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등장 이후, 수많은 기업들은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며 무한경쟁 시장에서 생존하려고 힘썼다. 이런 가운데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은 인터넷 혁명을 주도한 4인방으로 불렸고, 그 성공의 핵심 비결은 차별화된 강력한 플랫폼이었다. 구글은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검색과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주에게 광고 기회를 제공하며 4인방으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사용자가 거래할 수 있는 장(場)을 제공해 그 지위를 얻었다.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고객이 서로 모바일을 통해 쉽게 관계를 맺고 유지하게 해주며 광고주에게도 광고 기회를 제공해 성공할 수 있었다. 아마존은 소비자와 판매자가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장터를 제공하며 자신만의 지위를 다졌다. 그 이전 PC시대를 선도하던 4대 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인텔·시스코·델은 이러한 플랫폼 경쟁에서 뒤처지며 신규 4인방에 인터넷 혁명의 선도자 지위를 내주고 말았다.

이후 국내외에서 플랫폼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에 따라 플랫폼 구축과 활용이 이전보다 쉬워졌고 시장성과 사업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또 시장이 개방되고 경쟁이 세계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져 산업 영역 구분이 불분명해지면서 제품의 수명 주기도 더 짧아졌다.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비용을 최소화하며 다품종 소량생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모든 요구를 충족시켜준 기술적 기반이 플랫폼이다.


플랫폼 재사용 통해 비용 절감 가능

플랫폼이란 공급자와 수요자 등 복수의 그룹 또는 사람들이 참여해 각기 원하는 특정 가치를 정해진 규칙에 따라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매개체(또는 환경)를 말한다. 공급자와 참여자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많다. 과거 플랫폼은 지하철의 승강장, 자동차 차대, 연설 연단 등 주로 실체가 있는 매개체를 가리켰다. 하지만 지금은 컴퓨터 운영체계(OS),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장터 등 물리적 실체가 없는 것으로까지 개념이 확장됐다. 특히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인터넷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만든 새로운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여러 기업과 개인들이 여러 플랫폼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참여자(수요자·공급자·관리자 등)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플랫폼은 어떻게 보면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다. 그만큼 잠재적 효용성이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으로 플랫폼은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품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해준다. 자동차 기업이 기존의 차체를 재활용해 신차를 개발하면 각종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기간도 단축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게임 개발자는 OS, 게임기, CPU 등 기존 환경을 이용해 투입 대비 고효율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플랫폼은 그 자체로 고유 네트워크 효과를 지니고 있어 참여자 수가 증가할수록 그 가치도 급증한다.

이처럼 제조업 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저비용으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활용하기에 따라선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도 가능하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비즈니스 모델 내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반복적 사용과 공유 또는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 경제적 가치를 얼마나 많이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OS, 검색엔진, SNS 알고리즘 등과 같은 플랫폼의 본질적인 기능이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것처럼, 제조기업에서도 핵심 기술력을 지닌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합리적인 투자비용 범위 내에서 사업 파트너와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이슈는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으로 나타난다. 플랫폼은 일반적으로 참여자 그룹의 연결, 제휴자의 역할, 사업 형태, 사업자의 역할, 수익모델 등으로 구분된다. 또 기술 기반의 플랫폼 사업은 사업 파트너와의 관계에 따라 구분되기도 한다. 독자 사업형 플랫폼은 플랫폼 기술을 지닌 사업자(이하 플랫폼 사업자)가 전적으로 수요자에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사업 파트너형 플랫폼은 플랫폼 사업자가 사업 파트너에게 기술을 이전하고 그 파트너가 수요자에 대응하는 협력적 모델을 뜻한다. 그리고 하이브리드형 플랫폼은 플랫폼 사업자와 사업 파트너가 같이 수요자에게 대응하는 것을 일컫는다.

제조기업에 있어 플랫폼 전략의 핵심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연결(상품 플랫폼) 또는 협력(비즈니스 플랫폼)이나 공유(산업 플랫폼)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래야 수요자와 공급자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여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 다양화, 제품 교체 주기 축소, 산업 간 융합 증대, 제품 간 차별성 약화 등 제조업 경영환경의 급변화로 플랫폼 전략이 대두되고 있다. 또 제조업 기업이 플랫폼 전략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참여자 수 증가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 증가라는 네트워크 효과, 참가자의 플랫폼 이탈 어려움을 이용한 록 인(Lock in) 효과 등을 거둘 수 있다.


단기 수익과 중장기 수익 균형 필요

수많은 제조기업은 플랫폼 사업의 물결을 피할 수 없다. 오히려 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수익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제조기업이 플랫폼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우선 단순 기술 판매가 아닌 선도적인 플랫폼 형성을 통한 기술 리더십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며 기업의 핵심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또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아이디어 등을 수용해 여러 수익 모델을 확보하는 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특히 단기 수익과 중장기 수익의 균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다양한 참가자를 유치해 플랫폼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플랫폼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매력 포인트 확립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 미시간주립대 경영학 박사, 서울대 경영대 부학장


Plus Point

테슬라, 핵심 특허 공개해
전기차 선도기업 자리매김

테슬라의 ‘모델3’ <사진 : 블룸버그>
테슬라의 ‘모델3’ <사진 : 블룸버그>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는 핵심 특허 기술을 공개한 플랫폼을 통해 선도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테슬라는 전력공급·배터리 생산·전기충전 관련 부문을 내부화해 기술력과 경쟁력을 안정적으로 보유하는 데 주력했다. 이후 전기차 후발기업들이 테슬라의 특허를 활용해 전기차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핵심 특허를 2014년에 공개했다. 특히 배터리 관련 기술은 전기차 기업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전기차 산업에서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기술이다.

향후 후발 기업들이 테슬라의 기술로 전기차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확률이 커진다.

뿐만 아니라 테슬라는 외부 다른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와 제휴해 관련된 숙박시설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에 합의했고, 기존 자동차 업체들과는 충전소 공유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