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CEO(최고 경영자)들은 ‘신조어’에도 밝아야 한다. 마케팅을 움직이는 키워드가 순식간에 뒤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플러스>가 제시하고 있는 뉴 마케팅 기법의 7가지 단어를 듣고 만약 절반 이상 금시초문이라면 한번쯤 ‘트렌드 코드’를 놓치고 있지 않나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커넥터(Connector)

당신 기업엔 커넥터가 많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들었다 치자. CEO인 당신이 ‘없다’고 말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약 ‘커넥터가 뭐지?’라고 했다면 문제다. 왜냐면 커넥터라는 신조어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커넥터란 미국 <뉴요커>의 기고 작가이자 <티핑포인트>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사용한 말로 친구와 지인을 만드는 데 재능을 가진 소비자를 말한다. 마케팅 언어로 표현한다면 ‘구전’의 원천인 오피니언 리더층이라고 할까.

이를 한국 현실에 적용하면 ‘얼리 리뷰어(Early Reviewer)’쯤 될 것 같다. 얼리 리뷰어란 남들보다 빨리 신제품을 써보는 마니아를 뜻하는 얼리 어답터의 인터넷 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자신이 써본 신제품을 잽싸게 인터넷에 댓글 혹은 전문 리뷰 형태로 남기는 ‘입소문’의 근원지이기 때문이다. 

실제 요즘 포털들은 네티즌의 ‘입’으로 통하는 리뷰어를 모시는 데 혈안이 돼있다. 네이버의 ‘네이버 베타’, MSN의 ‘윈디젠’, 파란의 ‘파란루키’, 드림위즈의 ‘마니아트렌드’ 등이 각 포털의 리뷰어 이름이다. 이들로 하여금 첨단 디지털기기 제품을 미리 사용하게 한 뒤 제품의 장단점과 활용 방법, 개선점을 인터넷에 올리게 해 네티즌을 끄는 첨병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직업적 리뷰어인 안현철씨는 “전문 포털은 물론 MP3P, 휴대폰, 노트북 등 IT 첨단 제품 메이커들은 대부분 리뷰어를 활용 중”이라고 말한다. 그는 “리뷰어가 사실상 인터넷의 커넥터 역할로 제품의 홍보맨이 되기도 하고 안티맨이 되기도 하는 등 인터넷상에서 신제품의 ‘빅 마우스’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과연 당신 회사엔 말콤 글래드웰이 강조한 ‘커넥터’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까.‘

 2.바이럴(Viral)

 예나 지금이나 입소문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 수단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만도의 ‘딤채’가 45세 전후 강남 아줌마를 집중 공략, 김치 냉장고시장을 석권한 사례는 바이블로 통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은 온라인 시대다. 그래서 등장한 게 바이럴(Viral).

쉽게 말해 입소문 마케팅의 인터넷 판 버전이다.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입소문마케팅이란 뜻이다. 실제 ‘펌’ 문화가 지배하는 인터넷시장은 오프라인시장보다 전파 속도가 수백, 수천 배 빠르다. 대표적 성공 사례를 꼽자면 한국에선 ‘싸이월드’다.

그러나 바이럴은 현재 세계 광고시장의 최대 화두다. 실제 지난 6월 말 개최된 칸 국제광고제 때 남성패션브랜드 ‘에코’의 광고 ‘스틸 프리(Still Free)’가 대상을 수상하면서부터 부각됐다.

‘스틸 프리’는 두 명의 청년이 올해 4월 뉴욕시가 상정한 낙서금지법안에 항의,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몰래 ‘Still Free(그래도 자유다)’라고 낙서하는 동영상. 이 동영상은 몇 주 만에 20여 개 인터넷사이트, 지역 TV뉴스에까지 방영됐다. 결국 2600여만 명이 이 동영상을 본 것으로 집계됐고 미국 국방부는 에어포스원이 ‘낙서 테러’를 당한 적이 없다고 발표하기에 이른 것. 그러나 이 영상은 바이럴마케팅 차원에서 제작된 에코의 동영상 광고로 ‘스틸 프리’는 이 브랜드의 슬로건이었던 것.

인터넷이라는 매체 외, 사람을 통해 바이럴마케팅을 가장 잘 구사하는 기업이 바로 미국 P&G다. 주부 60만 명으로 구성된 ‘입소문마케팅 협회’와 10대 청소년 28만 명을 거느린 입소문 군단 ‘트레머’를 자사 제품 판촉 우먼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소비자를 가장한 ‘비밀 영업사원’을 수십만 명씩 거느린 셈이다.

당신이 경영자라면 P&G의 글로벌마케팅 담당자 제임즈 스텡겔의 이 말을 새겨볼만 하다. “매스마케팅이 과거의 판촉 모델이었다면 트레머식 PR이야말로 최고의 미래형 수단이다.”

 3.트라이버타이징(Tryvertising)

 요즘 GS홈쇼핑에서 이미용 상품 중 ‘대박’을 터뜨린 상품이 있다. 탈모방지제 ‘보노겐愛’가 주인공이다. 지난 4월 런칭 후 불과 석 달 만에 30억원어치가 팔려나간 것. 신진호 GS홈쇼핑 과장은 “초기 주문량을 못 맞춰 팔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GS홈쇼핑 이미용 상품 중 ‘신인왕’으로 불릴만하다”고 말한다.

비법이 뭘까. 고객의 참여를 유발시킨 마케팅이다. 구매고객이 4주간 써본 후 체험 전후 사진을 보내주면 보너스로 상품 1박스를 추가로 증정하는 방식.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가 보내온 ‘비포 앤드 애프터(before and after)’ 사진과 함께 사용 경험담이 소개되면서 또 다른 고객의 호감을 샀던 게 비결.

이를 마케팅 용어로 일명 트라이버타이징(Tryvertising)이라 부른다. ‘Try’ 혹은 ‘Trial’과 ‘Advertising’의 합성어로 소비자에게 샘플을 제공해 체험 기회를 만들어 주는 마케팅 기법이다. 할인점 지하 식료품 매장에서 나눠주는 토막 요리도 일종의 트라이버타이징인 셈.

기자가 지난해 10월 방문한 FTA 체결 1호국 칠레의 산티아고에도 체험마케팅으로 대박을 터뜨린 한국 기업을 목격했다. 의료기기 전문업체 세라젬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현지법인 1호점을 낸 뒤 첫 선을 보인 무료체험 마케팅이 입소문을 타고 동양의학에 대한 호기심이 겹치면서 매일 아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 것. 칠레 진출 원년인 2005년 25억원 매출액을 올렸던 이 회사의 올해 기대 매출액은 지난해 2배 정도. 아예 현지법인을 6곳으로 늘릴 만큼 잘 나간다. 이 회사 이왕구 칠레법인장은 “한·칠레FTA효과도 덕을 봤지만 매출액 상승의 1등 공신은 트라이버타이징”이라고 들려줬다.

문제는 비용인데, 보노겐愛 처럼 1회 구입 고객에 한해 보너스 상품으로 지급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한다면 걱정은 필요 없지 않을까.

 4.7S

 최근엔 ‘S’자가 마케팅 핵심어다. Single(싱글), S라인, Star, Super, Synergy, Skin, Safe 등 일곱 가지 테마다. 사업 힌트가 떠오르지 않는가.

먼저 싱글. 소위 싱글족은 단순한 독신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하나의 세계적 트렌드다. 한국에만 6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앞으로도 늘어날 게 자명하다. 그 자체로 시장인 셈이다. 1인용 가전, 1인용 가구가 많다. 앞으론 1인용 레스토랑도 등장하지 않을까.

두 번째 S-라인. 요즘 한국은 S-라인 열풍이다. 휘트니스센터가 북적대고 비만클리닉이 손님들로 넘친다. 성형외과에 다이어트 식당, 몸매 보정 속옷까지 S라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여성 옷 44사이즈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건 현실이고 남성도 허리 인치 30이 유행을 타지 않을까.

세 번째 Star. 톱스타는 사실 돈이다. 대기업 광고팀장들이 “우리 회장님도 ‘전지현’을 모델로 썼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이 결코 농담만은 아니다. 스타는 상품 판매의 최고 손쉬운 매체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Super다. 요즘엔 양극화 시대다. 백화점도 카드사도 1% 마케팅을 편다. 일명 VIP마케팅. 과거 백화점 마케팅 포인트가 상위 10%였다면 요즘엔 1%다. 은행들이 강남권에 PB팀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논리다. 이를 슈퍼프리미엄마케팅이라 한다.

다섯 번째 Synergy. 1+1=2 이상이라는 뜻의 시너지를 마케팅에서 활용하자면 제휴가 대표적이다.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와 프랑스 에탑호텔이 제휴, 60여 개 호텔 체인에 이케아 제품만으로 구성된 이케아룸을 설치해 효과를 본 게 대표적 사례. 요즘엔 1, 2위간 적과의 동침, 타업종 1등끼리의 연합 등이 보편화돼있다.

여섯 번째 Skin. 얼짱, 몸짱 트렌드와 함께 뜬 게 ‘쌩얼’ 미인(화장끼 없는 맨 얼굴 미인)이다. 그만큼 피부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 20~30대가 주로 ‘쌩얼’에 목숨 건다면 40대는 ‘동안’에 매달린다. 국내 1위 화장품 메이커인 태평양은 “요즘 여성들은 모두 스킨케어에 능한 피부 전문가(Skin Expert), 즉 ‘에스퍼트(S-pert)’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곱 번째 Safe다. 안전을 뜻하는 말로 소비자들이 최근 친환경 등 건강과 안전을 뜻하는 ‘그린슈퍼(Greensumer)’로 변하는 트렌드를 반영한다. 환경이나 안전기준을 어겼다가는 큰 코 다치는 세상이다.

 5. Do

 대기업 경영자라면 ‘Do’를 활용할 묘안도 찾을 법 하다. 세계 최대 검색 사이트인 구글은 ‘구글하다’는 표현을 ‘인터넷 검색하다’의 공용어처럼 만들어놓았다. 그러자 스타벅스가 내건 ‘스타벅스하다’가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다’는 뜻으로 활용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연스럽게 하나의 상품 이상의 ‘문화’로 승격되는 마케팅 효과를 덤으로 챙긴 셈이다.

국내에선 ‘하다(Do)’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건 LG전자가 원조다. 올초 타임머신 TV의 홍보 문구로 ‘엑스캔버스하다’를 내세워 화제를 모았던 사례다. 강신익 LG전자 부사장은 “엑스캔버스하다는 단순한 상품 홍보 효과뿐 아니라 브랜드 파워를 키워준 사례”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증권업계에서도 Do가 이미 활용 중이다. 키움증권이 ‘키움하다’는 카피로 온라인 증권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최소한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브랜드일수록 로열티를 높이는 전략으로 활용해볼만 하겠다.



 6.안티에이징(Anti-aging)

 인터파크는 요즘 ‘줌마렐라’를 타깃으로 한 ‘웰빙샵’을 오픈 했다. 줌마렐라란 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로 아름답고 건강한 외모에, 경제력까지 갖춘 기혼여성을 일컫는 말. 대부분 직장 혹은 사업을 해 시간이 부족한 공통점이 있다.

웰빙샵은 이런 줌마렐라를 겨냥, 도우미 서비스, 피부미용, 헬스상품 등 생활의 격을 높여주는 상품을 선보인 것. 가령 청소와 빨래, 요리, 경조사까지 집안일을 대신해주고 쇼핑 대행, 아기 돌보기까지 할 수 있는 인력을 인계해주기도 한다. 롯데닷컴은 ‘줌마렐라를 위한 조리용품’을 선보였고 디앤숍은 미용실에서 대기 시간을 허비할 짬조차 없는 줌마렐라용 ‘온헤어’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인터넷쇼핑몰업계 전체가 ‘줌마렐라 마케팅’에 여념이 없다.

그렇다면 아저씨들은? 요즘엔 노타이에 원색셔츠 차림으로 다니며 ‘아저씨는 가라’고 외치는 ‘노무족’이 남성판 줌마렐라다. 노무족(NoMU族)이란 ‘더 이상 아저씨가 아니다’(No More Uncle)라는 뜻의 신조어. 실제 007서류가방 대신 크로스백을 매고 재킷 소매 끝단 사이로 살짝 보이는 커프스링크(셔츠 소매의 단춧구멍에 끼우는 액세서리)를 한 노무족들도 늘어나는 게 요즘 세태다. 돈 냄새를 잘 맡는 경영자라면 이 같은 안티-에이징 트렌드에서 뭔가 사업 영감을 얻지 않을까.

 7.리(Re)

 불황일수록 경영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맨다. 마케팅비용에도 ‘칼’을 대기 일쑤다. 이럴 때 Re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떨까. 옛날 제품과 브랜드를 재활용(Reuse)하고 새롭게(Renewal)하고 리메이크(Remake)하는 것. 비용과 시간 절약에 잘만 하면 영양가 만점이다.

롯데제과는 요즘 ‘Re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한때 생산을 중단했던 ‘빠다코코낫’과 ‘하비스트’를 최근 다시 만들어 월평균 20억원과 15억원씩 매출액을 기록 중이다. 과자시장에서 한 제품의 월 매출액이 5억원이 넘으면 ‘성공작’으로 봤을 때 ‘손 안대고 코 푼 격’이라고 할까.

KTF도 요즘 키워드 ‘Re’로 손쉽게 장사를 한다. 휴대전화 모바일 게임에서 ‘왕년의 게임’들로 네티즌의 관심을 잡았기 때문이다. 무선인터넷 서비스 ‘매직엔’에서는 ‘갤러그’, ‘너구리’, ‘테트리스’, ‘보글보글’ 등 과거 오락실용 게임이 매출 순위 10권 내에 대거 포진해있다.

최근 GM대우도 과거 대우차 시절 사용했던 10년 전 마케팅 기법을 재탕해 써먹고 있다. 한때 현대차를 제치고 내수 1위 등극의 일등공신이었던 ‘중고차 보장 할부 카드’를 리뉴얼한 것. 1997년 첫 시행 때보다 오히려 보장금액을 10~15% 이상 높여 차량가의 최고 60%까지 중고차 가치를 보장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가령 1800만원짜리 토스카 L6 2.0모델도 이자포함, 월 35만원을 내면 구매가 가능해져 대우 측은 내심 ‘옛 영광’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Re전략은 비용과 시간 절감 차원에서 불황기의 대표적인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강진석 대홍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팀장은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을 연상시키는 방식은 감성을 움직여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가 높다”고 강조한다. 장롱 속에 묻어놓은 100만원짜리 수표를 발견했을 때 기쁨이 이와 비슷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