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의 프라이탁 매장. 작은 사진은 트럭 방수포로 만든 프라이탁의 1993년 프로토타입 메신저백. 사진 프라이탁
서울 압구정동의 프라이탁 매장. 작은 사진은 트럭 방수포로 만든 프라이탁의 1993년 프로토타입 메신저백. 사진 프라이탁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시넷(CNET)’은 6월 21일(현지시각) 애플의 친환경 기술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직접 개발한 분해 로봇 ‘데이지’를 통해 시간당 200개의 아이폰을 분해한다. 폐기된 아이폰에서 배터리와 카메라, 나사, 회로판 등을 부품별로 분류해내고, 금과 은, 알루미늄, 코발트, 팔라듐 등 소재도 분류해 새 아이폰 제작에 다시 활용한다. 데이지가 각각의 부품을 성공적으로 분해할 확률은 약 97%다. 애플은 “아이폰 10만 개당 금 2파운드(약 0.9㎏), 은 16.5파운드(약 7.5㎏), 알루미늄 2t을 추출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애플은 자사 제품에 100%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고 자주 광고한다. 애플은 재활용 공정에서 추출한 알루미늄을 새 제품처럼 재가공하는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이 새로운 제조업 경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을 넘어 폐기물이나 중고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뜻한다. 업사이클은 기존 재활용에 빗대 ‘새 활용’이라고도 불린다. 일례로 페트병을 그냥 재활용하는 게 아니라 이를 활용해 의류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새로 만드는 작업이다. 업사이클링은 최근 경영 대세로 자리 잡은 ESG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선두 단어인 환경 친화 경영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는 최근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여부를 더욱더 철저하게 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성향이 반영된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인 ‘에코스포츠’의 바닥 매트를 플라스틱 페트병 6억5000만 개를 재활용해 만들고 있다. 차 한 대에 페트병 470개가 들어간다. 독일 완성차 업체 메르세데스-벤츠는 재활용 실과 플라스틱을 활용해 새로운 자동차 내장재를 제작한다. 덴마크 풍력발전 회사인 베스타스는 폐유리와 탄소 섬유를 합성해 가볍고 튼튼한 풍력 발전용 날개를 제작하고 있다.

더욱 활발한 업사이클링이 이뤄지는 곳은 패션 분야다. 대표 주자는 스위스의 프라이탁이다. 1993년 동명의 사업가가 설립한 이 회사는 트럭의 나일론 방수포를 업사이클링해 백팩이나 메신저백(우체부 가방처럼 생긴 백) 및 각종 액세서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방수포 소재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프라이탁 최초의 제품인 메신저백은 미국 뉴욕 ‘MoMA(현대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서울과 제주도에도 매장이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패션 회사는 의류 제작에 페트병을 활용한다. 일례로 국내 편의점 업체 GS25는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와 손을 잡고 투명 페트병으로 만든 의류를 선뵐 예정이다. 편의점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을 블랙야크가 재활용해 옷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다. 업사이클링 티셔츠 한 벌을 만드는 데는 2L짜리 페트병 8개 또는 500㎖ 20개가 사용된다는 전언이다.

나이키는 최근 업사이클링 브랜드 세 곳과 함께 ‘트래쉬 랩스 워크숍’을 진행했다. 나이키 닷컴을 통해 선정된 나이키 멤버(가입 고객)를 대상으로 불량 혹은 오염으로 사용되지 않는 나이키 제품 및 버려지는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파우치, 가방, 블루투스 이어폰 및 폰 케이스와 같은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일본 패션 회사 유니클로는 화학 회사 도레이와 제휴해 기존 자사 의류의 재료를 새 제품에 다시 쓰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다운재킷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의 ‘오.티.에이(o.t.a)’는 폐타이어를 밑창으로 활용한 수제 스니커즈 전문 업체다. 폐타이어 한 개로 신발 세 켤레를 수제로 만든다. 대표 스니커즈 제품 가격은 145유로(약 19만7000원)다. 6월 말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지는 물론 일본에도 매장이 있다.


plus point

[Interview] 폐타이어로 신발 만드는 스타트업 ‘트레드앤그루브’의 이온 대표
“크라우드 펀딩 목표 3500% 초과 달성…타이어 신고 다니는 아프리카 아이들 보고 창업”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창업학 학사, KT&G 상상스타트업 캠프 우수팀 선발,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펠로 선정, 아산나눔재단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수상 사진 김문관 기자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창업학 학사, KT&G 상상스타트업 캠프 우수팀 선발,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펠로 선정, 아산나눔재단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수상 사진 김문관 기자

국내에도 ESG 열풍에 힘입어 폐타이어를 활용해 신발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지난해 3월 창업한 ‘트레드앤그루브’가 바로 그곳. 서울시립대 창업 동아리 출신 졸업생 3명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이 회사는 폐타이어를 가공해 샌들과 구두, 부츠 등을 만든다.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는 6월 30일 오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성수동 KT&G 상상플래닛(공유 오피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보다 많은 사람이 현재 전 세계 누적 10억 개에 달하는 폐타이어 문제에 관심을 두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업 계기는
“지난해 대학 창업 동아리의 한 팀원이 뉴스에서 신발 살 돈이 없어 타이어를 발에 걸치듯 신고 다니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봤다. 타이어의 단단한 물성(物性)을 신발처럼 활용한 점에 주목해 창업 영감을 얻었다. 앞서 디자인을 전공하다 중퇴했는데, 신발 디자인을 직접할 자신이 있었다. 일반적인 취업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창업을 하고 싶기도 했다.”

최근 트렌드에 부합한다. 판매 실적은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인데 ESG 트렌드와도 맞았다. 1~6월 총 1300여 켤레를 생산·판매했다. 한 달에 200켤레 넘게 판매한 셈이다. 제작은 외주를 준다. 수제화의 경우 성수동 구두 공방 거리의 점포를 활용하고, 양산화의 경우 부산 사상구의 산업단지에서 생산한다.”

펀딩은 어떻게 하고 있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서 진행한다. 구체적인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올해 초 목표액의 1200%를 달성한 데 이어 6월에는 목표액의 3500%를 달성했다. 펀딩을 통한 신발 구매자가 올해 초 72명에서 6월 550명으로 664% 증가하기도 했다. 일부 대기업 재단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도 참여한다.”

착화감도 중요할 듯한데
“신어본 분들이 의외로 좋다고 말한다. 발에 직접 닿는 부분(인솔)은 친환경 소재를 활용했고, 밑창만 타이어로 만들었다. 내구성과 마찰력에 특화됐다. 타이어는 차의 무게와 속도를 버티는 소재 아닌가. 프랑스 ‘풋웨어 테크니컬 센터’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에서 3만km를 달린 타이어를 신발 밑창으로 재가공하면 2만㎞를 더 달릴 수 있다. 무거울 것이라는 선입관도 있지만, 실제 측정해보면 일반 고무 밑창과 별 차이가 없다.”

대기업의 지원도 받았나
“그렇다. KT&G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 후 선발돼 공유 오피스를 1년간 무료로 쓰고 있다. 세무, 회계, 지식재산권(IP) 등에 대한 상담 지원도 받고 있다.”

앞으로의 포부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폐타이어 문제에 관심을 유발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업사이클링은 아직 국내보다는 유럽과 일본 쪽의 인식이 긍정적이고 시장도 크다. 향후 이 시장을 공략할 생각이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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