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직원들의 자리 배치가 중요하다고 딜런 미노어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가 설명했다.
조직의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직원들의 자리 배치가 중요하다고 딜런 미노어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가 설명했다.

야후의 전 최고경영자(CEO) 마리사 메이어는 주저앉은 회사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유능한 인재 영입에 수십억달러를 지출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2015년 주요 임원들이 차례로 회사를 떠나면서 물거품이 됐다.

그해 4월에는 홈페이지 업무를 담당하던 마이크 컨스 부사장이 9년간의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이직했다. 그로부터 불과 2개월 후 정보보안을 책임지던 알렉스 스타모스마저 야후를 떠나 페이스북에 합류했고, 마케팅 책임자 캐시 새비트도 9월 회사를 떠났다. 10월엔 리사 리지트 마케팅 부사장과 재키 리시스 최고개발책임자(CDO)도 연이어 야후를 떠났다. 모두 한 해 동안 벌어진 일이다. 고위층을 필두로 그 밑에 있는 핵심 인재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위기를 겪으면서 야후는 본격적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인재 관리는 조직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컨설팅 회사 윌리스 타워스왓슨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조직에서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직원은 전체의 4분의 1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고(高)성과자와 잠재력이 높은 인재가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회사는 핵심 인재를 끌어들이고 이들의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고심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쉽지 않은 것은 핵심 인재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적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의 딜런 미노어 교수와 마이클 하우스맨 인력 관리 소프트웨어 회사 코너스톤 온디맨드 대표는 조직 내 핵심 인재를 유지하면서 질 나쁜 직원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미노어 교수는 먼저 대형 IT 회사 11곳에서 근무하는 직원 2000명을 대상으로 저성과자와 고성과자가 주변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사무실 배치도를 그리고 직원 A 주변에 앉은 사람이 바뀔 때마다 본인과 주변의 성과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평가 기준은 ‘속도’와 ‘작업의 질(質)’이었다. 결과는 예상 대로였다. 고성과자는 자신과 주변에 있는 직원들의 성과를 끌어올렸다. 반경 7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성과가 약 15% 좋아진 것이다.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약 100만달러(약 11억원) 정도의 효과다.

반대의 경우엔 어땠을까. 먼저 미노어 교수는 물건을 훔치는 등 비윤리적인 행동을 다른 직원들에게 전파하거나 업무 질이 낮고 고객 가치에 악영향을 미친 탓에 결국 해고 수순을 밟게 되는 직원을 ‘독성(toxic) 직원’으로 정의했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독성 직원 근처에 앉은 사람은 즉각적으로 물들어갔다. 미노어 교수의 조사에서 특정 그룹 안에 있는 비윤리적인 독성 직원이 주변에 자리잡은 다른 직원에게 독성을 퍼뜨릴 확률은 47%에 달했다. 미노어 교수는 “긍정적인 스필오버 효과(주변으로 전염되는 현상)는 반경 7 내로 제한되는 반면 부정적인 스필오버 효과는 사무실 전체로 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 “독성 직원은 마치 바이러스와 같다”고 말했다.


도전 과제와 적절한 보상으로 응답하라

그럼 조직은 ‘일 잘하는’ 직원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록스타 뽑기(Recruiting rock stars)’의 저자 제프 하이먼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는 고성과자들에게 자기 개발을 위한 도전 과제를 부여하라고 조언한다. 일 잘하는 직원들은 공통적으로 도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윌리스 타워스왓슨의 조사에 따르면 이직할 가능성이 큰 직원의 70% 이상은 경력 관리를 위해 퇴직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직이 경력 관리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카터 캐스트 전(前) 월마트 CEO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개발하기 위해 ‘연상하기(associative thinking)’ 실험을 진행했다. 매주 월요 회의 참석자들은 “주말에 본 것은 뭐든 가져오라”는 주문을 받았다. 직원들은 옷부터 기사, 광고, IT 기기 등 제한 없이 회의에 가져와 이 물건이 월마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캐스트 전 CEO는 “더 창의적이고 혁신 지향적인 태도를 연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경력 개발을 위해서는 ‘멘토-멘티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고성과자와 고위 임원급을 짝지어주는 것이다. ‘스승’은 고성과자에게 업무 관련 새로운 도전 과제를 직접 부여할 수 있는 데다, 조직 생활과 경력 관리를 이끌어 줄 수 있다.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가림막도 될 수 있다. 하이먼 교수는 “고성과자가 퇴직할 때 어느 정도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상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인사 관리의 핵심으로 보상이 꼽히듯 적절한 보상은 고성과자들을 끌어들이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하이먼 교수는 모두에게 한자릿수 임금 상승률을 보장하되 성과에 따라 차등 적용하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저성과자에겐 1%, 고성과자에겐 5% 상승률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신 최저 성과자에겐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 것도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조직의 이런 노력에도 결국 나갈 사람은 나가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서 중요한 과정으로 퇴사 인터뷰를 꼽았다. 놓치고 있었던 조직 내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이먼 교수는 “고성과자가 과소평가받았을 가능성도 있고 멘토링을 충분히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면서 “향후 다른 ‘록스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몇년 전 직장인 사이에선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란 말이 유행했다. 어느 사무실을 가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또라이’가 일정 비율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우스갯소리지만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독성 직원 관리도 고성과자 관리 못지않게 중요하다. 독성 직원이 조직에 미치는 금전적 손실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미노어 교수의 다른 연구에 따르면 상위 1%에 속하는 고성과자는 평균 수준의 직원들보다 5300달러(약 570만원) 더 많은 추가 가치를 창출했다. 반대로 독성 직원을 평균 수준의 직원들로 대체하는 데엔 약 1만2800달러(약 14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고성과자들이 가져오는 금전적 이득보다 독성 직원을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이 2배에 달하는 셈이다. 또 독성 직원을 상위 10% 성과자로 대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4배에 달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미노어 교수는 “스필오버 효과나 법적 이슈, 회사의 명예 실추에 따른 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보수적인 수치”라고 말했다.


핵심인재냐 독성 직원이냐

독성 직원을 물리적으로 고립시키라고 조언했다.
독성 직원을 물리적으로 고립시키라고 조언했다.

독성 직원들은 얼마나 자주 ‘독성 행동’을 할까. 연구진의 연구 관찰 기간 동안 성희롱이나 사기 등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퇴사하게 된 독성 직원 비율은 5%에 달했다. 브렌다 엘링턴 부스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가 꼽는 최악의 독성 직원은 조직 안에서 권력을 가진 관리자층이다. 이들은 상관에게 아첨하면서도 부하 직원은 학대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부스 교수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독성 직원을 다른 직원들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것을 간단한 해결법으로 제시했다. 사무실 책상 배치만 바꾸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미노어 교수는 “독성 직원을 바꾸거나 해고할 수 없다면 고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조직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장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예컨대 다른 직원들과 왕래가 적은 특별한 프로젝트에 투입하거나 직속 보고가 적은 업무를 주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독성 직원을 분리하지 않으면 이들은 다른 직원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조직에 해악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렇다면 채용 과정에서 먼저 독성 직원을 구분할 수는 없을까. 신규 채용 시 신중하게 평판 조회를 하거나 지원자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지는 등의 방법도  써볼 수 있다. 부스 교수는 “지원자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인물에게 평판을 조회하겠다고 질문하라”고 조언했다. 우선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부스 교수는 “물론 초반에는 열성적으로 일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결국엔 몇 가지 신호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라며 “인사의 제1원칙은 ‘채용은 느리게, 해고는 빠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휴가·복지 등 ‘가성비’ 혜택 늘릴수록 회사에 대한 직원의 신뢰 높아져

라인플러스는 조식 등 다양한 직원혜택을 제공하고있다.
라인플러스는 조식 등 다양한 직원혜택을 제공하고있다.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플러스에 근무하는 김모(33세)씨는 7년차 사원이다. 그는 아침 10시 출근해 각 층에 비치돼 있는 조식 메뉴 중에서 원하는 음식을 골라 먹는다. 핫도그부터 김밥, 고구마, 과일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업무 스트레스로 피곤이 느껴지면 건물 안에 있는 마사지방을 예약한다. 3000원 남짓한 돈으로 전문 마사지사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김씨는 “이런 회사가 어디 있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700원짜리 커피를 파는 카페테리아, 과자를 뽑아먹을 수 있는 자판기 같은 사내 식음료 서비스부터 의료실손보험, 열흘간의 리프레시 휴가 제도, 개인의 재정 문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상담 라인까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라인플러스 관계자는 “직원들의 사기와 조직 충성도가 함께 올라가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금전적 보상 외의 혜택은 고성과자들을 조직으로 끌어들이거나 오랫동안 유지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혜택 수준에 따라 조직이 조직원에게 어느 정도의 가치를 두고 이를 존중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마샬경영대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혜택’이 이직을 수락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라고 응답했다. 혜택에 대한 회사의 생각도 바뀌고 있다. IT 인력 전문 회사 로버트하프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의 43%가 전년보다 보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마샬경영대학원은 조직이 제공할 수 있는 ‘가격 대비 성능 좋은’ 혜택을 세 가지 유형(휴가, 복지, 추가 혜택)에 따라 제시했다. 우선 휴가에는 생일 휴가, 공휴일에 붙여 쓸 수 있는 휴가, 유급으로 제공되는 봉사활동 휴가, 법에서 정한 이상의 육아 및 출산 휴가, 유연 근무제, 무제한 휴가 등이 있다. 특히 무제한 휴가를 통해 직원에 대한 회사의 신뢰를 보여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복지 관련 혜택은 무료 식음료 제공, 헬스장 이용권, 정신과 치료 지원, 수면실 운영, 사내 스파 제공 등이 있었다. 추가 혜택은 각종 매체 구독 지원, 태블릿·컴퓨터 등 IT 기기 지원, 사내 어린이집 운영, 세탁 등 컨시어지 서비스 운영, 무료 교육 지원 등이 있다.

연구진은 “여러 혜택이 사내 문화 확립과 직원 만족도 향상, 직원 유지율 상승에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전통적인 형식의 금전적 보상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 이런 가성비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Plus Point

넷플릭스의 A급 선수 영입 작전

넷플릭스는 ‘A급 인재 영입’을 일순위에 둔다.
넷플릭스는 ‘A급 인재 영입’을 일순위에 둔다.

가입자수 1억명, 시가총액 14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의 직원 관리 비법은 9년 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 열풍을 일으켰다. 회사의 기업문화와 인재 관리 원칙을 담은 125페이지짜리 슬라이드 문서 ‘컬처 데크(culture deck)’는 지금까지도 수천만건의 조회수를 올리며 많은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회장과 전(前) 최고인재책임자(CTO) 패티 맥코드의 핵심 인재 철학은 ‘A급 직원이 최고의 보상’이다. 맥코드는 “직원들을 위한 보상으로 실내 풋볼 게임기나 무료 초밥 같은 것보다 더 좋은 것은 A급 인재를 고용하는 것”이라면서 “탁월한 동료는 다른 모든 것을 넘어서는 보상”이라고 말했다.

컬처 데크에 소개된 넷플릭스의 채용 철학은 이렇다. “드림팀의 성공 비결은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 효과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A급 노력에도 B급 성과밖에 못 낸다면 정중하면서도 관대한 권고 사직을 당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노력 없이도 A급 성과를 낸다면 오히려 보상을 받게 된다.”

넷플릭스는 채용 과정에서 A급 ‘선수’를 골라내기 위해 개인의 성격 등 캐릭터 분석을 우선 순위에 둔다. 기술이나 경력만큼 인물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맥코드는 팀원과 조직의 성공을 자신보다 앞서 생각하는 ‘성숙한 성인 고용’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용을 진행할 때 쓰는 기준으로 “지금 인력이 6개월 후에도 회사에 필요한 인력이 될지를 가장 먼저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회사는 A급 인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구글, 애플 직원들의 생산성은 같은 업계 평균보다 약 40% 정도 높다. 마이클 맨킨스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A급 인재만을 모아 중요한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애플은 600명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올스타팀’을 2년 동안 iOS10 개발에 투입했고 결과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비슷한 시기 1만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해 비스타를 론칭했지만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