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전년보다 48.5% 감소한 2만5931가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2021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전년보다 48.5% 감소한 2만5931가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2021년 주택시장을 자극할 요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 조기 분양에 나서며 내 집 마련을 향한 조바심은 어느 정도 사그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수요자가 원하는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에는 신축 아파트 공급이 더뎌 주택시장의 불안을 자극하는 ‘뇌관’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12월 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1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5931가구다. 2020년(5만386가구)과 비교하면 48.5% 줄었다. 경기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2021년 입주 예정 물량은 8만5801가구로, 전년(11만4735가구)보다 25% 넘게 감소했다.

공급이 감소하는 와중에 수요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12월 7일 기준으로 103.8로, 전주보다 3.4포인트 올랐다. 수도권은 120으로 3.2포인트 오르며 기준선인 100을 넘어섰다. 이 지수는 0~200 범위로,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100을 밑돌면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 영향으로 집값도 들썩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집계하는 서울과 경기도 주간 아파트 매매가는 12월 7일 기준으로 각각 0.03%와 0.27%를 기록했다. 비규제지역인 부산 강서구(1.32%), 울산 남구(1.15%)를 중심으로 지방에서도 기록적인 과열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 집값이 워낙 오르다 보니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며 매수로 돌아서는 수요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내년뿐만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따르면 2019년 서울 주택 건설 인허가 실적은 6만2272가구이며, 올해 1월부터 10월까진 4만5625가구다. 2013~2016년 연평균 인허가 물량이 8만 가구에 육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만 가구가량 감소했다. 경기도 역시 2019년과 올해 1~10월 인허가 실적이 각각 16만5424가구, 10만8095가구로 예년보다 줄었다. 보통 인허가 절차를 끝내고 3년 정도 후에 주택이 준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주택 공급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만성 수급 불균형 우려

전세 대란도 주택 수급 불균형을 가중시키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세 물건이 씨가 마르자 수요자들이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자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12월 14일까지 등록된 서울 11월 아파트 매매 건수는 4452건으로, 이미 전달을 넘어섰다. 실거래가 신고는 거래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시·군·구청에 해야 한다. 12월 말까지 11월분 실거래가 신고가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매건수는 더욱더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경기도 역시 1만8019건으로 전달 거래량(1만7700건)을 웃돌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내년 주택시장 움직임은 전세난이 핵심이며, 자칫하면 ‘꼬리(전세)’가 ‘몸통(매매)’을 흔드는 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전세가 비율이 높은 지방 매매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공급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주택 수요자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공공주택 중심의 정책을 발표하며 ‘변죽’을 울리고 있다. 11·19 부동산 대책을 통해 2022년까지 수도권에 7만 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11만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공임대 공실을 활용하거나 공공전세주택 등이라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주거·거주 형태가 아니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시장에 영끌로 대답했지만, (수요 파악을 잘못하는 등) 핵심 내용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입지가 양호한 지역에 새 집을 공급할 수 있는 주택 개발 사업은 서울에선 여전히 요원하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정비사업조합의 사업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의 경우 지난해 일반분양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아직도 분양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1만2032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로 거듭나며 일반분양만 4841가구에 이른다. 최근 거론되는 서울 역세권 고밀도 개발도 뾰족한 해법은 아니다. 그동안 정부가 펼쳐온 주택 정책 기조상 민간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요자가 원하는 민간 분양보다는 공공 중심의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


plus point

수도권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해법 될까

정부가 내년부터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와 경기도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등 수도권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진행하는 건 주택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주택시장에 머물러 있는 매수 대기 심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정부는 2021~2022년 6만2000가구의 사전청약을 진행한다.

다만 사전청약 이후 실제 계획대로 착공과 준공으로까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이 사업을 주도했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물러날 예정인 데다 문재인 정권도 후반기로 가고 있어 신도시 개발 같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의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주택 수급을 개선하는 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거주 기간이나 부양가족, 무주택자 자격을 관리하며 3기 신도시 청약을 준비한 수요층은 애초 기존 주택시장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들이 사전청약을 한다고 해서 주택시장 수요자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은 주택 공급 측면에서 총량을 늘린 것이 아니라 입도선매하는 형태로 봐야 한다”며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물량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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