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드 토포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경제학 학사,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 사진 TCK인베스트먼트
오하드 토포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경제학 학사,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 사진 TCK인베스트먼트

코스피 지수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장벽을 뚫고 3000 고지를 넘어섰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큰손’ 외국인과 기관이 연일 한국 주식을 매도해 불안감을 안긴다. 겁을 상실한 개인 투자자의 질주가 비참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한국 주식시장은 2021년에도 상승 곡선을 그릴까. 글로벌 증시는 어떨까.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어떤 투자 전략을 취해 실패 확률을 줄여야 할까.

해답을 얻기 위해 ‘이코노미조선’은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스라엘 출신의 투자자인 토포 회장은 2012년 세계적 투자자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과 함께 TCK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현재 TCK인베스트먼트는 영국 런던과 한국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초고액 자산가와 기업을 대상으로 자산 배분 전략을 자문해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주식시장은 뜨거웠다. 그 열기가 올해도 지속할까.
“2020년 -3.8%였던 글로벌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올해 5.2% 넘게 반등할 것이라는 게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다.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의 수익률을 올해도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이유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기업 이익이 29% 이상 증가하고, S&P 500 기업 수익률은 14.5%를 웃돌 것으로 관측했다. 주식 비중을 최대치로 늘리고 최소한의 현금만 들고 있는 펀드 매니저도 많다. 그만큼 강세장을 예상한다는 의미다.”

시장에 거품이 너무 많이 꼈다는 우려도 있는데.
“각국의 강력한 통화 정책과 재정 부양책으로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이 크게 높아진 건 사실이다. 주식은 물론 부동산·채권 등 다른 자산 시장도 버블 후기 단계에 진입한 것일 수 있다. 주의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버블 후기 단계에도 충분히 고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투자는 계속 이어 가는 게 좋다고 본다. 하락 국면 전환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규칙을 갖고 있다면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데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닌가.
“GDP 반등 전망은 코로나19 백신의 성공을 전제로 한다. 현재 소비 잠재력과 실제 소비 간 격차는 50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져 있다. 백신 접종에 성공한다면 그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은행, 상업용 리츠, 석유·가스, 여행·레저 등의 주가도 회복할 수 있다. 반대로 백신 효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글로벌 주식시장은 10~20%가량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달러화 강세도 나타날 수 있다.”

백신 외에 또 다른 변수를 꼽는다면.
“집단 면역이 생기기 전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대적으로 확산하거나 변이를 일으킬 경우,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조기 철회할 경우, 인플레이션 급등에 따른 금리 상승과 강세장 압박 등이다. 바이든 정부의 조세 정책도 시장 분위기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법인세율을 올리면 S&P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은 10% 정도 줄어들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미국 영향력이 올해도 막강할 것으로 보나.
“그렇다. 미국은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 총액의 약 57%를 차지한다. 고성장 테크 기업의 비중도 다른 나라보다 높다. 미국 기업의 순이익률은 이미 사상 최고치인 14%에 육박하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최저치인 7%의 두 배 수준이다. 코로나19로 기업의 수익성이 타격을 입었다기보다는 수익 발생 시기가 늦춰진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낫다.”

G2 국가로 성장한 중국의 증시는 어떻게 전망하나.
“긍정적으로 본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2020년 2%를 웃돈데 이어 올해도 8% 이상이 예상된다. 세계 수출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억눌렸던 서구 세계의 수요 반등에 힘입어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여기에 광대한 내수 시장이 계속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중국 주식의 편입 비중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 여력이 크다.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은 5% 미만이다. 미국 15%, 한국 35%와 비교하면 크게 낮다.”

한국 주식시장은 어떻게 보나.
“지난해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훨씬 완만한 수준의 경기 침체를 겪었다. 그 덕에 한국 증시는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아시아 시장은 2021년에도 글로벌 GDP 회복과 함께 상승 흐름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역대 세 번째로 많은 24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올해 외국인이 돌아온다면 큰 호재가 될 것이다. 다만 개인 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시가 총액 상위 종목의 신용 잔고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은 우려된다.”

현명한 투자 전략을 조언해 달라.
“어떤 한 국가에 투자를 편중하는 것보다는 글로벌로 분산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 세계 GDP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많은 한국인이 자산 대부분을 원화 자산으로만 보유하고 있다. 돈을 벌고 싶다면 포트폴리오에 세계를 담아야 한다. 요즘 코스피 지수가 뜨거운 건 사실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달러화 기준으로 글로벌 주식은 140% 이상의 성과를 낸 반면 코스피 지수는 70%의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1990년부터 본다면 글로벌 주식은 9.5배 수익을 냈고, 코스피 지수 수익은 3배를 기록했다. 물론 과거보다는 한국인의 해외 투자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지난해 한국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 금액은 총 1950억9556만달러(약 211조6786억원)로 2019년의 409억8500만달러(약 44조4687억원)보다 네 배 이상 불어났다. 다만 이 자금이 몇몇 종목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은 아쉽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까지 더해 글로벌 분산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한국인은 주식보다는 부동산을 선호해 왔다.
“잘 알고 있다. 한국 가계는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3%나 된다. 중국 66%, 일본 36%, 미국 24%보다 크다. 인구 절벽이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부동산 시장은 버블 붕괴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데도 말이다. 부동산은 환금성이 낮은 자산일 뿐 아니라 세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유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주식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

끝으로 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순한 것을 좇으라고 말하고 싶다. 복잡한 상품은 나쁜 성과를 낼 때가 많다. 구조가 복잡하거나 수수료가 비싼 상품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수수료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숨겨진 상품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단기간 손실에 연연해하지 않을 장기 투자자라면 지금 바로 자산을 매수해도 좋다. 설령 지금이 고점이라도 말이다. 주식시장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식이 떨어졌을 때 매수하려는 전략은 매월 시점을 나눠 분산 매수하는 전략보다 대부분 저조한 성과를 보여왔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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