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경북 포항 포스코에서 열린 현대차그룹과 포스코의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현대차 정의선(왼쪽 두 번째) 회장과 포스코 최정우(왼쪽 세 번째)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그룹
2월 16일 경북 포항 포스코에서 열린 현대차그룹과 포스코의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현대차 정의선(왼쪽 두 번째) 회장과 포스코 최정우(왼쪽 세 번째)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그룹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2월 16일 수소 사업에서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2월 15일엔 LG화학이 8200억원의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관련 채권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각각의 뉴스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 바로 ‘탄소 중립’이다. 탄소 중립은 배출한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개념. 이제 한국 기업에도 대처 과제의 수준을 넘어, 생존과 성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 기업·산업을 키우려면 자금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기업의 돈줄인 주요 투자처들이 탄소 중립 분야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이 탄소 중립 관련 투자 물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다섯 가지 포인트로 분석했다.


포인트 1│그린 투자 3경원 시대, 작년 ESG 투자액 전년보다 60% 증가

세계적으로 ESG 투·융자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정보 회사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작년 ESG 채권·론 규모는 7400억달러(약 830조원)로 2019년보다 60% 늘었다. ESG 투자가 급증한 배경엔 각국 정부의 탈(脫)탄소 대처 강화가 있다. 영국은 2030년, 프랑스는 2040년부터 디젤·가솔린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 석탄 화력발전소는 영국·프랑스가 각각 2025년, 2022년부터 폐지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정책에 대응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늘리는 중이다.

돈의 용도를 환경 관련으로 좁힌 ‘녹색국채’ 발행도 늘고 있다. 작년 국채와 정부기관의 녹색국채 발행액은 전년보다 60% 증가한 510억달러(약 57조원)로 역대 최대였다. 특히 유럽 채권 시장의 지표인 독일이 작년 9월 녹색국채 첫 발행에 성공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독일 녹색국채에는 기관투자가가 쇄도, 발행액(약 8조원)의 5배가 응모했다. 통상의 국채보다 0.01% 정도 이율이 낮았다는 것도 특징. 녹색국채라면 투자가가 저리(低利)를 감수하는 ‘그린 프리미엄’ 혹은 ‘그리니엄’이 붙은 것이다. 영국도 올해 11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개최에 맞춰, 연내 녹색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도 300조원 상당의 환경채를 발행할 방침을 밝혔다.

자금 공급 쪽도 ESG로 급선회 중이다. 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록은 2020년 1월 ‘지속 가능성에 관한 정보 게시가 불충분한 기업에는 반대표를 던진다’라고 선언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표명한 투자 회사는 세계적으로 1300곳이 넘는다. 작년 12월, 프랑스 악사인베스트먼트매니저즈 등 세계 자산운용 대기업 30개사는 2050년까지 운용처의 탄소 배출량 실질 제로를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다. 30개사의 운용 자산 합계는 9조달러(약 1120조원)에 달한다.


포인트 2│천문학적 투자금에 숨은 선진국의 자국중심주의, 경제 패권 전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탄소 중립을 방아쇠로 하는 경제 패권 전쟁이다. 각국 정부나 투자가들은 자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거액의 자금을 아낌없이 투입하고 있다. GSIA(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 조사에 따르면, 관련 투자금은 총 30조달러(약 3경원)에 달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각국 탄소 중립 정책의 목적엔 겉과 속이 있다. 겉으로는 환경 부담을 낮추는 것이지만, 그 이면엔 코로나19 이후 저성장 국면을 거액의 탄소 중립 자금 투입으로 뒤집어 보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높은 유럽은 한·중·일 등 동북아 산업 강국에 비해 탄소 중립 전략을 펼치기 유리하다. 유럽은 작년에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38%에 달해 화석연료 비율(37%)을 처음 웃돌았고 조만간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 3│현대차와 포스코 탄소 중립 협업에 담긴 자동차·철강의 절박함

국내 제조 업체들도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 즉 자사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조달·생산·물류·판매)을 재검토함으로써 CO₂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뿐 아니라 서플라이어·거래처에도 탈(脫)탄소 로드맵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의 수소 사업 협력이 의미가 큰 것은 자동차·철강 산업의 대책 마련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탄소 중립과 LCA를 염두에 둔 두 업종 간 장기적 협업이 절박하다.

포스코 등은 세계 철강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에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 중립을 위해 또 다른 거액의 투자를 강요받고 있다. 철강 제조 과정에는 대량의 CO₂가 발생한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공정에 석탄을 가공한 코크스를 쓰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전기로로 바꾸거나 환원제를 수소·천연가스로 바꾸는 대대적인 설비 전환이 필요하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내연기관차가 탄소 배출의 주범처럼 몰려 있다. 당장은 내연기관·하이브리드의 친환경 기술을 높이면서, 전기차나 수소 사업, 기업 간 탄소 중립 협업 등을 외부에 잘 알려 환경 개선에 필요한 투자를 유치할 필요가 있다.


포인트 4│ESG 채권 발행, 히트펌프 에어컨 발표에서 나타난 LG의 영리함

LG화학이 2월 15일 국내 기업 중 최대 규모인 8200억원의 ESG 채권을 발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화학은 ESG 채권으로 조달한 금액을 대부분 친환경 관련 투자에 쓸 계획이다. 한편 LG전자는 지난달 16일 전기·가스식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 히트펌프 시스템 에어컨’을 출시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탄소 중립, 특히 LCA 대책과 연결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테슬라가 최근 히트펌프식 가정용 냉난방기 사업에 진출한 것과도 연결된다. 테슬라는 ‘모델 Y’에 기존 제품보다 작고 효율이 높은 히트펌프식 냉난방기를 탑재해 전기차 효율을 높였다. 테슬라는 이 냉난방기를 가정용으로도 보급할 방침인데, 그렇게 되면 전기차와 가정의 전기 사용 효율을 동시에 높여 탄소 중립 전략을 더 유리하게 짤 수 있게 된다. 이 전략은 LG그룹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테슬라처럼 전기차에서 사용이 끝난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장치로 활용하고, 또 건물·가정용 공조장치 효율을 히트펌프를 활용해 극대화한다면, 탄소 중립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포인트 5│위기가 기회…그린 투자금 유치 흐름에 올라타라

한국은 유럽·미국은 물론, 일본에 비해서도 기업의 ESG 등급이 낮고 이를 활용한 투자·자금 조달에서도 늦은 편이다. SMBC 닛코증권 조사에 따르면 ESG 채권의 소재지별 발행 주체는 유럽 45%, 중국 20%, 일본이 3%. 한국은 1% 미만이다. 이미 국내 기업들도 ESG 전담 부서를 두고 관련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에 비하면 아직 규모가 턱없이 작다.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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