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오른쪽) LG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커넥티드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LG
구광모(오른쪽) LG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커넥티드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 SDGs(지속가능개발목표)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0 글로벌 지속 가능 리더 100인’에 포함됐다. 구 회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CEO,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UN SDGs협회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해 친환경 모빌리티 확산에 기여하고, 기후 변화 대응과 사회 공헌에도 앞장서는 등 글로벌 기업 리더로서 역량이 돋보인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97세대(1970년대 출생·1990년대 학번) 대표주자인 구 회장은 40대 후반이던 2018년 LG그룹의 운명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랐다.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을 뚫고 나가야 하는 살벌한 시기에 선장 자리를 맡았지만, 구 회장은 약육강식(弱肉强食)·적자생존(適者生存) 등의 자세보다는 상생(相生) 경영을 중시했다. 후계자 경영수업 당시 겸손과 배려의 중요성을 강조한 고(故) 구본무 전 LG 회장의 가르침이 영향을 끼쳤다.

구 회장의 상생 경영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힘들어한 올해 특히 빛났다. 그는 LG만의 강점이 담긴 ‘착한 기술’로 어려움에 빠진 협력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전 계열사에 강조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협력사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 지원에 나섰다. LG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8년부터 국내외 협력사가 생산 설비를 자동화하고 정보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2차 협력사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또 협력사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실시한 ‘로봇 자동화 교육 과정’을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LG전자는 협력사들이 자금난에 시달릴 것을 고려해 협력사 대상 무이자 대출 규모를 기존 400억원에서 550억원으로 확대했고, 자금 지원 일정도 예년보다 4개월 앞당겼다. 해외에 나갔던 협력사가 국내에 들어오거나 국내 생산을 확대할 경우 구매 물량을 보장해주고 컨설팅 등의 지원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통신 계열사인 LG유플러스는 올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상황이 발생하자 전국 15개 교육청에 교육용 스마트패드 1만 대를 기증했다. 정부의 교육청별 스마트 기기 무상 임대와 별개로 회사 차원에서 각 시도 교육청에 교육용 스마트패드를 지원한 것이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는 스마트스쿨 구현에 유용한 ‘U+ 원격수업’ 솔루션을 3개월간 시범 서비스로 무상 제공해 교육 현장의 온라인 수업에 손을 보탰다.

LG생활건강은 언택트(비대면) 소비 확산에 따른 고객 감소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화장품 가맹점을 위해 온라인 통합 플랫폼을 개설했다. 직영 온라인몰 매출을 가맹점 몫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이 통합 플랫폼의 특징이다. 구매자가 ‘마이 스토어’를 설정해 주문하면, 해당 주문 건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구매자가 지정한 가맹점에 귀속된다.

LG이노텍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 협력사를 위해 총 1500억원 규모의 상생 금융 지원에 나섰다. 운용 중인 63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협력사가 긴급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4월부터 조기 집행했고, 심사 기준 완화와 자금 지급 절차 간소화도 추진했다. 협력사의 현금 흐름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약 850억원 규모의 납품 대금과 금형비도 조기 지급했다.

최근 구 회장은 경기도 이천에 있는 LG인화원을 무증상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LG인화원은 원룸 형태의 객실 300실을 보유하고 있다. 음압병실이나 감염병 전담 시설에 들어갈 필요가 없는 무증상 환자가 LG인화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구 회장은 수도권 지역 확진자의 80% 이상이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인데 치료 시설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을 결정했다.


LG생활건강 직원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기부 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사진 LG
LG생활건강 직원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기부 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사진 LG
LG전자 협력사 직원들이 경기도 평택 LG전자 러닝센터에서 로봇 자동화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LG
LG전자 협력사 직원들이 경기도 평택 LG전자 러닝센터에서 로봇 자동화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LG

‘탄소 중립’ 성장 선언

구광모호(號)는 환경 경영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환경친화적 경영이 필수 덕목으로 자리 잡은 국제 사회 흐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위해서다. 환경 규제 강화 추세에 대응하면서 친환경 제품·기술 개발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것이 구 회장의 생각이다.

올해 7월 LG화학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2050 탄소 중립 성장’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순 증가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게 이 목표의 핵심이다. 이 회사는 또 국내 기업 최초로 2050년까지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RE100’ 캠페인을 펼친다고 밝혔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PCR(Post Consumer Recycled) 수지 개발, 폐배터리 재사용 기술 개발 등의 자원 선순환 활동도 LG화학의 환경 경영 사례다.

특히 LG화학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선도할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한다. 구 회장은 LG화학이 국내 화학 기업 중 유일하게 매년 매출액의 3~4%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R&D 비용이 1조원을 돌파했는데, 그중 30% 이상을 배터리 분야에 쏟아부었다. 관련 특허를 1만6600건 이상 확보한 상태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2017년 대비 50% 수준으로 줄이는 내용의 ‘탄소 중립 2030(Zero Carbon 2030)’을 선언했다. LG하우시스는 ‘리사이클 가구용 필름’을 개발해 환경 경영에 적용했다. 이 필름을 전용면적이 84㎡인 아파트 한 개 가구 주방가구(싱크대)에 적용할 경우 약 70개의 페트병이 재활용된다. 또 LG유플러스는 서울 용산 사옥과 아시아 최대 규모의 평촌 메가센터(IDC)를 친환경 건물로 지었다.

상생과 환경을 강조한다고 해서 경영 성과가 부실한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100조원을 밑돌던 LG그룹 13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현재 120조원을 웃돈다. 구 회장은 올해 5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며 과감한 도전 문화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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