 내에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기술이 회사에 부족한지 알아둬야 그에 알맞은 숙련된 긱 워커를 적시에 고용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은 긱 워커를 고용하는 방법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노동력 공유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그 회사만의 긱 워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법이 있다. 플랫폼을 활용하면 흔치 않은 기술을 가진 긱 워커를 찾기 좋다. 반대로 회사의 고유 네트워크는 숙련된 노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유리하다. 글로벌 전자제품 제조사 ‘필립스’는 이를 위해 ‘필립스 탈렌트 풀’이라는 고유한 프리랜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프리랜서가 조직에 융합될 수 있는 업무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많은 정규직 근로자들이 “프리랜서가 했던 일은 내가 다시 해야 했다”면서 불만을 제기한다. 프리랜서의 역량과 이들이 완성한 업무의 결과가 들쑥날쑥이기 때문이다. 회사 차원에서 프리랜서가 해야할 역할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회사에 속한 정규 직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민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