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위기와 미래를 그린 기업소설 ‘도요토미의 역습’. 저자는 도요타의 수소차 전략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사진 아마존 재팬
도요타의 위기와 미래를 그린 기업소설 ‘도요토미의 역습’. 저자는 도요타의 수소차 전략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사진 아마존 재팬

소설책 한 권이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 화제였다. 지난해 말 나온 ‘도요토미의 역습: 소설·거대자동차기업(トヨトミの逆襲: 小説·巨大自動車企業)’이다. 도요토미는 말할 것도 없이 도요타(Toyota)자동차의 창업자 가문인 도요다(豊田)를 지칭한다.

가지야마 사부로(梶山三郎)라는 가명의 ‘복면 작가’가 기업소설 형식을 빌려 도요타 위기의 내막과 미래를 얘기한다. 지난해까지 영업이익만 연 25조원 이상 꾸준히 내놓은 초우량 기업 도요타에 대해 ‘이대로 좋은가’를 끊임없이 묻고 있는 것이다.


日 기업소설, 도요타 수소차 전략 맹비판

특히 일본에서 회자되는 부분은 도요타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전략에 대한 맹비판이다. 소설은 도요토미자동차(실제는 도요타자동차)의 사장인 도요토미(도요다 아키오 현 사장)가 하이브리드카 ‘프로메테우스(프리우스)’ 이후에 발표한 수소차의 보급에 실패하면서 전기차 개발로 급선회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수소차만 고집하다 전기차 확산의 흐름을 읽지 못해 위기에 빠졌다고 경영진이 뒤늦게 판단한 것.

이후 도요토미자동차는 ‘CASE’ 즉 커넥티드(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ed), 전기차(Electric)라는 네 개 기술의 큰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다. 테슬라가 일본 자동차 업계에 가져온 충격이 얼마나 큰지, 또 도요타가 전기차로 방향을 트는 과정에서 협력업체와 벌어지는 반목과 마찰, 소프트뱅크 같은 정보기술(IT) 업체와 제휴 등, 현실과 ‘뇌피셜’을 넘나들지만, 사실에 기반하거나 사실감 있는 내용이 이어진다.

소설이 주장하는 바는 명확하다. ‘도요타가 수소차에 올인하다 실패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테슬라에 빨리 대응해야 하고, 전기차와 자율주행, 커넥티드카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소차로 세계를 제패한다는 전략을 고집하다가는 도요타는 물론 일본 자동차 산업 전체의 미래가 위험하다는 것. 이와 관련해 일본의 업계 전문가 몇 명에게 문의해 본 결과 “소설이지만 수소차에 대한 비판에 일부 공감한다”는 대답이 꽤 나왔다.

도요타는 2002년에 처음 수소차인 FCHV를 발표하고, 이후 2014년 ‘미라이(MIRAI)’를 판매하면서 본격적인 보급에 나섰다. 그러나 미라이 판매 대수는 2018년 574대, 2019년 644대, 올해 상반기 157대라는 초라한 실적을 냈을 뿐이다. 도요타 이외에 혼다도 ‘클래리티’라는 수소차를 판매하고 있지만, 올 상반기 18대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올해 일본 수소차 보급, 전망의 100분의 1

이는 애초 일본의 수소차 보급 계획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 2014년 딜로이트는 일본 내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전망에서 2018년 1만 대, 2019년 2만2000대, 2020년 5만 대로 예측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일본의 수소차 총보급 대수는 175대. 6년 전 딜로이트 예측의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는 수소 경제와 수소차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정부와 현대차가 여기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기세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까지 발표했다.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 대와 충전소 1200곳을 구축해 일자리 42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수소차 양산 계획을 내놓고 있는 업체는 도요타와 현대차뿐이다. 혼다도 하고 있지만, 보급을 늘릴 기미가 없다. 수소차 개발 역사가 가장 길고 기초 기술 축적도 많았던 GM은 현재 수소차 대신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6년간 수소차 ‘네카’를 개발해 왔던 벤츠도 최근 개발을 중단했다.

현대차와 수소차 공동 개발을 추진해 왔던 아우디 역시 최근 개발을 중단했다. GM·벤츠 등이 포기한 이유는 ‘유망은 하지만 당장 살아남기 위해 집중할 기술은 아니다. 한정된 자원의 투입 순서에서 전기차·자율주행 등이 더 시급하다’는 것. 실제로 유럽이 발표한 수소 경제 로드맵에서 수소차 비중은 작다. 수소를 유럽에서 생산되는 그린에너지의 저장·운반체계로 보고, 그 에너지 기반을 구성하는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수소차의 양산 경쟁은 당분간은 도요타와 현대차의 싸움이다. 한국이 수소차 기술을 선도하고 부를 일구는 데 성공하려면, 국내 기반은 기술 축적을 위해 키우되, 결국 이를 기반으로 대량 수출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대차가 이미 15년간 수소차를 개발해오며 글로벌 톱클래스 기술력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해외 정부·기업과 연계해 큰 수요를 따내지 못하면 국내 수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는 올해 1~7월 한국에서 3312대가 팔려, 단일 국가의 수소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해외 판매량은 769대에 그쳐 아직 보급이 국내 중심에 머물러 있다.


일본 참고한 한국은 이제부터 수소차 올인

수소차 관련 기술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기 때문에, 기술 우위보다는 누가 시장을 장악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수요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 그것도 나중이 아니라 가까운 시일 내에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가 성공을 가늠하는 거의 전부다.

일본 내부에서는 실패 논란이 있지만, 수요 확보 측면에서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은 도요타·중국 연합이다. 도요타는 올해 연말 자사의 수소차인 미라이 2세대 모델을 내놓는데, 고급 대형 세단에 얹어 소비자에게 ‘친환경차+럭셔리카’의 이미지로 대결할 계획이다. 더 중요한 것은 원가 경쟁력. 현대차의 수소차 모델인 넥쏘의 원가가 7000만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도요타의 경우 넥쏘 동급 모델의 원가를 2세대에서 5000만원 이하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대량 보급에선 원가 경쟁이 생명이다. 원가를 낮추지 못하면 대량 보급이 대량의 적자로 누적되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중국 5개사와 연료전지 개발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최근 닛케이가 전했다. 도요타가 65% 지분을 갖고, 칭화(淸華)대, 그리고 베이징·제일·둥펑·광저우자동차 등 중국 4개 대표 자동차 기업이 각각 5~15% 지분을 출자한다. 합작회사가 개발한 수소차 시스템을 2022년까지 중국의 트럭·버스에 제공한다. 중국은 전기차·수소차 등을 ‘신에너지차’라고 부르는데, 2025년까지 신에너지차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도요타는 이외에도 독일 BMW에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한다. 2022년 BMW X5 수소차 모델이 도요타 시스템을 탑재하고 출시될 예정이다.

일단 수요 확보 경쟁에서 도요타의 계획이 돋보이지만 이보다 복잡한 문제가 있다. 한국이 수소차 전략을 벤치마킹했던 일본과 도요타 주변에 이 전략에 대한 심각한 의문과 위기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미래 이동 수단에 대한 선택이 전기차냐 수소차냐,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장거리용 트럭 등에서는 수소차의 장점이 있다. 전기차·수소차가 함께 가기는 하겠지만, 문제는 수소차가 언제쯤 어느 정도 규모로 보급될 것인가다. 여기에 큰 승부와 가능성과 의문이 여전히 존재한다.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전문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