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교언 서울대 도시공학 학·석·박사,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이사, 한국부동산분석학회 이사, 국토교통부 신도시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심교언
서울대 도시공학 학·석·박사,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이사, 한국부동산분석학회 이사, 국토교통부 신도시자문위원회 자문위원

2020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전세가 폭등으로 인한 혼란’이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법률로 통과된 7월 이후의 급등세는 최근 보기 힘들 정도의 폭등이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가구 분화가 많아져서, 세계적 저금리 기조라서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는 식의 변명을 하다 급기야 이전 정부 탓을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사실 이번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전셋값 관리를 잘한 정부로 꼽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KB 주택가격지수 기준)을 보면, 전국 -0.2%, 수도권 1.69%, 서울 4.77%, 강남 6.03%, 지방 -5.07% 수준이었다. 3년 1개월 동안의 상승률이니 역대급으로 관리가 잘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통과된 이후부터 전과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상승분을 살펴보면 전국 4.88%, 수도권 6.83%, 서울 8.67%, 강남 10.36%, 지방 2.24%였다. 앞선 3년 1개월 상승률보다 최근 4개월 동안 훨씬 더 큰 폭으로 급등한 셈이다. 강남, 서울을 넘어 수도권, 전국으로 정책의 후폭풍이 이어졌다. 저금리, 가구 분화 급증 등 정부 변명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전셋값 폭등은 한동안 안정적이었던 매매가마저 다시 상승으로 돌리며 부동산 시장 전반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24차례의 부동산 정책 후 벌어진 결과라니 너무나 참담하다. 정부는 자신들의 의도대로 ‘서민이 얼마나 살기 좋아졌는지’ 반성하고, 현재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인지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

이번 정부는 특이하게도 ‘부동산 가격의 불안을 다주택자가 야기했다’고 규정한다. 그들이 임대주택의 절대다수를 공급하고 있는데도 투기꾼으로 규정한 것이다. 정부는 잘못된 진단을 바탕으로 다주택자 규제를 시작했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세계적 수준으로 강화하면서 “그들은 몇 명 되지 않으니, 일반 국민은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최고 세율을 현행 3.2%에서 6%(기타 세금 포함 시 7.2%)로 인상하기로 했다. 20년 정도 지나면 국가가 부동산을 가져가는 형태다. 보유세를 강화할 경우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어 사회 전체적으로 오히려 폐해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금처럼 전세난이 심각할 경우 이러한 증세는 고스란히 세입자가 떠안게 된다. 조세 전가가 만연해 서민의 생활고는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 고위인사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마저도 “개를 줄이고 싶으면 개에다 세금을 매기면 되고, 주택을 줄이고 싶으면 주택에 세금을 매기면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1년 미만 보유 주택을 매각할 때 적용하는 양도세 최고세율은 70%(기타 세금 포함 시 77%)로 올렸다. 정부는 “양도세를 올리면 물량이 쏟아져 나와 가격이 안정된다”라고 했으나, 오히려 물량동결 효과로 시장에서는 매물이 씨가 마르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결과는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증여를 통해 불평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커졌다. 최근에는 양도세도 세입자에게 일부 전가돼 서민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취득세는 최고 12%로 올랐다. 앞선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비슷하게 “거래 관련 비용은 낮추고 보유 비용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현 정부는 거래세·보유세 모두 급격히 올리고 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최초의 길을 걷는 셈이다.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만 봐도 ‘거래 관련 비용을 올리면 자원 배분의 왜곡이 일어나 사회 전체가 피해를 본다’라고 서술하고 있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는 어떠한가. 금융 건전성 규제인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을 부동산 규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기발했지만, 서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자금력이 부족한 서민의 경우 이러한 규제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상당 부분은 생계형 대출로 알려져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자영업 종사자 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도 시장에는 충격이 크다. 등록임대주택 중 대다수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91.9%), 비아파트(74.4%)로 투기라고 보기 곤란하다. 더욱이 이번 정부는 정권 초기 임대사업자의 사업을 장려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제 생계에 위협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앞으로 임대주택 공급물량이 더욱 줄어들면, 결국 서민이 더 힘들어지게 된다.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소 유리창에 붙은 아파트 매매가격표를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소 유리창에 붙은 아파트 매매가격표를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집주인·세입자 갈등 낳은 임대차 2법

하이라이트는 임대차 2법이다. 학계에서는 전월세상한제를 ‘임대료 상한제’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세입자 보호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과도한 세입자 보호책은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 간 불평등을 확대했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도 증폭시켰다. 보장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면서, 시장에서는 전세 물건 자체가 사라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세입자에게 나가라고 뒷돈을 주거나, 집을 구한 뒤 임차인에게 돈을 더 주는 ‘열쇠 대금’이 횡행했다. 전세난과 관련해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자유롭지 않았다. 그는 서울 마포 전셋집은 주인이 들어와 비워야 하고, 소유하고 있는 경기 의왕 아파트는 세입자가 갱신권을 청구하면서 안 나가겠다고 해 ‘자승자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임대료 상한제는 중장기적으로 공급을 더욱 위축시키고, 품질마저 저하시킬 가능성이 크다. 오죽했으면 맨큐는 자신의 경제학 교과서에서 북유럽 학자의 말을 언급하며 ‘도시를 파괴하는 효율적인 수단’이라고까지 하지 않았나. 무릇 정책을 만들 때는 역효과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정부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 되뇌는 탓에 서민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지금의 심각한 전세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전세 공급을 늘리고 전세 수요를 줄이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월세를 전세로 돌리면 전세 공급은 단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물론 전세로 전환하는 임대인에게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폭증한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린다면 전세 수요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전세세입자들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이들에게 물량을 공급하는 다주택자에게도 세제 혜택을 부여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는 하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는 무엇이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는 것인지 고민하고,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또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치적 입장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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