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혁신’은 경제 생태계를 지배하는 단어로 떠올랐다. 스타트업 붐이 일면서 혁신에 대한 사회적 열망도 더욱 거세졌다. 택시와 모빌리티 업계의 갈등 속에서 가장 많이 이용된 단어가 혁신이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기술이 주목받는 현재, 혁신은 시대적 요구가 됐다. 그렇다면 세계 속에서 한국의 혁신 수준은 어느 정도로 평가될까.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인시아드, 코넬대와 공동 연구한 ‘2020년 글로벌 혁신지수 보고서(GII·Global Innovation Index Report)’를 9월 2일 발간했다. 2019년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국가별·도시별·기업별 혁신지수를 분석한 결과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처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 10위에 올랐다. 매년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혁신 클러스터 도시 순위로는 서울이 전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다만 한국 경제를 이끄는 글로벌 브랜드는 삼성그룹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대로 내용을 분석했다.


포인트 1│글로벌 혁신지수, 한국 첫 10위…1위 스위스 닮은 ‘대칭형 모델’

올해 한국의 글로벌 혁신지수는 전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위에서 한 계단 올랐다. 한국의 혁신지수는 2007년 19위에서 올해까지 아홉 계단 상승했다.

글로벌 혁신지수는 투입(input) 지표와 산출(output) 지표의 평균값이다. 투입 지표는 혁신에 필요한 제반 여건을 의미한다. △제도 △인적 자본 및 연구 △인프라 △시장 고도화 △기업 고도화에 해당한다. 산출 지표는 혁신의 결과를 평가하는 지표다. △지식·기술 산출 △창의적 산출이 평가 대상이다. 총 7개 지표를 80개 세부 지표로 나눠 평가한다.

한국은 투입 지표 가운데 △인적 자본 및 연구 분야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제도 분야에서 29위에 머물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산출 지표는 각각 △지식·기술 산출 11위와 △창의적 산출 14위로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종합하면 투입 지표와 산출 지표가 각각 10위로 동일하게 나왔다.

한국은 투입 지표와 산출 지표가 균형을 이루는 ‘대칭형 모델’에 해당한다. 반면 순위권에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는 ‘비대칭형 모델’을 따른다. 싱가포르(종합 8위)는 투입 지표가 1위인 반면 산출 지표는 15위에 그쳤다. 투입 지표에 비해 산출 지표가 낮다. 중국(종합 14위)은 반대다. 중국의 경우 투입 지표는 26위, 산출 지표는 6위다. 싱가포르는 혁신 환경이 좋은 반면 이를 수행할 독자적인 기업이 부족하다. 반면 중국은 혁신 환경이 부진해도 바이두·텐센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는 덕분이다.

글로벌 혁신지수 1위는 9년 연속 스위스가 차지했다. 연구를 진행한 브루노 랑방 인시아드 글로벌지수 실무 디렉터는 “스위스는 거의 모든 지표에서 안정적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투입 지표와 산출 지표가 균형적인 한국은 스위스 모델을 따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포인트 2│서울, 혁신 도시 클러스터 3위…실리콘밸리 제쳐

서울이 일본 도쿄-요코하마 지역, 중국 선전-홍콩-광저우 지역에 이어 전 세계 혁신 도시 클러스터 순위 3위를 차지했다. 대전과 부산은 각각 22위와 75위를 기록했다.

혁신 도시 클러스터 순위는 특허 출원 수와 과학 출판물의 수로 계산한다.

지역별로 보면 상위 10위권 지역에 아시아 국가 도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했다. 일본 도쿄-요코하마(1위), 중국 선전-홍콩-광저우(2위), 한국 서울(3위), 중국 베이징(4위), 일본 오사카-고베-교토(6위), 중국 상하이(9위)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산호세-샌프란시스코 지역은 5위에 머물렀다. 다만 산호세-샌프란시스코 지역은 인구수가 아시아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인구수 대비 특허 출원 수와 과학 출판물 수를 산출하면 산호세-샌프란시스코 지역이 전 세계 1위를 차지한다.

랑방 디렉터는 “상위권에 포진한 혁신 도시 클러스터는 정부 주도 모델과 민간 주도 모델이 혼재돼 있다”면서 “성공하는 클러스터 모델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혁신 클러스터 도시 1위인 요코하마 일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발했고, 2위인 선전 일대는 중국이 정치적 이유로 본토에 홍콩과 비슷한 공간을 만들었다. 반면 실리콘밸리는 인근 스탠퍼드대 등 대학을 기반으로 탄생한 민간 주도 모델이다.


포인트 3│삼성 나 홀로 견인하는 경제는 결함

글로벌 상위 25개 브랜드의 국가별 분포를 살펴보면 미·중 편중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10개(40%), 중국은 9개(36%)의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상위 25개 글로벌 브랜드로는 삼성그룹 한 개뿐이다.

미국과 중국엔 2000년대 이후 설립된 비교적 신생 기업도 포진해 있다. 페이스북과 위챗이 대표 사례다. 반면 나머지 국가의 경우 자동차 기업(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도요타)과 에너지 기업(로열더치셀·사우디아람코), 전자 기업(삼성그룹)이 주를 이뤘다. 모두 전통적인 특색이 강한 기업이다.


plus point

[Interview] 브루노 랑방 인시아드 글로벌지수 실무 디렉터
“중국과 싱가포르보다 한국이 안정적 모델”

브루노 랑방 인시아드 글로벌지수 실무 디렉터는 9월 2일 ‘이코노미조선’과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은 혁신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면 그만큼의 기업 실적이 나오는 국가”라면서 “유명한 대기업이 없는 싱가포르와 비즈니스 환경이 좋지 않은 중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 체계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혁신의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교육 분야에서 세계 28위, 대학교육 분야에서 세계 3위,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ICT 인프라 분야에선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다만 그는 한국이 아직 개선할 분야로 제도적 측면을 뽑았다. 한국의 제도 분야 전 세계 순위는 29위로, 평가 지표 가운데 가장 낮다. 랑방 디렉터는 “정책·정치 환경, 규제 환경, 비즈니스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특히 규제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환경 평가 지표 가운데 하나인 정리 해고, 급여 비용이 세계 102위를 기록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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