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 : 블룸버그>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 : 블룸버그>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열풍이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변했다. 가상화폐 가격 정보 제공업체 코인데스크는 11월 28일(현지시각)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이 1만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이 1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2009년 첫선을 보인 이후 처음이다. 올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률은 1000%나 된다. 비트코인 가격은 1만달러 돌파 하루 뒤인 11월 29일(현지시각) 1만1500달러까지 올랐다가 5시간 만에 2000달러나 급락했지만 11월 30일 1만달러 선을 다시 회복하는 등 ‘광란의 널뛰기’를 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이 4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예상과 폭락이 임박했다는 예상이 엇갈리는 등 전형적인 ‘광풍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스닥이 빠르면 내년 2분기 비트코인 선물을 취급할 예정”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나오면서 어린 학생과 할머니들까지 비트코인 투기 광풍에 휩쓸리고 있다는 탄식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 코스닥 시장에서도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너 나 할 것 없이 치솟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널뛰기를 하면서 ‘가상화폐 버블 논쟁’은 더 격렬해지고 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비트코인을 불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많은 사람에게 흥분을 맛보게 하는 버블일 뿐,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능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비토르 콘스탄시우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비트코인은 투기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월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비트코인은 투기에 가깝다. 화폐의 필수 요소인 가치 안정성이 없다”며 “지금은 너무 이르지만 연방준비제도가 디지털 화폐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정부는 현재 가상화폐에 대한 체계적인 인식도, 준비된 정책도 없다”는 회의론이 나오면서 가상화폐 버블 논쟁은 쉽게 진화되기 어려운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용 GPU 판매 급증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가상화폐 광풍의 진정한 수혜자는 누구일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그래픽칩셋 제조회사인 엔비디아를 꼽고 있다.

19세기 미국을 강타한 ‘골드러시’ 과정에서 노다지를 발견해 부자가 된 사람보다 금 캐는 장비 회사들이 떼돈을 번 것처럼 비트코인 광풍 덕분에 엔비디아 주력 제품인 고가의 그래픽카드들이 만들기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최근 실적과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11월 9일 발표한 2017 회계연도 3분기(8~10월)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26억4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 주당순이익(EPS)은 1.33달러였다. 시장 예상을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엔비디아는 “게임용 고성능 그래픽카드 ‘지포스’ 시리즈 판매가 호조을 보이고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대형 고객의 강력한 수요가 매출 증가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CNBC, 마켓인사이트 등은 “가상화폐 가격 급등으로 비트코인 채굴용 고성능 그래픽카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비트코인 채굴에 필수적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폭증으로 GPU 판매를 포함하는 엔비디아 데이터 센터 사업부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두 배, 최근 5년간 열 배가량 올랐다.

엔비디아는 12월 1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가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순위에서는 2017년 예상 매출 92억달러로 반도체 부문 9위로 올라섰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시장 점유율은 70~80%에 달한다.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 혁명을 이끄는 리더.’ 엔비디아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Jen-Hsun Huang·54)은 요즘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6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간하는 기술분석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2017년 가장 스마트한 50대 기업’에서 1위에 올랐다.

젠슨 황 CEO는 최근 ‘포천’이 선정한 ‘2017년 올해의 기업인 20인’에 선정됐는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래리 페이지 알파벳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등 쟁쟁한 거물들을 제치고 표지 인물로 선정됐다. “젠슨 황은 10여년 전 컴퓨팅의 미래를 예측하고, AI시대를 이끌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채팅 앱, 검색 서비스, 일반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을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이 모든 것을 구동하는 신기하고 강력한 제품을 만드는 차별성을 보였다” 등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글로벌 기업들 ‘문전 성시’

“완전한 자율주행 차량의 개발은 사회적으로 가장 어려운 도전이자 가장 중요한 시도 중 하나다. 획기적인 AI 컴퓨팅 성능과 효율성을 갖춘 페가수스는 자동차 업계가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품이다.”

황 CEO는 10월 10일 독일 뮌헨에서 엔비디아가 개발한 세계 첫 로봇택시용 AI 컴퓨터 ‘엔비디아 드라이브 PX 페가수스’를 공개했다. 사람 손바닥만한 크기에 초당 320회의 연산을 수행하는 이 컴퓨터는 종전 제품(드라이브 PX 2)보다 10배 이상 뛰어난 성능을 과시했다. 수많은 연산능력이 요구되는 레이더, 카메라 등 자율주행 기능 구현을 위한 핵심 제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고성능 그래픽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자율주행차 개발에 혈안인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도요타, 바이두 등이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한국의 SK텔레콤도 올해 5월 엔비디아와 자율주행차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Plus Point

게임용 그래픽 칩셋으로 성공

젠슨 황(오른쪽)과 로리 황 부부. <사진 : 위키피디아>
젠슨 황(오른쪽)과 로리 황 부부. <사진 : 위키피디아>

젠슨 황 CEO는 1963년 타이완에서 화학공학자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유아 시절 부모와 함께 태국으로 이민 갔다가 1973년 태국 민주화운동 직후 신변의 위협을 느낀 부모가 미국 삼촌 집으로 보냈다. 당시 나이 아홉 살이었다.

기숙학교에 다니면서 인종차별 때문에 매일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이를 악물었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었다. 15세 때 미국 전국 탁구대회 주니어 복식 부문 3위에 올랐고 16세에 오리건주립대에 조기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마이크로칩 제조사인 AMD에 입사, 회사를 다니면서 스탠퍼드대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선마이크로시스템 출신 커티스 프림, 크리스 맬러카우스키와 의기 투합, 1993년 엔비디아를 설립하고 게임에 특화된 2D, 3D 그래픽 칩셋을 만들기 시작했다. 창업 당시 서터힐, 세콰이어캐피털 등 벤처투자사들이 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대학 재학 중 만난 부인 로리 황과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개인 재산은 45억달러(2017년 3월 현재)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