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기업들의 AI 투자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월드모바일콩그레스(MWC)’에 등장한 뇌 모형. 사진 블룸버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기업들의 AI 투자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월드모바일콩그레스(MWC)’에 등장한 뇌 모형. 사진 블룸버그

직장인 김정선씨의 메일함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 이상의 메일이 쏟아진다. 하지만 김씨는 구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동으로 먼저 읽어봐야 할 메일과 쿠폰이 들어있는 쇼핑몰 홍보 메일, 스팸 메일 등을 분류해주는 덕분에 간단하게 메일함을 관리할 수 있다.

또 일과 관련해 외국인 바이어와 끝없이 이어가는 영문 메일도 ‘자동 답장 기능’을 통해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 답장 버튼을 누르면 메일 내용에 맞게 자동으로 뜨는 ‘고맙습니다’ ‘잘 이해했습니다’ ‘다음에 또 봐요’ 등의 문구 중 하나를 선택하면 답장이 보내진다.

AI는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음성을 자동으로 문서로 변환해 주거나, AI 스피커로 원하는 작업을 지시할 수 있게 된 지 오래다. 미국에서는 이미 AI 기반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가 거리를 누비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기업들의 AI 투자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2022년 AI 시스템에 대한 기업들의 지출이 776억달러(약 8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2018년 예상치(240억달러)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CB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AI 기업 투자 규모가 23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PwC가 미국 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사적으로 AI를 구축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 여러 분야에서 이미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7%에 달했다. 50%에 가까운 기업들이 기업 운영·제품·서비스 등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거나 계획이 있다는 뜻이다. 본격적인 AI 도입 시기를 맞아 기업들이 알아둬야 하는 포인트를 글로벌 PwC의 자료를 토대로 짚어봤다.


포인트 1│조직 내 관련 인력·부서 양성

보통 AI 관련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하면 인공신경망반도체(NPU) 기술을 개발하는 컴퓨터 공학자나 신경망을 연구하는 뇌(腦)과학자, 빅데이터 과학자를 생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영입한 세계적인 석학 위구연 석좌교수다. 물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첨단 분야의 리더가 필수이기는 하지만, 기업들이 개발해야 할 인력은 이런 ‘스타급’ 전문가만이 전부는 아니다.

AI 기술을 업무에 적용할 사용 인력, 전문가와 밀착해 이용 사례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운영하는 중간 단계 개발자까지 아우르는 인력 양성 전략이 필요하다.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내부 직원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특히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AI 교육 개발 △유연한 인력 계획 수립 △성과 평가 시 AI 기술 사용법에 대한 평가 포함 등이 필요하다.


포인트 2│책임감 있는 윤리적 AI가 화두

지난 2월 미국 뉴욕대 ‘AI 나우 연구소’는 ‘오염된 데이터, 나쁜 예측(Dirty data, Bad predictions)’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AI를 활용한 범죄예측시스템을 운용한 경험이 있는 미국 13개 시 경찰을 조사한 결과 9개 시에서 인종·여성 차별 등을 담은 오류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뉴올리언스 경찰은 백인 거주지역보다 흑인 거주지역 순찰을 자주했다. 자주 검문을 벌이면 적발이 증가해 범죄율도 올라갈 수 있다. AI 시스템은 이를 토대로 흑인 거주지역을 ‘요주의 지역’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최근 학계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AI와 책임감’이다. AI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AI가 오히려 부정확하고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PwC는 책임감 있는 AI의 조건을 다섯 가지로 정의했다. △모든 이를 평등하게 대하는 ‘공정성’ △AI 판단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지를 말하는 ‘설명 가능성’ △사용자 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는 ‘안전성’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거버넌스’ △AI 판단의 도덕성을 따질 수 있는 ‘윤리성’ 등이다. 이 모든 조건이 들어맞아야 AI가 내놓은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


포인트 3│돈 되는 AI 시스템을 구축하라

현재 AI가 산업에 적용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스마트팩토리다. 공장 설비에 장착된 IoT(사물인터넷) 센서로 수집된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실시간으로 이상을 감지하고 예측해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AI가 생산성을 끌어 올리는 사례다.

하지만 PwC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 발전에 따른 경제 효과는 ‘생산성 향상’보다 ‘제품·서비스 개선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필요를 미리 예측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PwC가 300건 이상 AI 활용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의료, 유통, 자동차 분야가 가장 즉각적인 경제 효과를 봤다.

BBC에 따르면 영국의 패션 산업계에서는 AI로 미래 패션 트렌드를 예측하는 방식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 스타트업 패션포켓은 SNS 등지에 올라온 사진 2500만 건을 분석해 앞으로 유행할 의상의 스타일, 색상, 패턴, 사이즈 등을 걸러낸다. BBC는 “AI가 패션 트렌드 분석에 접목된 결과, 패션 브랜드들은 유행을 ‘비껴갈’ 옷들을 생산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면서 “공급자 디자이너가 주도하던 의류 시장의 주도권을 소비자들이 가져간 대표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PwC의 박동규 파트너는 “AI는 앞으로 더 다양한 사업 분야에 폭넓게 적용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여러 조직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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