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세기의 커플이 결혼 발표를 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스타인 두 사람의 결합이어서 전 세계 사람의 이목이 집중됐다. 두 사람은 동반자가 돼 불확실한 미래를 함께 대비하기로 했다는 결혼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번 결혼은 세계적인 스타 A씨가 결혼 상대인 B씨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위 이야기는 지난해 도요타자동차(A씨)와 소프트뱅크(B씨)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발표한 것을 결혼에 비유한 것이다. 도요타와 소프트뱅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사업을 함께하는 합작회사 ‘모네 테크놀로지(이하 모네)’를 세우기로 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리딩 컴퍼니’들의 결합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도요타는 일본 제조업에서 압도적 1위이며, 소프트뱅크는 통신업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다. 콧대 높은 자동차 명가 도요타가 통신사 소프트뱅크에 먼저 제휴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져 놀라움이 더욱 컸다.

도요타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지금처럼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당장은 도요타가 1위 자동차 회사일지라도, 그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우버, 그랩 등 차량 공유 업체를 필두로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닌 ‘대여’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점차 전환되고 있다. 게다가 자율주행시대가 되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IT 회사가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도 크다. 이런 이유로 도요타는 AI나 차량 공유 관련 회사들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왔던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지금은 혼다자동차와 히노자동차도 모네에 총 2억4995만엔(약 25억7700만원)을 출자해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도요타와 소프트뱅크의 사례처럼,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묘책 중 하나로 전략적 제휴를 선택한다. 전략적 제휴를 하면 기업은 다른 회사의 자원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거나 고객군을 확대할 때도 모든 자원과 기술, 인력을 구비하고 시작할 필요가 없다. 결혼한 부부가 배우자와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하면서 배우자의 친구를 소개받기도 하고, 아이를 낳기도 하면서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여는 것과 비슷하다.

여러 방면에서 기업 간 전략적 제휴는 결혼과 비슷한 요소를 갖고 있다. 최적의 파트너를 물색하고, 함께하고 싶은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며, 함께하기로 한 이후에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결혼 생활과 비슷하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 밴티지파트너스(Vantage Partners)에 따르면 기업 간 전략적 제휴 중 70%가 실패한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결혼했던 부부도 끊임없이 다투다 이혼으로 관계를 끝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처럼, 전략적 제휴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파트너십을 종료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글로벌 사무 가구 회사 ‘스틸케이스(Steel-case)’의 폴 샌더스(Paul Sanders) 비즈니스 혁신 담당 디렉터는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에 기고한 글을 통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조언을 기업 간 전략적 제휴에 적용하면 성공적인 결과를 낼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 간 전략적 제휴가 체결되는 과정을 결혼 과정에 빗대며 “시기별로 맞춤 전략을 구사해야 성공적인 제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봤다. △결혼 전 △신혼 △부부 생활 등 결혼 생활을 위해 거치는 시기별로 기업 간 전략적 제휴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들을 소개한다.


도요타와 소프트뱅크의 합작회사 모네가 3월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공개한 콘셉트 카. 사진 블룸버그
도요타와 소프트뱅크의 합작회사 모네가 3월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공개한 콘셉트 카. 사진 블룸버그

시기 1│결혼 전
차선책 NO, 최고의 파트너를 고르자

샌더스 디렉터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달성해줄 수 있는 최고의 협력 파트너를 골라 그와의 관계를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일단 최적의 파트너를 찾았다면, 다른 차선책을 생각지 말고 직진해 전략적 제휴를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샌더스 디렉터가 속한 스틸케이스는 최근 덴마크의 맞춤형 디자인 가구 회사 ‘볼리아닷컴(Bolia.com)’과 전략적 제휴 계약을 맺었다. 볼리아닷컴은 흔히 ‘북유럽 스타일’로 불리는 무채색의 깔끔한 가구를 판매한다. 이 제휴 덕에 스틸케이스는 틀에 박힌 사무용 가구 디자인에 볼리아닷컴의 북유럽 스타일 가구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었다. 볼리아닷컴 입장에서도 스틸케이스와의 제휴는 새로운 판매로를 개척하는 기회가 됐다. B2C(기업 대 개별 소비자)에 한정돼 있던 판매망을 스틸케이스를 통해 B2B(기업 대 기업)로 확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국내 핀테크(FinTech·금융과 정보기술의 결합) 기업 최초로 유니콘(기업 가치가 1조원을 넘긴 비상장 회사)이 된 비바리퍼블리카와 P2P대출(투자자의 투자금을 대출자에게 빌려주는 형태의 금융) 업권의 1위 테라펀딩의 제휴 사례가 대표적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간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 ‘토스’의 운영사다. 2017년 비바리퍼블리카와 테라펀딩은 토스 앱에서 테라펀딩의 부동산 소액투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휴를 했다.

당시 비바리퍼블리카는 테라펀딩에 ‘부동산 P2P대출 투자 상품을 토스 고객들이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토스가 단순한 송금 앱을 넘어 ‘종합 금융 서비스 플랫폼’이 되려면, 다양한 형태의 금융 서비스를 앱 안에서 구현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스 이용자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손실율이 낮은 투자 상품을 제공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용자가 가장 많으면서 전문성이 확고한 P2P대출 중개회사와의 제휴가 필요했다. 당시 100여 개가 넘는 P2P대출 중개회사 중 대출 취급액 기준 1위사였던 테라펀딩은 최고의 선택지였다. 테라펀딩이 취급하는 부동산 건축자금 대출은 관련 전문 인력이 많이 필요해, 비바리퍼블리카에서 새로 부서를 꾸려 시작하기에는 쉽지 않은 분야였기 때문이다.

테라펀딩도 비바리퍼블리카의 제안을 적극 검토했다. 당시 소액 투자자를 대거 모집해야 했던 테라펀딩에 토스는 새로운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는 채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토스는 이미 다운로드 수가 1000만회를 넘어선 영향력 있는 앱이었다. 두 회사는 2019년 현재까지도 돈독한 제휴를 이어오고 있다. 테라펀딩에 따르면 제휴가 시작된 2017년 6월부터 2019년 3월 말 현재까지 테라펀딩 투자금의 40%가 토스에서 모집됐다.


시 런치의 위성 발사대 ‘오션 오딧세이’. 사진 위키피디아
시 런치의 위성 발사대 ‘오션 오딧세이’. 사진 위키피디아

시기 2│신혼
동반자 관계 돈독히 다지라

샌더스 디렉터는 전략적 제휴 계약을 맺은 직후를 신혼에 비유했다. 신혼은 부부에게 ‘상대방이 운명을 함께할 만한 동반자’일지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기다. 서로의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처럼, 믿음을 주는 행동을 통해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신혼집 구매 자금이 부족할 때 제각기 대출을 받아 돈을 보태는 신혼부부의 모습을 떠올려 보라”면서 “제휴 초기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서로에게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관계가 돈독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전적인 투자뿐 아니라,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기아자동차와 장난감 회사 영실업은 제휴 초기 단계부터 서로에 대한 파격적인 투자를 통해 돈독한 협업 관계를 만들고 성과를 냈다. 영실업은 지난 2007~2008년 무렵, 로봇으로 변신하는 자동차 완구 ‘또봇’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 자동차 디자인을 가져다가 완구를 제작했다가는, 기업의 상표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어 제휴할 자동차 회사를 찾아야 했다.

고심 끝에 영실업은 기아차에 제휴를 제안했다. 대기업인 기아차가 과연 중소기업의 제안을 받아들일까 싶었지만, 의외로 적극적으로 제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한찬희 당시 영실업 대표는 2014년 ‘이코노미조선’ 인터뷰를 통해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기아차에 협업을 제안했는데, 기아차가 흔쾌히 협력 의사를 밝혔다”면서 “지금도 기아차에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당시 기아차는 영실업에 자사 제품의 디자인과 로고 사용권을 줬다. 나아가서, 자동차 디자인을 완구 제품에 맞게 일부 변경할 수 있도록 기아차는 영실업에 자율권까지 건넸다. 여기에 더해 영실업으로부터 아주 적은 사용료를 받는 등 파격적인 혜택도 부여했다. 대신 영실업은 또봇 제품을 기아차에 제공해 홍보나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봇은 2009년 11월부터 판매를 시작해 완구 업계 판매량 1위 장난감으로 자리매김했고, 관련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상품이 제작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기아차는 미래 고객인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자사의 자동차 모델을 친숙한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또봇은 이종(異種)기업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대표적인 전략적 제휴 성공 사례로 꼽힌다.

반면, 미국의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주도해 총 4개국의 전략적 제휴로 1995년 합작 설립된 민간 위성 해상 발사 회사 ‘시 런치(Sea Launch)’는 제휴 기업끼리 헌신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다 2009년 결국 파산했다. 이 회사는 보잉이 지분의 40%를 보유했고, 러시아의 ‘RSC-에네르기아(RSC-Energia·지분 25%)’, 노르웨이의 ‘아커(Aker·지분 20%)’, 우크라이나의 항공 관련 기업(지분 15%)이 법인 설립에 참여했다. 당시 최초로 설립된 민간 위성 발사 회사인 ‘아리안 스페이스’에 대적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초대형 글로벌 프로젝트였다.

시 런치는 1999년에는 첫 위성 발사체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며 버티다가 2009년 6월 파산을 신청했다. 제휴 파트너들이 합작법인을 경영하면서 설립 직후부터 각 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에만 전념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들은 합작법인에서 만드는 위성 제조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할 때 합작법인을 상대로 거래 수수료까지 받아 챙기면서 비용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더했다.

게다가 제휴 파트너들의 관심사도 제각각이었다. 보잉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처음부터 합작법인의 설립 목표인 ‘민간 위성 발사 사업’보다는 항공기술 습득, 해상 구조물 판매 등 다른 것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2010년 러시아의 RSC-에네르기아가 다른 제휴 파트너들이 보유한 지분 대부분을 매수하면서 파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초기 주주 구성과 달리 시 런치는 4개국의 합작법인이 아닌 러시아 기업이 대주주인 회사로 바뀌었다.


시기 3│안정기
내 거라고 안심 말고 꾸준히 배려하라

신혼기를 거치고 관계가 안정됐다고 파트너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솔한 속마음을 꾸준하게 교환하며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소홀하게 대하다가는 애써 쌓은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관계가 끝날 수 있다. 샌더스 디렉터는 전략적 제휴를 맺는 기업들을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하는 주말 부부(long distance marriage)’에 비유했다.

그는 “제휴를 맺은 기업들은 (한 회사에 있는 것처럼) 자주 만나지는 못하기 때문에 ‘제휴 운영 위원회’나 ‘운영 관리 팀’ 같은 공식 창구가 필요하고,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에는 비공식적이면서도 정기적인 대화도 중요하다”면서 “(제휴 기업 간) 대화가 활성화되면,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누고, 당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이미 체결한 제휴라고 해서 안심하지 말고, 제휴사와의 소통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의미다.

미국의 대형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신약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 및 연구소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성장해 왔다. 이 회사는 1999년부터 전략적 제휴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제휴 관리국(OAM·Office of Alliance Management)’을 만들어 제휴사들과의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 OAM은 연구소와 거대 제약사, 정부, 대학 등 모든 제휴 파트너들과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관리한다. 일라이 릴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OAM은 제휴가 생산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OAM이 특별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라이 릴리는 업무상 발생할 수 있는 ‘문화적 차이’를 해소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제휴가 실패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문화적 차이에 의한 갈등이라는 점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이를 위해 OAM은 본사 직원들에게 “실수를 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사과하고 해결책을 마련해 업무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는 지침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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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제휴 2개 이상의 기업이 상호 협력을 통해 다른 기업에 비해 비교 우위를 갖고자 계약을 체결하는 경영 전략이다. 기술 혁신 속도가 빠른 정보통신이나 제약 산업에서 자주 이뤄진다. △신기술 습득 △새로운 고객군 확보 △신사업 진출 등이 목적이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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