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원유 가격은 2014년 중순의 정점보다 65% 떨어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많은 전문가가 원유 가격이 과거 수준으로 다시 오르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가장 설득력을 얻는 분석은 원유 시장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원유 가격이 급락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공급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수년간 셰일 가스 공급을 늘렸고, 미국 정부는 지난해 40년 만에 원유 수출 금지 조치를 풀었다. 리비아와 이라크는 내전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가 최근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원유를 생산하고 있고, 이란은 미국과 핵 협상 타결 이후 세계 원유 시장에 재진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대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생산량을 늘렸다.

원유 공급이 크게 늘어나자 OPEC의 역할에 의구심을 품는 전문가도 많아졌다. 원유 수요가 급증했던 2000년대 초 OPEC은 원유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원유 가격을 높은 수준에 묶어뒀다. 그러자 캐나다와 브라질 등 일부 자원 부국은 큰 비용을 감수하고 바다 밑까지 원유 탐사에 나서는 한편, 비싼 채굴 비용으로 외면받던 오일샌드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일부 OPEC 비회원국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원유 생산설비를 늘리자 원유 가격은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원유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점차 줄어들었다.


OPEC이 원유 수급 통해 유가 통제

과거 OPEC은 원유 가격이 목표치 밑으로 떨어지면 생산량을 줄이고, 원유 가격이 목표치보다 높아지면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원유 시장 안정을 꾀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2014년 11월 OPEC 정례 회의에서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원유 감산에 나서자는 다른 회원국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히려 원유 생산을 크게 늘렸다. 그 결과, 고비용 설비에 투자한 OPEC 비회원국은 큰 압박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상을 깨고 원유 증산에 나선 것은 1986년에 겪었던 실패를 교훈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제 원유 가격이 급락하자 OPEC은 서둘러 원유 감산에 나섰는데, OPEC 비회원국이 원유 생산을 크게 늘리는 바람에 원하는 대로 가격을 통제하지 못했다.

원유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많은 원유 생산국이 비용 감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셰일 가스 생산 기업들은 전통적인 원유 생산 과정에서 익힌 비용 감축 노하우를 재빨리 셰일 가스 생산에 적용했다.

현재 원유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은 대부분 구조적인 변수다. 2014년 이후의 원유 가격 움직임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원유 시장의 특징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 라바 아레즈키 Rabah Arezki
국제통화기금(IMF) 조사국 원자재 부문 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