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가파르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가파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회복에서 중국이 1강(强)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초 감염·확산지이면서도 상황을 일찍 억제한 중국의 경제가 여전히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각국에 비해 약진하고 있다.

물론 중국 경제를 불안하게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조 바이든 신임 미국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견제 정책만큼은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에 대한 정부의 극심한 압력 등 중국 공산당이 경제를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에 대한 세계의 우려도 크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격하는 속도가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빨라질 것으로 보는 의견도 많다. 중국 경제가 앞으로 얼마나 빨리, 더 성장할 것인지는 세계 경제의 앞날과 직결될 뿐 아니라, 대(對)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생존이 걸린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따라잡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이유 1│유일 성장 빅마켓

중국 국가통계국의 1월 18일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2020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3%였다. 주요국 중 유일한 플러스 성장이었다. 미국 -4%, 일본 -5%, 유로화 권역이 -8%였다. 선방했다는 한국의 성장률도 -1%였다.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빠른 경제 회복력을 확인할 수 있다. 우한(武漢)에서 시작해 다른 도시로 감염이 확산됐던 지난해 1분기(1~3월)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했지만, 곧바로 2분기에 3.2% 증가로 반전했고, 3분기 4.9%, 4분기 6.5% 증가로 순조롭게 회복됐다.

성장을 견인한 것은 고정자산 투자였다. 2019년부터 격화된 미·중 무역 마찰에 따른 내수 위축을 줄이기 위해 인프라 투자 정책이 나온 것이 주효했다. 부동산 투자 등에 정부 자금 공급이 확대됐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내수·수출 회복에 따라 제조업 설비 투자도 늘어났다.

주요 경제력 지표인 철강 생산량에서도 중국은 지난해 10억5300만t을 기록, 전년보다 5.2% 증가했다. 지난해 7·8월엔 2개월 연속으로 과거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도로·주택 건설용 수요가 왕성했던 데다 자동차 등 제조업도 뚜렷한 회복세였기 때문이다. 세계 생산량에서 중국의 비중은 56%에 달했다. 한편 지난해 세계 생산량은 전년 대비 0.9% 감소했고, 다른 주요 생산국인 한국·일본 등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유 2│독일·일본이 중국과 협력

미국의 중국 경제 제재는 미국 우방국의 경제적 이익마저 빼앗는다는 측면에서 효과 지속에 회의적 시각이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신음하는 상황에서 결국은 미국의 우방들도 자국 이익을 향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자동차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일본이 중국에서 가장 큰돈을 벌고 있는 데다 그 정도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자동차 빅마켓 중 판매 감소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유일한 곳이었다. 시장이 전년보다 2%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유럽은 24%, 미국은 15% 시장이 축소됐다.

중국의 지난해 신차(상용차 포함) 판매는 2531만 대였는데, 같은 기간 2위 시장인 미국보다 80%나 많았다. 전기차 시장도 중국이 가장 크다. 지난해 전기차(플러그인 포함)만 137만 대가 팔렸는데, 이는 전기차 2위 시장인 유럽의 판매량 105만 대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이 때문에 독일 차 회사의 중국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고급 차 3사의 지난해 중국 판매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로 유럽 시장 등이 침체한 가운데 중국만 약진했다.

벤츠의 중국 판매는 전년보다 12% 증가한 77만 대였다. BMW는 7% 증가한 77만 대, 아우디는 5% 증가한 72만 대를 기록했다. 전 세계 판매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벤츠 36%, BMW 33%, 아우디 43%로 각각 전년보다 5~6%포인트씩 높아졌다.

일본 차 회사들도 지난해 중국에서 520만 대(현지 생산+일본에서 중국으로 수출한 분량)를 팔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일본 전체 신차 판매(460만 대)보다도 많은 것이다. 일본 차 회사들의 중국 판매량이 일본 차 시장 규모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일본 차의 최대 시장인 미국의 지난해 일본 차 판매(534만 대)와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특히 도요타는 지난해 중국에서만 180만 대를 팔아 전년보다 11% 성장했다.

독일·일본으로서는 미국보다는 중국에서 돈 벌 기회가 점점 많아지는 게 현실이다. 독일·일본이 중국에서 돈 벌 기회를 미국이 계속 차단한다면, 독일·일본이 중국 제재 대열에서 이탈하거나 물밑에서 중국과 협력 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유 3│국가 계획의 일관성이 갖는 힘

중국 정부는 수출·투자에 의존했던 기존 성장에 개인 소비를 새로운 엔진으로 더한 ‘쌍순환’을 통해 지속 성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쌍순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힘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국의 성장 여력을 높게 보는 근거 중 하나다.

특히 2021년은 중국 정부의 14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첫해다. 2021~2025년은 향후 15년간의 중국 국민소득 배증(倍增)을 위한 첫 5년으로, 중국 경제의 지속 성장 여부를 판가름할 중요한 시기다.

향후 15년간 소득이 배증하려면 연평균 4.7% 성장해야 한다. 이 목표만 이룰 수 있다면, 10년 안에 미국과 중국의 GDP가 역전된다. 물론 미국의 성장이 지금과 같은 연 2%에 머물러 있고 위안화 폭락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실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정권이 교체되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일부 무너질 소지가 있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 증가를 통한 개인 소득 증가 측면에서 중국이 유리할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미국 기업의 주가가 기술주 중심으로 크게 올랐지만, 주가 상승이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 감소, 침체한 실물경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월가만 호황을 누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MIT 교수는 “바이든 정권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의욕을 보이고는 있지만, 미국 경제를 더욱 이기적으로 만든 기업 출신들이 경제 브레인으로 포진해 있는 점을 볼 때, 변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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