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 급등으로 주택 보유 여부와 주택 위치에 따라 자산 격차가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집값 급등으로 주택 보유 여부와 주택 위치에 따라 자산 격차가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정아(34·가명)씨는 결혼하면서 2016년 12월 서울 공덕동에 전용면적(이하 전용) 85㎡짜리 아파트를 장만했다. 당시 김씨는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과 주택담보대출, 시부모 증여를 통해 6억7000만원에 아파트를 매수했다. 약 4년이 지난 현재 이 아파트 호가는 16억원에 이르고, 10월 15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매수 시점보다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현재 아이 두 명을 키우는 김씨는 월급의 대부분을 생활비로 사용한다. 여기에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며 빡빡한 생활을 이어 가고 있지만, 갚는 돈이 곧 순자산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견딜 만하다. 그나마 부동산 뉴스를 볼 때마다 또래와 비교하면 빨리 집을 산 것이 다행이라며 남편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린다.

대기업 직장인 윤승규(35·가명)씨는 2015년 5월 경기도 김포시 구래동 주상복합 전용 79㎡를 3억4000만원대에 분양받아 2018년 2월에 입주했다. 결혼 후 2년간 서울 강동구 빌라에서 살다 이 돈이면 차라리 수도권에 집을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 게 계기였다. 당시 담보인정비율(LTV) 70%를 모두 적용해 대출받아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투자를 강행했다. 이 아파트는 11월 27일 6억5000만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달성했다. 최근 실거래가는 6억3000만원, 호가는 7억원 정도다. 10월부터 비규제지역 수혜가 두드러지면서 집값이 급등한 영향이다.

현재 김씨와 윤씨의 부동산 자산 격차는 9억원에 이른다. 김씨가 공덕동 집을 산 2016년 12월만 하더라도 당시 김포 아파트 분양권과 가격 차이는 3억원 정도에 불과했는데, 4년 만에 자산 격차가 세 배 벌어진 것이다. 당시 자금 사정상 서울에 집을 장만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윤씨는 “서울에서 버티며 집을 샀으면 지금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러면서 윤씨는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서울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라고 말했다. 김씨는 “집값이 많이 오른 건 사실이고, 당시에 집을 안 샀더라면 지금은 아찔했을 것”이라면서도 “서울 웬만한 곳의 집값은 다 올랐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벽이 높아진 게 불만이라면 불만”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윤씨는 모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주택 시장 과열이 넘을 수 없는 자산 격차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부지런히 살다 보면 언제든지 자산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서울 웬만한 지역도 10억원 넘게 집값이 치솟는 걸 본 무주택자들은 더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사다리에 올라타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자녀 교육과 출퇴근을 위해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에서 서울 중심지로 이동하려던 주택 보유자는 벌어진 매매가 갭(gap·차이)과 대출 규제에 좌절하고 있다.

결혼정보 업체 듀오가 지난 8월 ‘2030’ 무주택자 미혼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10년 이내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희망 없는 2030세대는 집 한 번 사보겠다며 ‘영끌’ 투자와 주식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에서 주택 유무가 앞으로 자산 형성 과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상위 10% 주택 자산 가액, 하위 10%의 41배 달해

주택 가격 급등으로 인한 자산 격차 심화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이 11월 17일 발표한 ‘2019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주택을 소유한 상위 10%의 평균 주택 자산 가액은 11억300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위 10%(2700만원)의 41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2018년 (37.6배)보다 격차가 커졌다. 또 상위 10%의 평균 주택 수는 2.55가구, 평균 주택 면적은 120.9㎡로 나타난 반면, 하위 10%의 평균 소유 주택 수는 0.97가구, 평균 주택 면적은 62㎡로 조사됐다. 상위 분위로 갈수록 평균 소유 주택 수와 주택 면적, 가구원 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자산 불평등에서의 주택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1년 0.388에서 2018년 0.345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지니계수는 빈부 격차와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을 나타내는 수치다. 0~1 범위이며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소득 상위 20% 계층의 평균 소득을 소득 하위 20% 계층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5분위배율도 2011년 8.32배에서 2018년 6.54배로 감소했다.

하지만 거주 주택 자산과 부동산 자산을 중심으로 상·하위 그룹 간 자산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순자산 하위 1오분위(순자산을 5오분위로 구분)의 2019년 총자산 중윗값은 3252만원으로, 전체 중윗값(4억3191만원)의 7.5%였고, 순자산 상위 5오분위의 총자산 중윗값은 12억7111만원으로 전체 중윗값의 294.3%에 해당했다.

오민준 국토연구원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부동산 자산을 많이 보유한 가구의 자산 규모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서로 다른 수준의 부를 축적하게 해 사회적으로 ‘불평등’ 문제가 야기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2018년 주거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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