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인의 안구와 녹내장 환자의 안구. 사진 서울대병원
정상인의 안구와 녹내장 환자의 안구. 사진 서울대병원

녹내장은 눈의 카메라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말기가 되면 실명할 수도 있어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불린다.

대한안과학회가 최근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40세 이상 국민의 4.7%가 녹내장을 앓고 있다. 녹내장은 기본적으로 퇴행성 질환으로 고령일수록 흔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도 근시가 있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과거에 눈을 다친 경우, 장기간 스테로이드 안약을 점안(눈에 안약을 떨어뜨려 넣는 것)한 경우, 당뇨와 동맥경화증 같은 전신 질환이 있는 경우, 더 흔히 발생할 수 있다.

녹내장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눈 속의 압력(안압)이 높아지는 것이다. 안압이 상승하는 원인에 따라 △개방각녹내장 △폐쇄각녹내장 △외상이나 염증, 망막질환에 의한 2차성 녹내장 등으로 분류한다. 이들 모두 안압이 상승해 시신경의 손상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녹내장의 발생 원인을 단순한 안압 상승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위(10~21mmHg·수은주밀리미터)임에도 불구하고 시신경 손상을 보이는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가 흔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녹내장 환자의 약 77%가 안압이 정상 범위인 정상안압 녹내장에 해당한다. 반대로 안압이 정상 범위보다 높게 측정되지만 시신경은 건강한 고안압증에 해당하는 환자들도 있다.

문제는 녹내장은 초기에 환자 본인이 느끼는 불편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환자가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지 않으면 진단하기 어렵거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모든 병이 그렇듯 녹내장은 초기에 발견하면 진행 속도를 늦추고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불편한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정밀 검진을 받아 조기 발견을 해야 하는 이유다.

만 40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주기적으로 정밀 검진을 받아야 한다. 또 △당뇨나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계 질환자 △근시가 심한 경우 △손발이 심하게 차거나 편두통이 심한 경우 △장기간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경우 등도 정밀 검진을 받아야 한다.

녹내장은 하나의 검사만으로 확진하기 어렵고 여러 가지 검사를 토대로 진단한다. 대표적인 녹내장 정밀 검사로는 시신경 입체 촬영검사(시신경의 모습을 입체사진으로 촬영하는 검사), 망막신경섬유층 촬영검사(망막신경섬유층을 특수 필터로 촬영하는 검사), 빛간섭단층 촬영검사(OCT 검사·망막신경섬유층의 두께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검사)와 시신경의 기능을 평가하는 시야 검사(시야의 결손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들 수 있다. 이 밖에 녹내장의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심각막 두께 검사(각막의 두께를 측정하는 검사), 안축장 길이 검사(안구의 길이를 측정하는 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할 수 있다.

녹내장은 한 번 치료로 완치할 수 없다. 당뇨,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평소에 녹내장을 관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안압을 낮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압이 정상 범위인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라도 안압을 더 낮추면 녹내장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녹내장의 발생 원인이 다양하더라도 안압을 낮추기 위한 치료는 기본적으로 받아야 한다.

안압을 낮추기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하는 방법은 약물을 점안하는 것이다. 약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종류에 따라 하루에 1회 혹은 2회 점안한다. 한 가지 안약으로 효과가 없을 때 두 가지 이상의 안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 시야 손상의 진행 등에 따라 안약을 교체할 수 있다.

안약만으로 안압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을 경우 레이저 치료나 수술 치료를 한다. 레이저 치료나 수술 치료 모두 안압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며 이미 손상된 시신경의 기능을 되돌릴 수는 없다.

대표적인 녹내장 수술 방법으로 섬유주절제술과 녹내장 임플란트 삽입술을 들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안압 하강을 목표로 눈 속을 채우고 있는 방수(각막과 수정체에 있는 투명한 액체로 끊임없이 생성·배출됨. 방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안압이 높아짐)가 빠져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수술이다. 녹내장 수술 후에도 안압이 안정기에 접어들기까지 추가적인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넥타이 꽉 조이는 것도 위험

김영국 한양대 의과대학, 서울대 의과대학 부교수
김영국
한양대 의과대학, 서울대 의과대학 부교수

녹내장은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뿐 아니라 평소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피해야 하고, 항산화 효과가 있는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챙겨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커피를 비롯한 카페인 음료는 많이 마시는 것을 피해야 하고 평소에 체중 관리를 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과도하게 힘을 주는 운동이나 머리가 가슴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물구나무서기, 윗몸일으키기 같은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넥타이나 허리띠를 너무 조여도 안압을 높일 수 있다. 수영을 할 때는 물안경을 너무 조이지 않게 착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 방식도 중요하다. 규칙적이고 적절한 수면을 취하는 것은 물론이고 엎드려 자는 것을 피해야 한다.

녹내장은 정기적으로 안과 전문의와 긴밀하게 치료 계획을 세우고, 성실히 치료에 임한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녹내장에 대한 불필요하고 막연한 두려움은 버리고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영국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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