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1월 2일 임직원들과 함께 서울 중계본동 백사마을에서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1월 2일 임직원들과 함께 서울 중계본동 백사마을에서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유통 업계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은 ‘따뜻한 회사’로 통한다. 이 그룹을 이끄는 정지선 회장 효과다. 평소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정 회장이지만 협력사나 어려운 이웃, 여성, 아동 등을 돕는 일에는 발 벗고 나선다.

그의 배려심은 국내 실물경제를 꽁꽁 얼어붙게 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빛났다. 최근 현대백화점은 중소기업 브랜드 매장 관리 매니저 3000여 명에게 1인당 100만원씩 총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결정은 임원 회의에 참석한 정 회장이 “코로나19 여파로 단기 적자가 우려되지만 협력사와 매장 매니저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데서 비롯됐다.

중소기업 브랜드 매장 관리 매니저는 각 브랜드 본사와 계약하고 백화점 매장에서 발생하는 매출 일부를 수수료 형태로 받는다. 매장 매출 감소는 매니저 수익 감소를 의미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백화점 방문객 수가 크게 줄면서 지난 2월 수익이 100만원 아래로 떨어진 매니저가 16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을 들은 정 회장이 대책 강구를 지시한 것이다.

지원 대상은 현대백화점과 현대아울렛 21곳 전 점포에 입점한 중소기업 의류·잡화·리빙 브랜드 매장 관리 매니저 가운데  2~3월 월 수익이 급감한 매니저다. 대기업 계열 브랜드 소속과 매월 고정급을 받는 매니저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통 업체가 월 수익이 줄어든 매장 관리 매니저를 지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현대백화점은 정 회장의 제안으로 2000여 곳에 이르는 중소 협력사에 매월 지급하는 1600억원 규모의 납품 대금을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동안 대금 지급일을 기존 30일에서 10일로 앞당긴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2월 상생협력 기금 500억원을 긴급 조성해 협력사에 무이자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정 회장의 지속 가능 경영 노력은 최근 유엔(UN)이 현대백화점그룹의 사회 공헌 모델을 인정한 데서 또 한번 빛났다. 3월 9일 미국 뉴욕 UN 본부에서 열린 ‘제64회 UN 여성지위위원회’는 현대백화점그룹이 UN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지원SDGs협회에 제출한 여성·아동 사회 공헌 모델을 공식 의견서로 채택했다.

UN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기능 위원회 중 한 곳인 여성지위위원회는 모든 여성의 지위 제고와 권리 증진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여기서 채택된 공식 의견서는 UN 경제사회이사회 의장 명의로 각 회원국에 배포·권고된다. UN의 공식 입장이라는 의미다. UN에 영구 보관되기 때문에 193개 UN 회원국은 상시 해당 의견서를 열람할 수 있다.

UN 여성지위위원회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생애 주기별 여성 지원 프로그램인 ‘하이(H!) 캠페인’과 10대 소녀에게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하이걸(H!-Girl) 프로젝트’, 20~30대 출산 여성을 돕는 ‘하이맘(H!-Mom) 박스 프로젝트’ 등을 높이 평가했다. 의견서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이들 프로젝트를 통해 산모, 미혼모, 한 부모  가정, 갱년기 여성, 고령자, 저소득층 아동 등을 지원하는 모습이 자세히 기술됐다.

UN은 정 회장이 주도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사회 공헌 모델이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UN SDGs는 UN이 2000~2015년 실시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뒤를 이어 새롭게 설정한 17개 목표다. 사회(빈곤·질병·아동·난민), 환경(기후변화·에너지·물·생물다양성), 경제(주거·고용·생산·소비) 분야의 난제 해결에 집중한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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