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1│서비스는 참 좋은데… 흑자 전환은 언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승객이 우버 차량을 호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승객이 우버 차량을 호출하고 있다.

우버(Uber)

11월 4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 ‘우버’가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38억1000만달러(약 4조4139억원)로 시장 예상치인 36억9000만달러를 1억달러 이상 웃돌았다. 하지만 우버는 웃을 수 없었다. 순손실이 11억6000만달러(약 1조3439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9억8600만달러)보다 17%가량 늘어난 수치다. 우버는 올해 상반기에도 총 62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따지면 6분기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영 부진에 대한 불안감은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다. 지난 5월 공모가 45달러로 뉴욕 증시에 상장한 우버는 현재 30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800억달러를 상회하던 기업 가치도 50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을 순이익 전환의 기점으로 제시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음식 배달 서비스 ‘우버 이츠’와 화물 운송 등의 신사업이 성장세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분기 우버 이츠의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64% 증가했고, 화물 운송은 78% 늘어났다. 최근 우버는 인력 공유 서비스 ‘우버 웍스’와 금융 서비스 ‘우버 머니’를 공개하기도 했다. 세 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1000명 이상의 인력을 줄인 것은 군살 빼기의 하나다. 코스로샤히 CEO는 “과거에는 빠른 성장이 최우선 과제였으나 지금은 효율성과 수익성을 우선시한다”고 했다.

이런 노력에도 전문가들은 당분간 우버의 고난이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올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차량 공유 업체 운전자를 노동법으로 보호하는 ‘AB5’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간 우버는 운전자를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 즉 자영업자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내년 1월 신규 노동법이 시행되면 우버는 운전자들에게 각종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지금보다 최대 30%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리프트 차량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리프트 차량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리프트(Lyft)

AB5 법안에 발목 잡히는 건 우버의 경쟁 업체 ‘리프트’도 마찬가지다. 현재 리프트는 우버와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다. 리프트는 지난 2분기 6억6420만달러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3분기에도 순손실 4억6300만달러를 기록했다.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 폭이 커진 것이다. 리프트는 올해 3월 뉴욕 증시에 공모가 72달러로 입성했다. 현재 주가는 40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자연스레 기업 가치도 240억달러에서 120억달러로 반 토막 났다.


위워크 창업자 애덤 노이만이 2015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위워크 창업자 애덤 노이만이 2015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위워크(WeWork)

‘위워크’는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 업체다. 부동산·경제 개발 컨설팅 기업 ‘HR&A 어드바이저’의 분석에 따르면, 2018년 11월 기준 위워크는 40만 명 이상의 글로벌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기여한 일자리는 68만 개, 위워크가 직간접적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기여한 규모는 142조원이다. 또 위워크 입주 기업(4인 기준)은 기존 상업용 부동산을 택한 기업보다 연평균 2800만원의 비용을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변수가 배제된 추정치이긴 해도 위워크가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위워크도 우버·리프트처럼 수익성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그나마 두 차량 공유 업체는 상장이라도 했는데, 위워크는 기업공개(IPO) 계획 자체부터 무산됐다. 13억7000만달러에 이르는 올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가 드러나자 적정 기업 가치에 의구심을 보이는 사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때 470억달러까지 치솟았던 위워크의 몸값은 창업자 애덤 노이만의 도덕성 논란과 함께 100억달러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노이만은 회사가 처한 녹록지 않은 현실을 알면서도 지분 매각을 통해 7억달러를 챙겼다. 그가 소유한 최고급 개인 비행기와 고급 승용차도 비판 대상이 됐다. 여기에 마리화나 중독자라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위워크 이사회는 결국 그를 쫓아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대표이사가 올해 4월 미국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대표이사가 올해 4월 미국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쿠팡(Coupang)

위기는 한국 기업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쿠팡’은 당일배송·익일배송 등 차별화한 배송 시스템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회사다. 쿠팡의 등장은 이마트·롯데마트 등 기존 사업자의 경쟁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였다. 업체 간 전쟁은 지나치게 살벌해졌지만, 덕분에 소비자의 편의성은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쿠팡은 2013년 법인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 3조원 가량의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1년 동안 1조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시장 관계자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매입 원가 대비 낮은 판매가와 인건비 부담이 쿠팡 적자의 핵심으로 거론된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가용 자금은 1조6000억원 정도다. 현 구조에서는 이 자금도 1~2년 안에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ntro

등장과 함께 ‘혁신의 아이콘’으로 칭송받으며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아온 국내외 기업이 최근 암울한 소식을 잇달아 전하고 있다. 혁신 기업이 맞닥뜨린 위기의 종류는 다양하다. 어떤 회사는 수년째 적자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며 기업 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고, 어떤 기업은 기존 시장의 강한 저항과 비협조적인 정책에 가로막혀 난감한 상황을 맞이했다. 창업자가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일삼으면서 큰 실망을 안긴 경우도 있다. 부푼 기대감과 함께 증시에 입성한 회사 상당수는 주가 급락에 신음하고 있다.

물론 사용자 입장에서 이들 기업의 서비스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친절한 운전기사가 어디든 찾아가고, 밤에 주문한 식자재는 몇 시간 뒤 현관 앞에 놓인다. 창의력 넘치는 스타트업 인재들과 맛있는 맥주로 가득한 공유 오피스는 도시 곳곳에서 오늘도 불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면 어떤 매력적인 기업도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건 불변의 진리다. 혁신가들은 과연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고 봄을 맞을 수 있을까. 이들 앞에 놓인 장애물을 정리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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