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보약이라는 옛말처럼 웬만한 약품보다 건강에 좋은 농산물이 많다. 최근 중국산 김치 파동 등으로 ‘이제는 어떤 음식을 믿고 먹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서며,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도 확산되고 있다. 세계 속에서 우리의 농산물이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농업의 경쟁력도 높여 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식품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바야흐로 ‘건강 지향 식품’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비타민 등 몸에 좋은 약보다는 인공 첨가물을 아예 배제한 천연 식품들이 건강기능식품으로 각광받는 시대이다. 건강식품을 의약품처럼 만들고 홍보하던 시대는 끝났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농산물이 많다. 이들 농산물은 식품이지 약품은 아니다.

 인삼은 약재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고의 건강식품이다. 이미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특산물로 알려져 있다. 인삼에 함유된 타우린 등 여러 성분들은 각종 질병에 약효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경남 거창의 김상목씨는 지리산 인근 청정지역에서 삼백초를 재배하고 있다. 삼백초는 항암의 효과를 비롯해 성인병 예방에도 뛰어나다고 알려졌지만, 특정지역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로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다. 김씨는 4년여에 걸쳐 노력한 끝에 일본 수출길을 뚫어 삼백초의 효능을 해외까지 알리게 됐다.

 강원도 춘천의 김병근씨는 동충하초를 주원료로 해서 당뇨 환자의 혈당 저하능력이 탁월한 기능성 건강식품을 만들었다. 이 건강식품은 당뇨치료에 획기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중국과 수출계약이 성사되는 등 해외에서 끊이지 않고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

 강원도에서 우리나라 대표 약재인 인삼을 재배하는 임진수씨는 지난 9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삼 분야에서 저농약 인증을 받았다. 대부분의 인삼 재배 농가들이 과수재배만큼이나 농약을 뿌리는 현실에서 저농약 인증을 받아 주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상목씨는 “약품보다 뛰어난 효능을 지닌 농산물이 많습니다. 건강보조 기능성식품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소득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경남 거창 김상목씨

 멸종위기에 처했던 삼백초 일본에 수출



 리산 인근 안개가 자욱한 해발 550m고지에 위치한 삼부농산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청정지역에 자리해 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삼백초는 <동의보감>, <중약대사전> 등을 통해 그 효능이 전해져 왔지만, 특정지역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로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다.

 경상남도 거창 장지마을에서 삼부농산을 꾸려가는 김상목(67) 원장. 92년부터 삼부농산을 경영하면 삼백초를 재배하고 있는 그는 원래부터 농사꾼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출판사, 공예품 관련 사업을 하다 나이가 오십을 넘기면서 고향인 거창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14년째다. 이제는 건초로만 연간 4톤을 생산하면서 매출 2억5000만원을 기록해 여느 중소기업 부럽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때 삼백초는 항암효과를 비롯해 성인병 예방에도 뛰어나다는 얘기가 매스컴을 타면서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채취하는 바람에 산림청에서 멸종위기 식물 177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처음 삼별초를 접하게 된 것은 조규형씨가 쓴 <삼백초건강법>을 통해서였어요. 당시 농사를 지을 만한 적당한 품종을 찾던 중 삼백초의 뛰어난 효능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조규형씨를 통해 삼백초의 종근을 어렵게 구하게 됐고, 충북진흥청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계속 증식시킨 결과, 멸종의 위기는 벗어나게 됐습니다.”

 김 원장이 꾸준히 종근을 분양시킨 결과, 삼백초는 삼부농산을 비롯해 전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는 삼백초와 삼부농산의 삼백초는 황토밭에서 재배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황토에는 사람 몸에 유익한 미생물이 많을 뿐 아니라, 살균작용까지 가능한 성분을 지니고 있어 따로 약을 칠 필요가 없다. 일반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보다 약성도 뛰어나다. 또한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삼백초가 원래 벌레에게 해를 입는 작물은 아니라서 벌레 때문에 약을 친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요. 대신에 제초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씁니다. 유기재배를 위해 1만여평에 이르는 논에서 일일이 손수 풀을 뽑아야 하다 보니 일손이 많이 부족합니다.”



 항암효과 비롯해 성인병 예방에도 뛰어나

 삼백초는 다년생 초본으로 높이가 30~90cm, 뿌리는 희고, 줄기는 곧으며, 잎 모양은 끝이 뾰족한 계란모양이다. 꽃은 흰색으로 7~8월에 피고, 열매는 8~9월에 맺는다. 초여름에는 잎이 파랗게 자라는데, 꽃 밑의 잎 세 개가 하얗게 변했다가 다시 초록색으로 되돌아오는 특이한 식물로 병충해가 없는 깨끗한 식물이다. 9~10월에 재배하는데, 한번 심으면 뿌리를 캐지 않는 한 계속해서 싹이 올라와 다음해에 따로 씨를 뿌리거나 할 필요는 없다.

 “삼백초의 뛰어난 효능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먹어본 사람이면 금세 알 수 있어요. 2~3일간만 먹어도 별칭이 ‘수목통’일 정도로 탁월한 이뇨작용을 보입니다. 줄기에 함유돼 있는 수용성 탄닌은 몸의 공해물질을 씻어 내고, 피를 맑게 하며, 막힌 혈관을 열어 주어 혈액순환에 뛰어납니다.”

 삼백초의 효능을 설명하는 김 원장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실제 한의사 박순식씨는 삼백초를 주재료로 만든 치료제가 항암제로서 어느 정도 효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밝혀 낸 바 있다. 이런 뛰어난 효능이 알려지게 되면서, 얼마 전에는 일본에 삼백초 원액을 수출하기도 했다.

 “일본은 식품의 수출이 워낙 까다로워 수출하는 데만도 4~5 년이 걸렸습니다.”

 수년간에 걸쳐 삼백초 표본을 일본에 보낸 결과, 일본정부로부터 삼백초의 효능을 인정받게 됐고, 이제는 일본에 삼백초의 효능을 알리는 체험사례까지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삼부농산 역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4만평 규모에서 1만평으로 재배면적을 줄이는 등 경영난을 겪기도 했다. 더군다나 농촌의 고령화로 제초를 할 수 있는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 유기재배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삼백초는 건강보조식품의 이미지가 강해서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굳이 필요한 필수재가 아닌 만큼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또 유기농법이 달라지면서 퇴비공장에서 닭 배설물로 만드는 퇴비는 사용할 수 없게 됐어요. 올해부터는 자체적으로 퇴비를 생산하든가, 유기재배용 퇴비를 써야 해서 더욱 까다로워졌습니다.”

 유기퇴비를 사용할 경우 일반비료에 비해 수확양이 줄어든다. 일반비료는 한 평에 10kg의 수확량을 올릴 수 있는 반면, 유기퇴비는 4~5kg에 불과하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재배를 고집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런 김 원장의 노력 덕에 황토삼백초는 경상남도 추천상품으로 지정받았으며, ISO 9001과 HACCP에서 인증을 획득했다. 삼부농산만이 지니고 있는 황토삼백초 제조와 가공기술을 인정받은 것이다.

 삼백초의 가공은 바로 삼부농산 안에 위치한 공장에서 이뤄진다. 삼백초는 밭에서 운반해 오자마자 세척한 후에 엽록소가 파괴되지 않도록 72시간 동안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건조실에서 저온건조 과정을 거친다. 건조과정을 마치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볶아내는데, 타지 않고 고르게 익도록 150도의 온도에서 3시간 동안 볶아 낸다. 이 과정에서 독소나 쓴맛은 없어지고 구수한 맛이 더해진다.

 “열처리 공정에서 사용되는 볶음기도 황토를 이용해서 제작한 것으로 원적외선이 나옵니다.”

 제조공정에 대해 묻자 김 원장의 자랑이 이어진다. 황토를 이용해 자체 제작한 기계로 삼백초의 약성을 더 뛰어나게 해준다고 한다.

 포장공정까지 마치면 완제품 품질검사 공정을 마지막으로 완제품이 탄생한다. 삼부농산에서 가장 많이 찾는 제품은 단연 ‘건초 황토삼백초’이다. 보리차처럼 물 대신에 마실 수도 있고, 세안수나 요리할 때도 이용하면 좋다. 평소 물 대용으로 계속해 마시면 변비도 사라지고, 장도 튼튼해지며, 감기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김 원장은 지금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 중이다. ‘건초 황토삼백초’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게 그의 판단. 기능성식품 위주로 환이나 알약과 같이 먹기 좋고 편리성을 갖춘 제품을 더 선보일 예정이다.

 “차 종류는 아무래도 끓여 먹어야 한다는 불편한 점이 있기 때문에 편리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욕구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점을 보완하고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강원 춘천 김병근씨

동충하초로 당뇨 치료에 획기적 성과



 충하초는 예로부터 ‘벌레이면서 벌레가 아니고, 식물이면서 식물이 아닌’ 영약으로 알려져 왔다. 겨울 동안 곤충의 유충이나 성충의 체내에 잠복해 있던 버섯의 균사체가 여름에 버섯으로 피어나는 모습에서 연유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최근 강원생물의 김병근씨가 만든 이런 동충하초를 주원료로 당뇨환자의 혈당 저하능력이 탁월한 기능성 건강식품을 만들어 당뇨 치료에 획기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씨는 당뇨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10여년 전 서울에서 단체급식을 하던 그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처지가 됐다. 역주행하는 차와 정면충돌하는 치명적인 사고였다. 그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당뇨를 얻게 되었고, 정상이던 혈당이 공복상태에서 435까지 높아졌다. 그때 만난 것이 바로 누에버섯이다.

 “혈당이 정상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제가 먹었던 제품이 중국산 동충하초에 비해 20배 이상 효과가 좋다는 결과를 보고 한 번 더 놀랐죠.”

 그때부터 그는 누에버섯 재배농가에 투자를 하기로 결심하고, 퇴원한 뒤 누에버섯 재배농가가 몰려 있던 춘천으로 내려갔다.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금은 농가소득에 크게 기여하는 지역업체로 성장했다.

최근 이 회사는 동충하초 버섯균을 누에에 배양해 당뇨환자의 혈당수치를 정상으로 낮추는 데 성공, 천연혼합물로 배합한 항당뇨식품을 새롭게 출시해 냈다. 항당뇨 효능이 입증된 동충하초에 메밀, 인진쑥, 계피 추출물을 황금 비율로 배합한 것이다.



 동충하초에 메밀, 인진쑥, 계피 추출물 배합

 1차 임상실험자 혈당치가 5주 만에 정상치 이하까지 감소하는 효과를 나타냈다고 김씨는 말했다.

 제품 연구팀에 따르면, 평균 식전 혈당이 173에서 110으로 약 36%가 감소하고, 식후혈당은 275에서 160으로 약 42%가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 한 실험대상자에게 기능성식품 투여군과 위약 투여군으로 절반씩 나눠 교체 복용을 실시한 결과, ‘플라시보(placebo)효과’도 없다는 걸 검증했다.

 연구를 맡은 강원대학교 최면 교수는 “천연혼합물로 배합해 부작용이 전혀 없는 제품으로 당뇨 혈당수치를 정상치 이하까지 낮추는 효과를 나타냈다”며, “현재 과학적으로 당뇨병에 대한 완치제가 개발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당뇨환자에게 획기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제품은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제약회사와 수출계약을 성사시켜 오는 9월부터 월 3만상자를 수출한다. 지난번 동북아투자박람회 때 중국시장에 대한 수출 상담이 이뤄져 진출이 가시화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농협 하나로마트에도 입점했다.

 이런 김 대표의 성공 이면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직원 30명으로 시작한 사업이 경영미숙으로 한때 부채만 16억원에 달할 정도로 사세가 기울었다. 직원도 3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동충하초에 대한 김 대표의 믿음은 더욱 확고해져만 갔다.

 이에 직접 경영일선으로 뛰어들어 매진한 결과, 동충하초에 메밀, 인진쑥 등을 배합해 당뇨치료에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최근 출시한 ‘당·당 누에버섯’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식물성과 동물성을 동시에 지닌 동충하초는 약성이 탁월해 예로부터 3대 영약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 채취되는 양이 극히 적어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순 없었죠. 일반적으로 재배한 것도 원료와 재배 방법의 부실함 때문에 제대로 된 동충하초를 만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당 누에버섯’은 전 세계에게 10억명으로 추산되는 당뇨환자들에게 희소식을 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당·당 누에버섯’의 원료가 되는 누에버섯을 각 지역의 양잠조합에 위탁해, 양식한 누에를 공급받는다. 누에버섯의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10마리씩 꿰어 기르는 꼬치 재배방식을 자체 개발해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신제품 개발은 당뇨환자에게만 획기적인 게 아니다. 1차 원료인 누에수매사업을 통한 농가 지원과 산림농업을 통해 산촌지역을 지원하고 있으며, 유기농산물 가공 등을 통해 유기농도 지원하고 있다.

 제품을 한 번 생산하는 데 필요한 메밀추출액은 약 200kg. 현재는 지역 농협을 통해 구매하고 있지만, 물량이 늘면 농가와 계약재배를 할 계획이다. 때문에 이 제품의 생산 여파는 누에를 키우는 양잠업계는 물론, 메밀과 인진쑥 농가의 소득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원주 임진수씨

 인삼 분야에서 처음으로 저농약 인증 받아



 리나라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인삼이 제일 먼저 꼽힌다. 약재로서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인삼은 건강식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인삼도 과수재배만큼이나 농약을 많이 살포하는 농작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자연농업을 통해 인삼 분야에서 친환경, 저농약 인증은 그만큼 더 화제다. 강원도에서 인삼을 재배하고 있는 임진수(36)씨는 지난 9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삼 분야에서 저농약 인증을 받았다.

 그는 1996년 충북대 농과대 연초학과를 졸업하고, 증평인삼시험장, 투엠바이아연구소에 근무한 이후 인삼재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담배와 인삼 중 어떤 것을 재배할지 고민했지만, 향후 전망이 더 좋은 인삼을 택했다. 고향인 강원도에서 시작한 인삼농사는 올해로 9년째로 접어든다. 인삼밭은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와 원주 신림에 있다. 판운리에는 섶다리와 평창강이 흐르고 있으며, 신림은 치악산 남쪽 자락에 위치한다.



 직접 만든 미생물제재 활용

 임씨도 처음에는 남들처럼 농약을 뿌렸다. 하지만 병충해가 잡히질 않았다. 1년에 10회 이상 농약을 뿌렸지만, 오히려 농약중독 증세만 보이고 몸만 더 힘들어졌다.

 “그래서 자연농업을 접목하기로 했습니다. 토양의 기본기를 미생물 등으로 먼저 다졌죠. 그랬더니 병충해도 많이 줄어들고, 병충해가 들더라도 진행 속도가 굉장히 느리더군요.”

 자연농업은 농촌 환경오염의 주범인 화학농약과 제초제, 화학비료와 항생제, 합성 성장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토착 미생물과 육지의 다양한 산야초, 바다의 해초류와 갑각류 등의 천연 자연농업 재료를 직접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다.

 자연농업은 농업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자재를 농가에서 직접 자급 생산해 농사를 짓는 방법으로, 외국산 수입 미생물과 수입 자재 등을 무분별하게 활용하는 여타의 친환경 농업과는 차별화를 이룬다.

 임씨는 전국에서 처음 인삼재배에서 저농약 인증을 받았다. 인삼은 농약을 많이 치는 작물 중 하나다. 보통 1년 10회 이상 농약을 살포해야 그럴싸한 인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임씨는 한 해 두 번 정도 약을 살포한다. 농약 대신 직접 만든 아미노산이나 키토산 등으로 대신한다.

 “직접 만든 자연농업 자재를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재배합니다. 10월 하순~11월 상순에 파종하고, 출아 후부터 영양주기표에 따른 시비관리로 1년을 키웁니다. 잘 뻗은 묘삼을 골라 3~4년 식재하면 4~5년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농가의 관행농법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약을 살포한다. 내년에는 무농약 인증을 받을 채비를 하고 있다. 농약을 한 번도 치지 않을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돈은 많이 벌지 못했다. 농약을 치지 않아 생산량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임씨가 생산하는 인삼은 다른 농가에 비해 굵지 않아 저농약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외면하기 일쑤다. 자연농법으로 키운 4년근 삼은 크기와 굵기에서 농약과 비료로 잘 키운 3년근 삼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가족들의 반대로 심했다. 충북 제천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부인 천애정(44)씨도 지난 2~3년 동안 농사를 그만두자고 남편을 조르기도 했다. 2001년 결혼할 당시 도시에서만 생활했던 천씨는 농사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한다.

 “농사는 짓고 있는 줄 알았죠. 인삼농사를 짓고 있다길래 돈도 웬만큼 벌고 있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농사를 알게 될수록 천씨는 더욱 농사가 힘든다는 걸 알게 됐다. 인삼은 재배하기도 어렵지만, 팔기는 더욱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몇 년은 최악이었다. 올해 초까지도 그동안 계속된 적자로 생활을 유지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천씨는 지난 봄까지 남편에게 다른 직업을 알아보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형편이 좀 나아지자, 천씨는 조르기를 멈췄다. 친환경 자연농업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면서 판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5년산 이상 인삼은 벌써 다 팔렸다. 주로 홈페이지와 입소문만 듣고 찾아오는 손님이 대부분인데도, 그럭저럭 팔린다는 것이 임씨의 설명이다. 천씨도 이제는 남편이 하는 일에 뿌듯함을 느낀다. 자연농법에 대해 인정도 해주고 있다.

 임씨의 꿈은 유기인삼을 재배하는 것이다. 그는 유기인삼은 인삼재배에서는 혁명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3년 이상을 재배해야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농업환경에서 유기인삼을 키운다는 것은 거의 꿈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두 발로 땅을 밟아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