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윤 강원대 정치외교학, 한국키요모토㈜ 영업 마케팅 대리 / 사진 유튜브 인터TV
손상윤
강원대 정치외교학, 한국키요모토㈜ 영업 마케팅 대리 / 사진 유튜브 인터TV

“대리님 ‘MBTI’ 뭐예요?”

“아, 저 최근에 해봤는데 INTP더라고요.”

“I라고요? E일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최근 어느 모임이든 알파벳 섞인 외계어가 대화 주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부장급 직장인 김용선(45·가명)씨는 회식 자리에서 젊은 사원들이 나누는 대화에 섞이지 못했다.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사원 한 명이 “요즘 이거 모르면 아싸(아웃사이더)예요!”라면서 성격 검사 링크를 메시지로 보냈다. 검사 결과는 ESFJ. “부장님, 가족한테 잔소리 심하신가 봐요. 혹시 그래서 저희한테도?” 부원들의 지적에 김 부장은 “어떻게 알았냐”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열풍’이 번지고 있다. MBTI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위스 심리학자 카를 융의 성격 유형 이론을 근거로 개발된 성격 유형 지표다. 검사자가 직접 93개에 이르는 상황에 자신이 보일 법한 반응을 택하면, 성격의 경향성을 담은 검사 결과가 도출된다. 네 가지 지표마다 상반된 두 가지 성향이 알파벳으로 표현된다. △외향형(E)과 내향형(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으로 구분하는데, 여기에서 나올 수 있는 조합은 총 16가지다. 예를 들어 ESFJ라면 ‘외향형+감각형+감정형+판단형’이다.


MBTI의 열풍에 올라타면 꼭 마주치는 유튜버가 있다. MBTI 전문 유튜브 계정 ‘인터TV’ 주인장 손상윤(31)씨다. 그는 매주 10분 남짓의 ‘MBTI 드라마’를 올린다. 기획·연출·주연 모두 손씨다. ‘길을 잃었을 때’ ‘지각했을 때’와 같은 상황에 따라 유형별 반응을 직접 연기한다. 영상 속에는 각기 다른 말투, 다른 표정, 다른 손짓의, 16명의 손씨가 화면에 차례로 나온다.

그의 특기는 유형 불문 모든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내는 것. 1000~2000개에 달하는 댓글 창에는 가지각색의 시청자가 등장한다. “ISTJ 유형 말 빨라지는 습관 제대로네요.” “ENFP 유형 저랑 똑같아요.” “ENTJ 실제로 저렇지 않나요?”와 같은 댓글이 달린다. 그 댓글들에 공감하는 꼬리 댓글들이 흡사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룰 정도다. 유튜브 팔로어는 아직 2만여 명이지만 동종 업계에서는 많은 수준이다.

16가지 유형의 인간을 모두 매료하는 그가 궁금했다. 5월 29일 서울 신도림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MBTI부터, MBTI 드라마, 유튜버 손상윤의 인기 비결까지 ‘MBTI의 모든 것’을 그에게 물었다.


오해하고 싶지도, 오해받고 싶지도 않아서 사람들은 MBTI에 빠진다

최근 MBTI가 유행하고 있다. 단순한 심리테스트 아닌가.
“그런 오해가 많다. 그러나 심리테스트처럼 이뤄지는 자기 보고식 검사는 MBTI의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차에 문을 열고 타고 시동을 거는 행위까지가 심리테스트인데, 그것만으로 자동차를 정의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MBTI는 무엇인가.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다. MBTI는 사람들이 특정한 정보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성격 유형이 크게 16가지로 나뉘고 유형별 행동 방식에 원리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임의적으로 보이는 행동이더라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접근 방식이다. 21세기 다원화 사회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다.”

타인을 어떻게 이해하나.
“MBTI의 원리를 깨달으면, 나에게 당연한 것이 타인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된다. 예컨대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상대가 있다. ‘왜 굳이 기분 나쁘게 말하지? 문제 해결이 우선인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상대는 ‘화가 났을 때 푸는 것’이 당연한 유형일 수도 있다. 이런 차이를 모르면 둘은 ‘서로가 틀렸다’면서 평행선을 달린다.”

그렇게 타인을 이해한 경험이 있나.
“다소 다혈질인 회사 상사가 있었다. 그 성격으로 살면서 겪었을 평판, 트라우마, 방어기제를 생각했다. 그 사람이 이해됐고 장점도 깨달았다. 그분은 불같은 성격인 만큼 열정이 넘쳐서 밤 11시에도 곧장 일을 처리했다.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가족관계에서도 그런 식으로 상대를 이해했다.”

그가 꼽은 기억에 남는 영상은 ‘MBTI 유형별 선생님’ ‘MBTI 유형별 부모님’. 모두 ‘익숙하고도 낯선 상대에 대한 이해’와 관련 있다. 선생님과 부모님은 공통적으로 자주 보면서도 마음에 쌓아둔 것이 많은 손윗사람이다. 손씨는 “겉모습 일부만 보고 ‘저 사람은 별로야’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면서 “‘내가 너를 오해하지 않을게’라는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들여다보고 싶다”고 했다.


엑셀에 16가지 유형 정리…가상의 인물에 공감’해야

16가지 유형을 혼자 연기한다. 어떻게 캐릭터를 분석하나.
“MBTI 체계의 원리에 집중해서 공부했다. 연구기관 논문, 자료집, 공식 사이트, 심리 관련 페이지 등에서 수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자료를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엑셀 16칸에 성격 유형별 자료를 빼곡히 기록했다.”

연기 비결은 무엇인가.
“유형별로 고정된 이미지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대신 가상의 16가지 인물을 만들고 그 순간 연기에 몰입한다. 그 인물의 일생, 타인의 반응을 의식하는 정도, 논리 구조를 신경 쓰는 정도, 시선 처리 방식 등을 고려한다.”

말투, 손짓, 시선도 모두 다르게 연기한다. 유형별로 비언어적 반응이 다른가.
“유형별로 일관된 법칙이 있지는 않다. ‘경향성’이 있을 뿐이다. 가령 100가지 상황 중에서는 외향형이 내향형보단 더 높은 빈도로 말을 빨리하거나 목소리를 크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향형이어도 그런 경우가 있다. 가족이나 애인 등 오랫동안 알아온 상대와 대화하는 경우다. 상황별로 다르다.”


ENTJ이기 이전에 손상윤입니다

MBTI는 자칫하면 낙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외향형이라고? 그러면 무조건 시끄럽겠군’과 같은 결론 도출이 가장 위험하다. 손씨의 인터뷰 답변에서는 이런 위험을 경계하는 ‘신중함’이 묻어났다. “제 MBTI는 무엇 같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도 “그런 질문을 자주 받지만 사실 답하기 어렵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는 “상대와 오랜 기간 지내지 않는 이상 MBTI를 맞히지 못한다”면서 “최대한 타인을 일반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왜 MBTI에 관심을 가졌나. 사람을 평소에 관찰하는 성격인가.
“관찰자형 인간은 아니다. 다만 어렸을 적부터 초인종이 울리면 기어가든, 걸어가든, 뛰어가든 문 앞으로 가장 먼저 나갔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을 좋아한다. 누구 하나 피해 보거나 억울한 것은 못 참는다. 사람의 단면만 보고 전부를 판단하지 않고 싶어서 MBTI에 관심을 가졌다.”

물론 MBTI 검사 결과가 상대의 이면을 완벽하게 보여주진 않는다. 성격 유형이 약자택일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외향형과 내향형이 49%와 51%의 비율로 나타난 검사자는 내향형이라고 판단된다. 49%의 외향형이 성격 해석 결과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나를 규정하지 말라’면서 MBTI 검사를 불신하는 사람도 많다.
“MBTI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살 정도의 정확도는 있는 것 같다. 다만 아무리 0.1%의 오차도 없는 성격 유형 검사가 있을지라도 타인에게 규정당하고 싶지 않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나도 ENTJ 유형이지만 그것이 손상윤의 전부를 규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00가지의 ENTJ 속성 가운데 몇 가지만 맞는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ENTJ와 손상윤의 정합성을 평가한다면.
“정합성을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MBTI는 언제까지나 나를 구체화하고 시각화하는 과정의 단초를 제공할 뿐이다. 맞지 않는 부분까지 과몰입해서 동일시할 필요가 없다. 가령 ENTJ는 ‘추진력 있고, 계획적이고, 무에서 유를 창조할 때 에너지가 넘치고,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고,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지 못하며,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주로 설명된다. 일부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이 왜 이렇게 많냐’는 말을 듣고 자랄 정도로 공감 능력이 높다.”

MBTI로 타인을 재단하는 사람도 있다.
“주객전도를 지양해야 한다. MBTI는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 중 한 가지일 뿐이다. 너라는 사람을 더 알고 싶어서 MBTI를 해볼 수는 있다. 그런데 역으로 ‘MBTI 세상에서 너는 무슨 유형일까’라는 심리로 타인에게 접근하면 안 된다. 오해받거나 규정되고 싶지 않은 인간의 본능에 실례(失禮)다.”

‘오해받고 싶지 않은 본능에 대한 실례.’ 손씨가 영상을 만든 계기와도 맞닿아 있다. 종종 MBTI 인터넷 카페에는 ‘이 유형은 친하게 지내지 마세요’ ‘이 유형 앞에선 절대 뒷담화를 하면 안 됩니다’와 같은 글이 올라온다. 회원 대부분이 나이가 어려서 바로 잡아줄 만한 사람이 부족하다. 손씨는 “MBTI가 유사 과학을 넘어서 미신 취급을 받는 지경이 안타깝다”면서 “일일이 피드백 댓글을 다는 데 한계를 느껴서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린다”고 했다.

그는 철칙에 따라 ‘유형별 궁합’과 같은 콘텐츠는 조회 수가 많이 나오지만 만들지 않는다. 사람들이 궁합이 맞지 않는 상대를 손쉽게 차단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어떤 관계든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앞으로 채널의 목표와 손상윤 개인의 삶의 목표를 물었다. 역시나 신중한 답변이 돌아왔다. “삶의 목표는 고정될 수 없어요. 30년 뒤의 삶의 목표를 30년 이전에 규정하기 어렵죠. 그렇지만 목표가 없는 것만큼 불행한 것도 없긴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목표는 무엇인가.
“주변 사람들이 나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이 내 계정을 보기 이전보다 보고 난 이후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MBTI별 궁합처럼 결과적으로 인간관계에 해가 되는 콘텐츠를 다루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래 자녀와 장인 장모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은 채널을 만들고 싶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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