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3일 경기도 성남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행복토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3일 경기도 성남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행복토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안 되면 무조건 하고, 그다음에 더 좋은 방법을 찾자고 하겠습니다.”

지난해 5월 28일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2019(Social Value Connect 2019)’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의 장애인 고용 확대 계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 행사 패널로 나온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SK는 성적이 우수하지만 장애인 고용이라는 전공 필수 과목을 이수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하자 의무 고용 비율을 반드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약 7개월 후인 12월 18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19년 장애인 고용 의무 불이행 기관·기업 명단(459개소)에는 SK그룹 계열사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빠짐없이 오르다가 10년 만에 처음 제외된 것이다. 최 회장의 반성과 개선 다짐이 빛을 본 순간이었다. SK그룹 내 장애인 구성원은 2018년 1770명에서 2019년 2800여 명으로 1년 만에 6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그룹 전체 구성원(10만8000명) 대비 장애인 고용률은 2.6%로, 전년도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SK 관계사는 장애인을 직접 채용하거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최 회장의 주문에 응답했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직원의 30% 이상 장애인을 고용한 자회사를 운영하면 장애인 의무 고용 사업주인 모회사가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가 지난해 대전 유성구 기술혁신연구원에 각각 세운 ‘행복키움’과 ‘행복디딤’이 대표적인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행복키움은 카페 2곳을, 행복디딤은 세차장을 운영한다. 30여 명의 장애인이 근무한다.

사실 장애인 고용 사례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최 회장의 여러 관심 분야 중 하나다. 최 회장은 환경 보존, 사회적 기업가 육성, 결식아동 지원, 독거노인 보호 등 다양한 방면에서 SK그룹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해 애쓰는 오너로 유명하다. 그가 진두지휘하는 주요 SK 계열사의 상생(相生) 노력을 소개한다.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SK 동반 성장 협력사 채용박람회 2019’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SK 동반 성장 협력사 채용박람회 2019’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2018년 10월 친환경적인 반도체 생산 공장을 목표로 하는 ‘2022 에코(ECO) 비전’을 선언했다. 온실가스를 2016년보다 40% 감축하고 폐기물 재활용률을 95%까지 올리겠다는 것이 2022 에코 비전의 주요 내용이다. 중국·미국·유럽 등 해외 사업장의 재생 에너지 사용률 100%를 달성하고 용·폐수 재활용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담았다. 최근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D램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20나노급 제품 대비 26% 줄인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부의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따냈다.

SK하이닉스는 친환경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협력사와 ‘에코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또 협력사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동반 성장을 돕기 위한 ‘SV(Social Value) 파트너십’ 컨설팅 제도도 도입했다.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지원SDGs협회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UN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SDGBI)’에서 SK하이닉스를 삼성전자·포스코·애플·아마존 등과 함께 글로벌 최우수 그룹에 선정했다.


2│SK에너지

SK에너지는 지난해 9월 3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Green Bond·녹색채권)를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신재생 에너지 개발, 공해 방지 사업 등 친환경 사업 목적의 자금을 마련할 때만 발행할 수 있는 채권이다. 국내 제조 업체 가운데 원화 그린본드를 발행한 기업은 SK에너지가 처음이다. 이는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듯,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는 SK그룹의 DBL(Double Bottom Line·더블 보텀 라인) 경영의 하나다.

SK에너지는 그린본드로 모은 자금을 울산 사업장(울산CLX) 내에 건설 중인 감압 잔사유 탈황 설비(VRDS) 구축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설비로 선박 연료에서 황 성분을 제거해 저유황유를 만든다. 황 성분이 적은 연료일수록 매연을 적게 배출한다. UN지원SDGs협회는 SDGBI 국내 최우수 그룹에 SK에너지(8위)를 올렸다.


3│SK텔레콤

SK하이닉스와 SK에너지가 친환경 경영에 초점을 뒀다면, SK텔레콤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사회 분야 기여에 집중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대한적십자사와 힘을 합쳐 차세대 헌혈 애플리케이션(앱) ‘레드커넥트’를 출시했다. 레드커넥트는 헌혈자의 혈액 검사 결과를 토대로 간, 총단백 등 11개 항목에 대한 검사 수치를 누적·비교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사용자는 앱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가 유사 집단 내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 해당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행복커뮤니티-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도 ICT로 사회 문제 해결에 접근하려는 SK의 노력이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를 통해 두뇌톡톡(치매 예방 훈련), 소식톡톡(복약 지도, 날씨 등 각종 정보 제공), 건강톡톡(건강 관련 메시지 전달)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이 서비스의 특징이다. 전국 8개 지자체 2100가구를 시작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행복토크 연내 100회 성공

동시다발적이면서도 체계적인 SK그룹 지속 가능 경영의 중심에는 최 회장이 서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SK의 ‘착한 기업가’ 육성 시스템 역시 최 회장의 관심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SK는 2012년 세계 최초로 카이스트(KAIST)와 함께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을 개설했다. 2018년부터는 연세대와 사회적 혁신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SK그룹은 2015년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사회 성과 인센티브’를 도입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신년회에서 “우리와 이해 관계자들의 행복이 더 커질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행복토크를 연내 100회 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약속은 지켜졌다.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 진행된 100회째 행복토크에 참석한 그는 “SK가 추구하는 행복 경영은 구성원의 행복뿐 아니라 우리가 속한 사회의 지속 가능성도 함께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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