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리프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최고경영자과정 교수, ‘한계비용 제로 사회’ ‘3차 산업혁명’ ‘공감의 시대’ ‘소유의 종말’ ‘수소 혁명’ ‘유러피언 드림’ ‘노동의 종말’ 등 21권 저술
제러미 리프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최고경영자과정 교수, ‘한계비용 제로 사회’ ‘3차 산업혁명’ ‘공감의 시대’ ‘소유의 종말’ ‘수소 혁명’ ‘유러피언 드림’ ‘노동의 종말’ 등 21권 저술

‘육식의 종말(1992)’ ‘노동의 종말(1995)’ ‘소유의 종말(2000)’ ‘수소 혁명(2002)’.

20년 전 미래를 예견한 책들의 제목이다. 2020년 현재 책 제목처럼 채식주의자가 늘어나고,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공유 경제가 새로운 경제 모델로 자리 잡고, 수소차와 기반 인프라가 개발됐다. 미래상을 활자로 담아냈던 저자는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75). 미래를 점치는 ‘예언자’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학자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가 미래를 향한 승부수를 한 번 더 띄웠다. 올해 그가 발간한 ‘글로벌 그린 뉴딜(2020)’을 통해서다. 그린 뉴딜은 ‘친환경 인프라 구축 계획’을 의미한다. 각국 정상에게 기후 변화 대책을 요구한 그레타 툰베리, 구글과 도요타가 짓고 있는 친환경 미래 도시, 문재인 정부의 수소 경제까지. 전 세계적으로 시민 사회, 기업, 정부가 뜻을 모으는 현상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2월 7일 ‘이코노미조선’이 리프킨 이사장과 심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밤 10시부터 시작한 인터뷰는 2시간 40여 분 동안 이어졌다. 각국 정상과 기업가에게 그린 뉴딜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그의 신념이 수화기 너머까지 전해졌다. 그는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로 인류가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면서 “2028년이면 화석연료 문명은 붕괴하고, 친환경 인프라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리프킨 이사장은 20년 전부터 유럽연합(EU)의 그린 뉴딜 정책 자문역을 맡으면서 이와 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그린 뉴딜 계획이 담긴 중국 정부의 13차 5개년 계획 추진을 돕고 있다. 리프킨 이사장은 책에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왜 미국이 EU나 중국에 뒤떨어졌는가?’”라고 썼다.

그는 자국 미국만큼이나 한국의 상황을 걱정했다. 리프킨 이사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화석연료 문명이 붕괴하는 시점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손실을 보는 국가는 한국이다”라면서 “지금 당장 준비하지 않으면 자식, 손자 세대에는 한국이 이류 국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또 그는 “문재인 정부가 화력발전에 의존하면서 수소 경제를 추진한다고? 그런 정책은 ‘거짓말(lie)’과도 같다”고도 평가했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2014)’ 출간 이후 6년 만에 책을 냈다. 미국이 유럽이나 중국에 뒤처지고 있어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원래 다른 주제로 5년 동안 책을 집필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11월 아내의 권유로 급히 출판 계획을 뒤엎었다. 글로벌 그린 뉴딜은 내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변화를 만들고 있는 분야로, 구체적 개념과 그간 성과를 알릴 시기라고 봤다. 계획을 급변경한 덕에 주 80시간 일하고 있지만 기쁘다.”


왜 지금이 중요하다고 봤나.
“2018년 국제연합(UN)은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계 파괴를 경고했다. 화석연료에 의존한 1·2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과오와도 같았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대기 중 수증기 함유량이 많아졌고 물의 순환체계가 급변했다. 실제 세계 전역에서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폭설, 홍수, 허리케인, 태풍이 발생하고 있다.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80년 후엔 종(種)의 절반 이상이 멸종 위기에 놓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책에서 화석연료 문명은 붕괴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싱크탱크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28년이면 화석연료 문명은 붕괴한다. 태양·풍력 에너지(이하 친환경 에너지)가 전 세계 전력의 14%를 차지하게 되는 시점이다. 이후부터는 에너지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된다. 실제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으로 각국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생산 목표를 법령화하고 있고 생산 비용도 급락세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도 자사 데이터 센터를 100% 친환경 에너지로 가동하고 있다.”

리프킨 이사장은 이러한 흐름을 3차 산업혁명으로 정의한다. 화석연료 기반의 1·2차 산업혁명 시대를 정리하고 친환경 에너지 기반의 새로운 경제 구조가 생겨난다고 봤다. 그는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 익숙하지만, 이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등장한 실없는 개념에 불과하다”면서 “인공지능(AI)과 같은 빅데이터 기술은 20세기 말부터 진행된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일 뿐”이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은 없어… 3차 산업혁명 ‘글로벌 그린 뉴딜’ 진행 중”

당신이 생각하는 3차 산업혁명이란.
“우선 산업혁명의 본질을 이야기해보자. 경제적 변혁이 발생하려면 통신, 에너지, 물류가 새로 등장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거버넌스, 거주 형태 등이 생긴다. 1차 산업혁명은 인쇄·전신, 석탄, 철도망, 2차 산업혁명은 전화·라디오·텔레비전, 석유, 내연기관 차량이 등장하면서 발생했다. 3차 산업혁명 시대는 디지털 인터넷(통신), 친환경 에너지(에너지), 전기·수소·자율주행차(물류)가 기반인 경제 시스템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우선 통신 측면에서 20세기 말부터 전 세계 인구를 연결하는 정보망인 디지털 인터넷이 보편화한 상태다. 친환경 에너지 인터넷망도 구축됐다. 사람들이 에너지를 자가 생산하고 유휴 생산분을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단계로 물류 부문 인터넷망이 구축될 전망이다. 차량에 붙은 센서가 위치 정보 등을 감지해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물류 인터넷이 최적의 경로로 주행을 안내해서 에너지 효율도 높인다. 3차 산업혁명 시대는 세 종류의 인터넷이 상호작용하는 사회다.”

그린 뉴딜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가.
“3차 산업혁명이 완성되려면 방금 설명한 세 종류의 인터넷을 연결하는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이 그린 뉴딜이다. 우선 도심 건물들에 사물인터넷(IoT)을 구축해서 통신, 에너지, 운송 인터넷망의 빅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정보를 수집한 각 건물은 전 세계 네트워크의 노드(연결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 노드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탄소배출량을 낮추는 것이다.”

설계가 복잡할 것 같다.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 개별 시설에만 집중하면 안 된다. 현재 ‘글로벌 기후 에너지 시장 협약’에 9000여 개 지방정부가 참여하고 있다. 이곳 소속 시장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그린 뉴딜 런드리 리스트(해야 할 일을 잔뜩 모아놓은 목록)를 만들고선 만족하는 경우다. 시장에게 그린 뉴딜을 보여달라고 하면 수소버스 10대, 친환경 빌딩 10동이 전부다. 이들을 연결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이 없다.”


왼쪽부터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한 자회사 ‘사이드워크랩스’와 ‘도요타’가 조성할 계획인 스마트시티 조감도. 사진 사이드워크랩스·도요타
왼쪽부터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한 자회사 ‘사이드워크랩스’와 ‘도요타’가 조성할 계획인 스마트시티 조감도. 사진 사이드워크랩스·도요타

“구글 ·도요타 시티 No” 공공성 보장돼야

리프킨 이사장은 현재 컨설팅 컨소시엄 TIR(3차 산업혁명)을 운영하면서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3개 녹색 시범 지역에서 20년 기한 그린 뉴딜 건설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 지역이었던 프랑스 오드프랑스는 계획 추진 6년 차에 접어들었다. 이곳에서 100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수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그가 경험으로 배운 그린 뉴딜의 이상적 추진 모델은 피어 어셈블리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전문가와 행정가가 협력하는 모델이다. 피어 어셈블리는 300명의 시민으로 구성하되 정기적으로 교체해서 이익집단의 목소리가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는 기업형 그린 뉴딜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구글은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한 자회사 사이드워크랩스를 중심으로 캐나다 토론토에 친환경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1월에 진행된 ‘CES 2020’에서 도요타도 친환경 인프라 ‘우븐 시티’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리프킨 이사장은 “기업이 인프라 소유권을 주도하면 시민사회가 반발하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산업계의 그린 뉴딜이 눈에 띈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 정부부터 우리는 공공시설 민영화를 지켜봤고, 기업이 인프라를 관리하면 공공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배웠다. 더군다나 IoT 기능까지 결합된 인프라라면 개인의 사생활 침해도 우려된다. 캐나다에선 구글이 ‘빅 브라더’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반대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구글이 인프라 구축을 돕길 원하지만, 관리는 시민의 몫이 되길 바란다.”

첨단 기술이 결합된 도시라면, 기업이 혁신에 더 적합하지 않나.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은 따로 있다. 에너지 서비스 기업(ESCO)으로, 중국에 생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회사, 전력 회사, 모빌리티 회사, 건설사가 파트너십을 맺고 인프라에 투자하고, 그들의 기술력으로 서비스 효율성을 높인 만큼만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공급자가 이용자와 성과 계약을 하는 셈이다. 이 계약에는 판매자와 구매자 대신 공급자와 이용자만 존재한다. 판매자가 인프라를 독점해서 가격 공공성을 낮추는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이다. 인프라와 빅데이터는 기업이 아닌 시민 소유로 남는다.”

한국에서도 가능하다고 보는가.
“충분히 가능하다. 예컨대 삼성, LG, SK, 현대차, GS칼텍스, KB국민은행과 같은 각 분야 대기업들이 파트너십을 만들어 총체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지역 기반 테크 기업도 협업하면 좋다.”


삼성·SK 준비됐어도 에너지 뒷받침돼야

한국의 그린 뉴딜 준비 정도는.
“기업은 삽을 뜰 준비가 돼 있다. 앞서 언급한 통신, 에너지, 운송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우선 디지털 인터넷망은 삼성과 SK가 특출난 분야고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몇 주 전에도 삼성의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연락해서 그린 뉴딜을 주제로 대화했고, 몇 달 전엔 최태원 SK 회장이 참여하는 포럼에 화상 채팅으로 함께했다. 그들은 뛰어들 준비가 됐다. 운송 부문에서 한국은 현대기아차가 있지 않은가. 다만 한국은 에너지 부문이 ‘아킬레스건’이다. 친환경 에너지 발전율이 4%에 불과한 반면 화력발전소 발전율은 68%에 달한다. 한국전력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리프킨 이사장은 “화석연료 문명이 붕괴할 경우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좌초자산을 떠안는다”고 경고했다. 좌초자산은 시장이나 사회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가치가 크게 떨어져 조기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할 위험이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화력발전소를 전면 가동 중지해야 하는 2040년에 한국의 좌초자산은 1060억달러(약 126조원)로 전 세계 1위다.

한국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는가.
“현재로서는 발전 시설이 모두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본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1~2년만 늦게 낮춰도 수년 후에 한국은 다른 국가에 뒤처질 것이다. 현재는 경제 10위 수준의 대국이지만, 20년 후엔 이류 국가에 머물 수도 있다. 당신의 자식과 손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심지어 한국은 국내엔 투자하지 않으면서 국경 밖에 자금을 대고 있다. 한국 연기금은 그린본드(친환경 활동에만 투자하는 종류의 채권)의 큰 손이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현명하게 ‘탈석탄 투자 선언’까지 했다.”

친환경 에너지는 생산 비용이 높다는 인식이 있지 않나. 특히 한국에선 지형적 요인으로 꺼리고 있다.
“2019년 마침내 친환경 에너지의 균등화 발전 단가(발전소의 건설, 설계, 운영에 드는 총비용과 수명 기간 발전으로 인한 총편익이 일치하도록 하는 발전 단가)가 천연가스보다 낮아졌다. 세상에서 가장 단가가 낮은 에너지라는 뜻이다. 생각해 보라. 태양과 바람은 비용을 청구하지 않아 한계비용이 ‘0’에 가깝다. 화력발전에 투입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발전에 투입되는 우라늄의 경우 모두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추세다(리프킨 이사장은 우라늄 구입 비용뿐만 아니라 원전 설비와 폐기물 비용을 고려해 경제성 측면에서 원자력발전을 반대한다). 또 UC 버클리와 스탠퍼드대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친환경 에너지 생산 역량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한국이다. 수출해도 될 정도로 충분한 역량이 있으면서도 그저 실천하지 않고 있는 것뿐이다.”

친환경 에너지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도중 그는 여러 저작을 언급했다. 그의 그린 뉴딜 모델은 그간 쌓아온 생각과 지식의 완성체와도 같았다. 리프킨 이사장이 인터뷰 도중 가장 긴 시간 동안 언급한 책은 ‘수소혁명(2002)’. 그는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를 저장하기에 가장 알맞은 형태”라면서 “각국에서 수소 경제에 기반한 친환경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화력발전소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수소 경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그런 정책은 ‘거짓말(lie)’과도 같다. 기후 변화 대응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알려주겠다. 수소는 ‘청정 수소(clean hydrogen)’와 ‘회색 수소(grey hydrogen)’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태양·풍력 에너지로 만들지만, 후자는 화석연료로 만든다. 후자의 경우 여러 정부가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따로 모아서 버리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한다. 이는 나쁜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돈을 쏟아부어 실험해봤지만 재정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꼽자면.
“다행히 한국전력이 제너럴일렉트릭(GE)과 에너지 그리드(인터넷망)를 설치하기로 협약했다. 남는 과제는 (인터넷망을 구성할) 친환경 에너지 발전량을 충분히 늘리는 것이다. 또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20~30년을 내다 보고 도시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특히 건물은 난방 등으로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주범으로 좌초자산 후보군이다. 건물을 전면 개조할 필요는 없고 가스 배관을 수소 전용으로 바꾸면 해결된다. 당장 내일 아침에도 실행 가능한 일이다. 건설 현장에도 관련 내용이 적용되도록 친환경 표준을 세워야 한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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