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가입자는 2006년 12월말 기준 4004만 명. 이중 2027만 명이 SK텔레콤 가입자다.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 중 절반(50.4%)이 SK텔레콤 고객이다. 통신 서비스 중 KT 시내전화를 빼고 2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회사는 SK텔레콤밖에 없다. 해외에서도 2000만 명 가입자를 확보한 통신회사는 드물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 10조6510억원, 영업이익 2조5844억원, 당기순이익 1조4466억원을 달성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SK텔레콤의 성장은 단편적인 기업의 성장이나 이동통신 서비스 산업의 성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휴대전화 관련 시장은 전통적으로 미국, 일본, 유럽 제조사들이 주도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이렇듯 국내 휴대전화 관련 제조업체나 이동통신 서비스 개발업체의 경쟁력 확보는 SK텔레콤을 비롯한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내수 서비스 기반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었던 성과이기도 하다.

통신업계 최초로 전담조직 만들어

SK텔레콤은 파트너의 경쟁력이 곧 SK텔레콤의 경쟁력이란 인식 아래 ‘윈-윈 파트너십 구축’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의 경쟁력은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3000여 개 협력사의 경쟁력에서 나온다”며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육 지원, 기술 협력 등 다양한 영역의 신규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2003년 7월 통신업계 최초로 상생협력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융·복합화 트렌드 등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4년 3월 김신배 사장 취임과 동시에 새로운 기업 전략인 ‘신 가치경영’을 선포하면서 파트너와의 상생협력 강화를 중점 추진 과제로 선정함으로써 본격적인 상생경영 추진의 전기를 마련했다.

또 2005년 5월부터 SK그룹 차원의 상생경영 원칙과 연계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로세스 개선, 적극적인 정보의 공개, 중소기업 애로 사항의 지원 등 ‘중소기업 지원 3대 상생 원칙’과 세부 실행 과제들을 수립해 실행 중이다.

우선 파트너의 재무 여건 개선을 위해 지난해 10월 금융기관과 연계해 도입한 ‘파트너 금융 지원 제도’ 등을 활용해 대출 등을 지원중이다. 지난해에만 네트워크론 등을 통해 총 400억원 상당의 운영자금을 지원했다.

신용보증기금, 하나은행과 연계해 시행중인 파트너 금융지원 제도는 SK텔레콤이 신용보증기금에 출연한 20억원의 특별기금을 활용한 대출과, 미래에 발생할 CP(콘텐츠 공급자, Contents Provider)들의 정보 이용료 매출을 담보로 저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콘텐츠 프로바이더 대출’, 구매 계약을 체결한 파트너를 대상으로 매출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미래채권담보 대출’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결제 대금 지급 조건을 개선해 결과적으로 연간 580억원의 대금을 파트너들에게 조기에 지급하는 효과를 낳았다.

또 SK텔레콤은 우수 파트너의 신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지원하는 CRP(협력 R&D 프로그램)를 운영중이다. 이를 통해 2005년과 2006년에 총 134억원을 파트너들에게 개발비로 지원했다.

이와 함께 파트너의 신기술 사업화 및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네이트 비즈센터(Nate Biz Center), 3G 리얼리티센터(Reality Center), 모바일 테스트 랩(Mobile Test Lab)과 같은 연구개발 인프라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중소 콘텐츠 공급자들에게 신규 콘텐츠 개발에 필요한 단말기와 무료 회선 등을 제공하고 있는 네이트 비즈니스센터는 1년간 파트너 이용 실적이 1만8720건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네이트 비즈니스센터’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사업 제안 접수, 기술 관련 상담, 과금 정산 등의 업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05년 5월 개설됐다. 이 센터는 지난해 4월 글로벌 상담 인력 신규 도입, 무료 단말기 테스트룸 및 테스트용 단말기 확충 등 확대 개편됐다.

글로벌 상담 인력을 상시 배치해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 협력사들에 현지 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글로벌 사업 동반 진출 지원 방안 등을 소개하고 있다. 협력사들은 콘텐츠 개발 및 테스트에 투입하는 연간 5억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 벤처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와 영상·음악 분야의 펀드 운영 등을 통한 공동사업도 강화하고 있는데, 지난해 총 150억원 규모의 벤처 지분 투자를 했다.

해외시장도 동반 진출

최근 SK텔레콤의 화두가 되고 있는 글로벌 사업과 관련해서는 미국 힐리오(Helio) 사업 등을 통해 파트너와의 해외 동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SK텔레콤의 상생경영은 특히 해외에서 영업과 마케팅력의 한계를 느끼는 중소기업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는 것.

지난해에는 SK텔레콤이 미국 힐리오를 비롯해 베트남 등에서 사업 확장을 시도하면서 실질적인 매출 증대 효과까지 거뒀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 힐리오 사업 동반 진출은 국내 이동통신사업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경영에도 큰 획을 남겼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5월 서비스가 런칭된 힐리오는 무선 인터넷 플랫폼, 서버 등 솔루션과 콘텐츠를 공급하는 15개 중소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그대로 사용했다. 힐리오에 무선 인터넷 다운로드 서버를 제공하는 필링크의 최선홍 사장은 “중소기업으로서 해외시장 개척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SK텔레콤이 해외시장 공략에 많은 힘을 보태 해외시장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올해부터 무선 인터넷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 10여 개 사를 추가로 진출시킨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베트남 등지의 무선 인터넷 플랫폼 및 솔루션 수출, 해외 합작법인인 중국 UNISK와 미국 힐리오를 기반으로 한 공동 해외사업 등을 통해 50여 개 파트너가 85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파트너의 경영 역량 강화를 위해 온·오프라인 교육과정을 운영중이며, 2006년에 1만5000여 명의 파트너 임직원들이 경영, 마케팅,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정에 참여했다. 이 중 온라인 교육과정의 경우 2005년까지 연간 2차수로 운영하던 것을 3차수로 늘렸고, 교육과정 수는 37개에서 61개로 확충했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파트너 대상 상설 교육시설인 ‘SK상생아카데미’를 개원해 큰 관심을 모았다. SK상생아카데미는 협력업체의 역량을 키워 SK그룹과 협력업체가 함께 성장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파트너의 핵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일반 교육과정(일명 ‘상생 MDP’과정)과, SK텔레콤 자체 교육과정으로 파트너의 실무자급 대상 IT·기술 분야 전문 교육과정 등이 운영된다. SK상생아카데미에는 대강의장, 중강의장, 분과토론실 등이 갖춰져 SK그룹 협력업체들의 임직원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2004년부터 파트너와 사업 비전 및 전략을 공유하는 파트너 온 캠프(Partner On Camp)를 개최하고, 파트너와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파트너 온 사이트(Partner On Site)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파트너 온(Partner On)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파트너의 역량을 제고하고, 기업 가치를 공유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은 대기업이 보유한 우수한 교육시설을 공동훈련센터로 활용해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중소기업의 현장 맞춤형 인력 양성과 재직 근로자의 능력 개발 향상에 기여하는 상생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 애로 사항 수렴해 수시 반영

2006년부터는 파트너 서베이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주요 파트너 사업장을 순회 방문해 파트너의 애로 사항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함과 동시에 상생협력 제도·프로세스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

파트너에 대한 성과 보상도 강화된다. 상호 공동 기술혁신 및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달성한 성과를 나누는 성과공유제 시범과제(6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소기업청 및 시중 금융기관, 신용보증기금 등과 함께 ‘2차 파트너에 대한 납품 대금 결제 지원 협약’에 참여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향후 지속적으로 상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파트너십 정착을 위해 파트너들이 기술 및 사업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파트너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지원 프로그램들 이외에 다양한 신규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동반자 의식 수준을 제고할 수 있도록 파트너 의견 및 애로 사항을 수렴하는 시스템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의 대표적인 상생협력 프로그램인 ‘상생 아카데미’ 등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보다 내실 있게 운영하는 한편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서의 글로벌 동반 진출 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Interview 심재희 엔텔스 사장

“SK텔레콤이 해외시장 진출 견인차 역할”

“힐리오 서비스 이후 대형 미국 이통사들의 문의가 많아졌어요. 이전에는 영업을 하기 위해 열심히 찾아 다녔는데 지금은 제 발로 찾아오더군요."

힐리오의 과금 시스템을 개발한 심재희(41) 엔텔스 사장은 회사 설립 후 독자적으로 미국 시장을 뚫기 위해 4년 이상 공을 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로 평가받았지만 미국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이동통신 기술이 세계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 중소업체로서 수출 길을 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어요. 미국 이동통신사들은 미국 내에서 프로젝트를 한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만나주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SK텔레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엔텔스를 비롯한 중소 업체들까지 덩달아 미국 진출의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힐리오’를 통해 미국 이동통신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SK텔레콤이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업체들에게도 ‘글로벌 시장 동반 진출'이라는 날개를 달아 줬기 때문이다.

힐리오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엔텔스를 비롯해 필링크, 컴투스, 엑스씨이 등 23개 중소 협력업체 작품이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없었다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엔텔스는 미국뿐만 아니라 대만, 중국 진출도 SK텔레콤과 함께 했다. 지난해 260억원의 매출 중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50억원. 이중 30% 정도가 SK텔레콤과의 동반 진출을 통해 거둬들인 것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효과 외에도 해외시장 확대의 기회가 커진 것이 더욱 값지다. 미국, 중국 등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동남아나 유럽 등 다른 지역에도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엔텔스의 경우에도 지금은 가만히 있어도 스프린트, 버라이존 등 대형 이동통신사로부터 만나자는 제의가 온다는 것.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어온 여러 중소 벤처 솔루션이 다수 채택된 힐리오는 이러한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힐리오에서 제공하는 각종 무선 콘텐츠 서비스의 상당 부분은 모두 국내 중소업체들이 개발했어요. 이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대를 맞게 된 셈이죠.”

글로벌 시장 진출 외에도 엔텔스는 SK텔레콤의 중소기업 상생지원 프로그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인재 육성을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고가의 테스트 장비 무상 임대 등을 통해 한 해 4~5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