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8월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광고 회사에서 일하던 김모(44)씨와 박모(44)씨는 함께 회사를 그만두고 커피숍을 차렸다. 입사 동기인 두 사람은 각각 매달 40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창업 이후 이들의 소득은 각각 200만원 넘게 줄었다. 김씨는 “아르바이트생도 안 쓰고 두 명이 번갈아 가며 가게를 지키지만 손에 쥐는 돈은 매달 20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던 이모(39)씨는 지인 4명과 함께 지난해 스타트업을 차렸다. 이씨는 회사에 다니던 시절 잦은 야근에 시달렸지만 매달 450만원가량 받았다. 하지만 창업 후에는 직원 인건비 등 회사 운영비를 버는 것도 힘에 겨웠다. 이씨는 결국 6개월 만에 지분을 나머지 지인들에게 넘기고 회사를 나왔다.

많은 직장인이 창업을 꿈꾼다. 팍팍한 조직 생활을 벗어나 자신만의 사업영역을 개척할 수 있고 안정적인 수익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을 택한 대다수 자영업자가 월급 받을 때보다도 훨씬 적은 돈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회사에 다니다 창업한 사람의 절반가량이 월급보다 적은 돈을 벌고 있었다. 또 5명 중 1명은 소득이 창업 이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분석한 자영업자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1│회사 다녔던 자영업자의 절반, 급여 생활 때보다 소득 감소

KB금융경영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회사에 다니다 창업한 자영업자의 47.8%는 월급 받을 때보다 소득이 줄었다. 설문조사는 4월 29일~5월 31일 서울, 경기도 등 전국 6대 광역시의 자영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소득이 늘었다’고 답한 비율은 34.8%, ‘동일하다’는 응답은 17.2%였다.

창업 이전보다 소득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는 응답은 21.2%에 달했다. 400만원의 월급을 받던 사람이 창업 이후 200만원도 못 버는 경우가 5명 중 1명꼴이라는 얘기다. 소득이 월급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응답은 10.2%였다.

이택수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직장 생활을 하다가 자기만의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또는 은퇴 연령이 가까워지면서 인생 이모작을 꿈꾸며 창업하는 경우가 많지만 월급 받을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 비율을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개인 독립점(프랜차이즈가 아닌 단독으로 영업하는 가게)으로 나눠 비교해 보면 개인 독립점의 소득 감소율이 더 높았다.

회사에 다니다가 개인 독립점을 차린 자영업자 49.3%가 창업 이전보다 소득이 줄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차린 경우는 37.3%가 소득이 감소했다. 소득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응답은 개인 독립점이 22.6%,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10.5%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2│10곳 중 3곳, 연간 1800만원도 못 벌어

지난해 자영업자의 영업이익 규모를 보면 1800만원 미만인 곳이 30.9%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원가·인건비·임대료 등을 빼고 남는 돈이다. 10곳 중 3곳은 1년에 1800만원도 못 버는 셈이다.

영업이익이 1800만원 이상 3500만원 미만인 곳은 40.3%였고, 35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인 곳은 14.1%였다. 또 5000만원 이상 6500만원 미만은 6.1%, 65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은 3.0%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이 1억원 이상인 곳은 0.2%에 그쳤다.

자영업자의 창업 전 근무처는 중소기업이 49.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전업주부(24.5%), 임시직·아르바이트(9.3%)순이었다.

전문직(4.9%), 대기업(3.5%), 학생(2.4%), 공무원·교사·공기업(1.8%) 출신은 비교적 적었다. 자영업자 2명 중 1명은 중소기업 출신이고 4명 중 1명은 전업주부였다.


3│10곳 중 7곳 “권리금 못 돌려 받을 것”

KB금융경영연구소 조사에서 ‘가게를 양도할 때 매입 당시 지불했던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27.3%에 그쳤다. 영업이익이 가게를 매입했을 때보다 감소했거나 앞으로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권리금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권리금은 가게를 운영해오면서 쌓은 영업 노하우와 고객(거래처)을 물려받는 데 따른 비용이다. 입지가 좋은 가게의 경우 건물주에게 내는 임대료보다 전 주인에게 주는 권리금이 더 많은 경우도 종종 있다. 현재 시점에서 ‘1년 전보다 권리금이 감소했다’고 답한 비율은 46.2%였다. ‘1년 전과 권리금이 같다’는 46.5%, ‘1년 전보다 증가했다’는 6.7%였다.

한편 자영업자들은 미래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향후 3년간 매장 운영 전망을 묻는 말에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이 59.8%(매우 어려울 것 9.8%, 어려울 것 50%)로 가장 많았다. ‘보통’ 33%, ‘잘될 것’이라는 전망은 7.1%(매우 잘될 것 0.3%, 잘될 것 6.8%)였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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