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사옥이 재택근무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MS, 시스코코리아, 한국레드햇, 인텔, 델, 텐센트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들은 내·외국인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독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월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사옥이 재택근무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MS, 시스코코리아, 한국레드햇, 인텔, 델, 텐센트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들은 내·외국인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독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에서 정보기술(IT) 시스템통합(SI) 회사를 운영하는 신문석(가명) 대표는 요즘 고민이 많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사회에 급속하게 전파되며 재택근무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경험 없이 어떤 식으로 시행해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잡히기 때문이다. 직원은 130명 정도. 신 대표는 “우선 외부 원격접속(VPN) 방식으로 재택을 진행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원 수 1000명 규모의 사학법인에서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김정수(가명)씨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개강이 2주 연기되며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학교에 출근해 일하는 교직원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걱정이다. 그는 “현재 조직 내 안전책임자가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있지만 첫 시도라 어떤 식으로 직원 관리 방향을 잡을지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기업에 ‘초비상’이 걸렸다. 사태가 급속도로 퍼지기 전인 1월 중순까지만 해도 중국 우한에 있는 한국 기업 법인과 이 법인 주재원의 안전 귀국에 관심이 쏠렸다. 이후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며 중국 공장 셧다운이 잇따르자 공급망과 내수 타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린 2월 24일 이후, 한국 대다수 기업의 운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일단 기업들은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대기업 중 SK, LS는 전 직원, 삼성과 LG는 임산부 직원과 어린 자녀를 둔 직원에 한해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하지만 사태가 언제쯤 해결될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영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의 위기 대응이 절실한 지금 전문가들은 어떤 조언을 하고 있을까. 해외 기관의 연구 결과와 과거 위기 사태에서 살아남은 기업 사례 등을 요약해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포인트 1│위기 발생 시 빛을 발하는 ‘업무연속성계획’

기본은 기업업무연속성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 재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개발된 방법론으로 미국 9·11 사태 이후 급부상한 개념이다. 재난 재해 등의 이유로 운영이 중단되더라도 핵심 기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 가능한 한 이른 시간 안에 정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예일대가 만든 60쪽 분량의 ‘업무연속성계획’에는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비상시 행동 요령을 알려주는 비상계획과는 다르다”고 쓰여 있다. 실제로 이미 국내 대기업, 금융기업 등이 사업 내용에 맞춰 BCP 가동에 돌입했다.

계획 수립의 첫 단계는 가장 중요한 업무를 파악하는 것이다. 기업 운영의 핵심 업무를 우선 결정해야 이후 직원 관리, 자금 확보, 주주·경영진·직원·고객 등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공급망 다변화 단계 등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수월하다.

다급한 쪽은 중소기업이다. 문제에 대응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 1000대 기업 중 설문에 응한 152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29.5%가 코로나19 사태에 별다른 대응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연매출 2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부서를 두고 위기 관리 매뉴얼을 준비해놓지만 중소기업은 그러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우려했다. 2월 2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경제 단체를 통해 BCP 표준안을 기업에 배포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지는 데다 한발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인트 2│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일본 기업이 주는 교훈 ‘유연성’

그렇다고 위기 발생 시 미리 수립해놓은 계획을 100% 실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 유연함을 발휘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살아남은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주방 가구 기업 ‘클린업(クリナップ)’이다. 당시 회사는 대지진으로 제조 시설은 물론 공급 업체까지 타격을 입자 일찌감치 모든 주문을 취소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장 1개월분 매출을 놓쳤지만, 고객 영향을 최소화하는 결정으로 장기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분야별로 대체 그룹을 만들어 대응한 사례도 있다. 화학제품 제조사 ‘산요화성공업(三洋化成工業)’과 택배 회사 ‘야마토운수(ヤマト運輸)’가 대표적이다. 당시 산요화성공업은 원재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구매·영업·생산·연구 등 부서별로 대체 생산 그룹을 만들어 대응했다. 기존 계획에는 생산이 멈추면 최대 고객에게 우선 제품을 공급한다는 기본 방향만 정해져 있었다. 야마토운수는 2009년 신종플루 당시 수립한 계획을 살짝 변형해 2011년 위기 상황에 적용했다. 배송 차질에 대비해 배송지 근처에 물류를 배분하는 시스템을 미리 갖춰놓은 덕분에 언제든 업무를 분배할 수 있었다. 모두 상황에 맞는 발 빠른 대응으로 재난 상황에서 선방할 수 있었다.


포인트 3│재택근무 효율성 높이는 방법은 성과 중심 평가

벌써 여러 기업이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결정했지만, 한편에서는 효율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2월 25일부터 재택근무에 돌입한 직장인 백진영(가명)씨는 “업무 효율이 너무 떨어져 차라리 사무실에 가서 일하는 편이 낫겠다”면서 “주변에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가 많다”고 했다.

그렇다면 기업은 직원의 재택근무를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까. 라즈 차우드후리 하버드경영대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낸 기고에서 △직원 업무를 미세하게 관리하는 대신 이들에게 자율성과 유연성을 부여하고 △같은 업무 도구 사용을 의무화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재택 기간 직원 간 비공식 만남을 지원해 유대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전문가들은 기업이 직원 근태보다는 성과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택근무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들의 업무 시간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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