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서도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신제품을 개발, 바쁘게 움직이는 농업인들이 있다. 이들의 아이디어 창출과 마케팅 전략을 알아보고, 또 어떻게 어려운 제품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는지 노하우를 들어본다.
 업 치고 쉬운 것이 있을까. 농사는 정직하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씨를 뿌린 후 수확해 돈을 손에 쥐기까지 아무도 장담을 못한다. 온갖 자연재해가 도사리고, 가격 폭락이라는 복병도 기다린다. 여름에는 태풍이, 겨울에는 폭설이 우리 농업을 암울하게 만들었다. 논밭이 물에 잠기고 떠내려가고, 폭설로 채소를 기르던 하우스가 주저앉았다. 여기에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농산물이 ‘우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톡톡 튀는 이색적인 아이디어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농업인이 있다.

 버섯돌이 3형제는 약용으로 쓰이는 상황버섯을 라면이라는 기호식품으로 탈바꿈시켰으며, 본정초콜릿의 이종태 씨는 동양의 독특한 인삼의 맛과 서양의 달콤함이 조화된 인삼초콜릿을 생각해 냈다. 청매실농원의 매실장인인 홍쌍리 여사는 시골아지메의 넉넉한 인심으로 소비자를 잡아끌고 있다. 이외에도 삼박골표고버섯농장의 장석윤 씨는 그동안 일률적이었던 표고버섯의 모양을 네모, 하트 등 다양한 모양의 버섯으로 키워 주목받고 있다.

 농산물도 독특한 기술과 맛, 모양으로 소비자들의 욕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어야만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러한 농업인들의 열정과 노력하는 모습은 농업 경제의 미래에 대한 변하지 않는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이들 농업인의 성공 요인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들은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앞에 놓인 모든 일에 도전해 위기를 피하기보다는 당당하게 맞서며 이겨냈다. 새로운 도전 과제를 찾아 이겨내려는 노력 속에서 아이디어를 찾은 것이다.

 버섯돌이 3형제의 최용주 씨는 “외부적으로는 좀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시장과 그 흐름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심 쓴 만큼 돈 번다

 청매실농원

 국인의 가장 큰 장점은 어딜 가나 넉넉한 인심이다. 하지만 요즘은 넉넉하던 인심이 많이 각박해졌지만 매실 명인인 홍쌍리 여사(62)는 다르다. 언제나 인심 좋은 시골 아지매의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한 마케팅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에 위치한 청매실농원을 찾은 사람들은 손에 손에 매실 제품을 들고 나온다. 하지만 이들 제품들이 전부 ‘돈’으로 산 것은 아니다. 이 농원의 홍쌍리 여사가 퍼주는 일종의 ‘시골 인심’이다.

 청매실농원의 일명 ‘퍼주기 마케팅’은 매실 마니아의 저변을 확대하면서 도시인의 정서에 향수를 불러일으킨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매실은 신맛이 강해 친숙한 과일임에도 대중화가 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금매’, ‘오매’ 등 한약재로만 사용되고 있었으며, 식품이라는 인식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후덕한 시골 인심으로 도시인 사로잡아

 청매실농원은 매실의 대중화를 위해 신제품 출시 초기부터 연간 약 100만 명에 이르는 농원 방문자 등에게 매실 가공 제품을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 홍 여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맛을 체험시키고, 후덕한 시골 인심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번 농원을 찾아와 홍 여사의 인심을 맛본 사람은 꾸준히 찾아오거나, 매실 가공 식품 등을 재구매하고 있어 ‘퍼주는 것’ 이상으로 벌어들인다고 한다. 퍼주기 마케팅은 매실의 식품화와 대중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청매실농원은 이를 통해 매실 종가의 입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홍 여사는 “당초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을 세워놓고 접근했던 것이 아닌데 결과가 좋았을 따름이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는 한국인에게 맞는 새로운 매실 식품을 개발했으며, 매실 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우리 전통을 잘 활용해 기능성이 향상된 제품을 생산했다. 매실 건강베개, 매실과자, 감로매 등 아이디어가 넘치는 제품을 계속 개발했다.

 퍼주기 전략은 찾아오는 손님들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동안 습득한 기술을 다른 농가에도 퍼주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힘들게 개발한 매실 식품 가공법을 스스럼없이 공개해 왔다. 매실이 지금처럼 대중화되고 고부가가치 농산물로 부각될 수 있었던 것은 매실의 유용성과 활용법을 아낌없이 공개한 홍 여사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다.

 홍 여사는 매실 재배 기술을 다른 농가에도 널리 보급하고, 친환경 농업으로 매실을 재배할 것을 권유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한 달에 3회 이상 강연이나 세미나에 참여해 전국의 농가들과 기술 개발, 경영 등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또 인근 농가에 매실 재배법을 적극 보급하고 이름난 매화꽃 관광지를 조성해 널리 알림으로써 매 실이라는 농산물이 지닌 문화적인 부가가치까지 창출해 내기도 했다.

 매년 봄 매화꽃이 만발하면 많은 사람들이 청매실농원을 찾아온다. 매실 식품을 숙성하기 위해 놓아둔 2500여개의 항아리, 산기슭의 매화꽃,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에서 바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화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40여만 명이 농원을 찾아 음악회, 전시회 등을 즐긴다. 농원 수익 중 대부분이 방문객을 위한 무료 시식이나 볼거리 및 정보 제공, 편안한 휴식 공간 마련에 들어간다고 한다. 

 전통적인 방법 고수해 가치 높여

 이러한 매실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의 뒤에는 ‘매실 명인’으로 불리는 홍 여사의 각고의 노력이 숨어 있다. 이 농원의 매실은 홍 여사가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한 매화나무에서 자란 매실만을 골라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고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청매실농원은 1931년 이곳에 매실나무 5000그루를 심으면서 시작됐다. 1대 매실 농사꾼인 시아버지의 뒤를 이은 2대 농사꾼인 홍 여사는 매실을 다양한 식품으로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경험으로 알게 된 매실의 뛰어난 효능에 주목하고, 매실을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 일상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냉동창고가 없던 시절, 수확해서 20일 정도밖에 보관할 수 없는 매실을 가지고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다 보니 한 해를 실패하면 다시 한 해를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수많은 시도와 연구를 거듭하는 그를 보고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이나 손가락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매실 음료, 매실 농축액, 매실 장아찌 등 매실 식품을 개발해 매실을 고부가가치 농산물로 만들었다.

 그는 “땅이 살고 풀이 살아야 인간이 산다. 농사는 살아 있는 작품이다”는 신념으로 친환경적인 농법을 도입해 한 해에 120~150톤 규모의 매실 농사를 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의 장점을 살리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매실 식품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에서 활발하게 판매하고 있다. 아직도 그는 매실나무에 거름을 주고 허리가 굽어지도록 항아리속을 들여다보며 매실 식품을 만들고 있다.

 홍 여사의 뒤를 이을 3대 매실 농사꾼은 장남인 김민수 씨다. 김씨는 매실 식품들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제품의 포장과 디자인 개발, 젊은 소비자층에 맞는 신제품 개발, 인터넷을 통한 홍보와 서비스 제공 등은 김씨가 젊은 감각으로 추진한 사업의 성과들이다. 그는 농민으로서는 거의 선두적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정보화의 흐름을 선도했으며, 홍콩·미국 등지의 교포사회에 매실을 홍보하고 지난 2003년에는 미국에 현지법인인 CMS USA를 설립했다.

 청매실농원이 웬만한 기업체보다 더 알려졌지만 홍 여사의 ‘퍼주기’는 계속된다. 홍 여사는 “눈앞의 이익보다는 매실 농사법이나 매실 건강법을 널리 보급하는 일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버섯라면 웰빙타고 ‘씽씽’

 버섯돌이 3형제

 암환자 등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상황버섯을 일반인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만들 수 없을까. 경남 진주시 미천면에서 상황버섯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는 버섯돌이 3형제는 상황버섯 추출액을 이용해 상황버섯라면을 생산해 화제다. 버섯돌이 3형제인 최용인(55), 용주(49), 용욱(43) 형제는 지난 2002년 ‘순환 행거식 공중 재배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항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버섯의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현재 큰형 용인 씨가 재배 및 관리 분야, 둘째 용주 씨는 연구와 개발, 막내 용욱 씨는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3형제가 상황버섯 재배에 나선 것은 1992년 병환으로 고생하던 어머니가 상황버섯을 이용한 식이요법으로 완쾌하자 둘째인 최용주 씨가 자연건강식품을 개발 보급하자는 꿈을 갖고 시작했다. 복사기 대리점을 하던 용주 씨는 직장과 영농 정착 준비를 병행했다. 용인 씨와 용욱 씨도 곧 사업에 동참했다. 농촌진흥청 균이과에서 버섯 재배 교재를 입수하고 재배 방법을 비디오테이프로 촬영해 새벽과 일과 후, 휴일을 이용해 표고버섯 재배에 나섰다. 진흥청에서 개발한 복령버섯의 재배는 성공적이었지만 값싼 중국산 수입으로 판로를 구하지 못해 실패했다. 용주 씨는 직장과 영농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완전 귀농을 결심했다.

 아이디어에서 생산까지 체계화

 이들 3형제가 선택한 것은 당시로서는 생소한 상황버섯 재배였다. 살균기 등의 구입도 어려워 간이기구를 직접 만들어 연구하며 재배 방법을 계속 보완했다. 당시 상황버섯 재배법은 지면 재배법으로 병해충으로 인해 수확량도 적고, 수확 기간도 2년이나 돼 수익을 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형제는 자생지인 지리산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상황버섯이 야생에서 자라는 상태를 관찰해 1998년 공중 재배법을 개발했다. 이 공중 재배법은 재배 기간을 관행 재배의 3분의 1로 단축시켜 생산량을 10배 이상 늘릴 수 있었다. 현재 이들 3형제의 280평 시설하우스에는 공중에 매달린 뽕나무와 참나무  토막에 최고급 상황버섯이 자라고 있다.

 하지만 상황버섯 공중 재배법으로 인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기존에 Kg당 300만 원에 이르던 상황버섯 가격이 Kg당 10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이들 3형제가 세울 수 있는 대책은 상황버섯의 수요를 확대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상황버섯이 약용작물로 분류돼 있어 수요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먼저 상황버섯의 식품화를 추진했다. 2002년 미 FDA(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로부터 무독성 식품 승인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2003년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식품 허가를 받았다.

상황버섯 가공품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를 시작하고, 기업화도 준비했다. 상황버섯의 수요 개발을 위해 상황버섯을 원료로 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창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상황버섯라면을 개발한 것은 먼저 버섯돌이 3형제가 버섯 가공 식품의 산업화를 위해 2002년 한국농업전문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2003년 농촌진흥청 농촌생활연구소와 공동으로 상황버섯라면을 개발했다. 창업보육센터의 조언에 따라 상황버섯라면의 제조 기술 개발은 농촌진흥청 농촌생활연구소와, 생산 유통 및 권리화에 관한 사항은 한국지적재산권관리재단과 공동으로 산업화 전략을 추진해 그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상황버섯라면은 상황버섯 추출액을 라면에 반죽수로 사용함으로써 기존 라면과 차별화된 색상을 나타냄은 물론, 면의 질감이 쫄깃쫄깃하고 쉽게 붙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맛과 영양이 뛰어나고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상황버섯에 면역 활성을 강화하는 베타-글루칸(β-glucan) 성분이 포함돼 있어 일반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상황버섯라면은 삼양식품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되며, 유통은 기능성 건강식품 판매사인 엘트웰이  담당하고 있다.

 웰빙 추세 맞춰 아이디어 창출

 원형 상황버섯을 비롯해 3형제가 생산하고 있는 상황버섯을 이용한 가공품은 라면, 음료 등을 비롯해 다양하다. 이들 3형제가 약용으로 쓰이는 상황버섯을 라면이나 음료 등으로 개발하게 된 것은 최근 불고 있는 ‘웰빙’ 제품 선호 추세의 확대에 따라 제품을 다양화하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상황버섯이 암세포를 억제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당뇨병, 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자들이 많이 찾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황버섯에 대한 인식을 좀더 친숙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용주 씨는 “상황버섯을 달인 물은 무취, 무색, 무맛이기 때문에 숭늉처럼 마실 수 있다”며 “5인 가족이 차로 끓여 마실 경우 한 달에 50g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스턴트 식품의 대명사인 일반 라면은 자주 먹기가 부담스럽지만 상황버섯라면은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어 오히려 자주 먹을수록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손색이 없다”고 덧붙였다.

 상황버섯라면 상용화의 성공 요인은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상용화까지의 과정이 체계적으로 관리됐기 때문이다. 3형제의 상황라면 개발 아이디어는 농촌진흥청의 연구 개발 단계를 거쳐 지적재산권관리재단을 통한 권리화 등 전문 기관의 활용과 적절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생산과 유통 등이 기반이 됐다.

 상황버섯의 원활한 판매와 유통을 위해 원목을 이용한 전통 창살 모양의 포장박스도 개발했으며, ‘버섯돌이 3형제’라는 캐릭터도 개발했다. 이들이 발굴한 아이디어와 기술은 10여개의 특허로 확보돼 있다.

 유명 스포츠 선수들에게 상황버섯 가공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스포츠 마케팅도 지속해 오고 있다. 프랑스 빙상협회, 한국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등에 체력 증강제로 상황버섯을 제공하고 있으며, 박세리·김병현 등 유명 스타들에게도 이를 추진 중이다.

 이들 3형제는 상황버섯 재배 기술 개발과 상황버섯의 식품화를 위해 FDA에서 무독성 식품 승인,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식품 허가 등 어려운 시련기를 회상하면서 상황버섯라면을 시작으로 음료, 상황버섯을 이용한 일상 식품까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겠다는 결의를 다짐하고 있다.

 상황버섯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및 상황버섯을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개발해 연간 5000만~6000만 원 규모의 100개 농가 판로도 보장되는 기대 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형제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30여억 원. 올해는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3형제는 해외 시장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올해에는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 항암 치료와 예방 등을 위한 의약품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인삼과 초콜릿의 만남 ‘대박상품’ 예약

 본정초콜릿

 우리나라도 발렌타인데이 등 외래 문화의 전파를 통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초콜릿 문화가 형성돼 가고 있다. 하지만 초콜릿 고유의 기능 및 효용보다는 유행병처럼 변모해 가는 초콜릿 문화를 보면서 동양의 독특한 인삼의 맛과 서양의 달콤함이 조화된 인삼초콜릿을 생각해 낸 농업인이 있다

우리 인삼을 이용해 초콜릿을 만들어 ‘동양의 신비한 맛’을 내는 초콜릿을 만든 본정초콜릿의 이종태 씨(42). 그는 서양에서 수백년 된 역사를 가진 초콜릿은 그 맛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의 고려인삼을 합쳤다.

 그는 농사를 지어 본 적도 없고 더욱이 인삼의 고장에서 자란 것도 아닌데 그는 기특하게(?) 우리 인삼을 이용한 초콜릿을 만들어 알리고 다닌다. 인삼은 효능이 널리 알려진 데 비해 쓴맛으로 인해 약재로서의 이미지가 강해 폭 넓게 복용되지 못했다.

 그는 “외국인과 젊은이, 장년층까지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 어떨까. 외국에서 온 것을 우리 것으로 포장하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출발해 옹기인삼초콜릿을 만들었다. 인삼을 함유한 초콜릿을 개발, 한국 전통 그릇인 옹기에 담아 전통미를 살림으로써 한국 농산물과 전통문화를 세계로 보급하기 위해 개발했다.

 인삼 함유 초콜릿을 옹기에 담아

 ‘옹기인삼초콜릿’은 우리 인삼과 엄선된 초콜릿을 혼합해 인삼 고유의 쓴맛과 향을 제거함으로써 외국인과 우리나라 젊은이, 중·장년층에게 새로운 차원의 초콜릿 제품으로 태어나게 됐다. 여기에 자연 친화적인 옹기에 담긴 인삼초콜릿은 동양적인 문화에 신비감을 지니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관광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삼을 전략적인 상품과 브랜드로 활용해 발렌타인데이 등 특색 있는 상품을 찾는 젊은 층의 구매가 예상되며, 특히 전통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에게 특별하고 친숙한 관광 상품으로 외화 수익도 기대된다.

 ‘동양의 신비한 맛을 내는 초콜릿’, 그것이 적중했는지 농림부에서 주최한 ‘전통 식품 세계화 품평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 품평회 심사위원들은 외국인들이었는데 그들 모두가 이 제품에 최고의 점수를 줬다. “한 입 깨물면 터지는 인삼의 쌉싸름한 맛과 향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대부분의 평가였다고.

 이씨는 대학시절 럭비선수였는데,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1년간 독학한 끝에 와세다대학에 입학할 정도로 의지가 대단하다. 일본에서 ‘인간과 과학’을 공부한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패션회사에 입사했다. 원단을 구입하러 외국을 자주 나가게 됐는데 프랑스에서 초콜릿 전문 매장에서 받은 충격은 그의 표현대로 “너무 신기하고 너무 인상적”이었다. 초콜릿은 단것으로만 알았는데, 먹어 보니 달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었다. “달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한국에서 꼭 이런 초콜릿을 만들리라”라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그는 1998년 20여평의 조그만 사무실에서 초콜릿에 대한 연구와 사업 계획을 세우고, 1999년 8월 초콜릿 전문점을 정식 오픈했다. 본정(本情)이라는 브랜드는 ‘우리 본래의 따스한 정을 초콜릿의 달콤한 맛에 함께 드린다’는 의미다.

 그러면 그가 어렵고 힘든 농업 분야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인삼과의 만남이다. “인삼의 위력은 대단하다”며 그는 인삼이 아이디어로 떠오른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그의 초콜릿 구상의 첫 번째는 우리 대표적인 농산물 ‘인삼’과의 만남으로 이뤄졌다. 그가 만약 인삼 대신 도라지나 더덕을 가지고 초콜릿을 만들었다면 성공이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삼은 외국인이 가장 즐겨 선물하는 상품이고, 김치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농산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삼과 초콜릿은 찰떡궁합이다. 어릴 적 꿀에다 인삼을 달여 먹었던 일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인삼의 맛은 쌉쌀하다. 이 맛 때문에 먹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많은데, 꿀에다 인삼을 더하면 이런 우려는 일시에 해소된다. 그는 그것을 응용해 상품화를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 농산물 인삼과 초콜릿의 결합은 이뤄졌다.

 제품을 개발하다 보니 맛의 정의가 어려웠다. 중요한 것은 인삼이 아니고, 초콜릿도 아닌 인삼초콜릿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느끼는 입맛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배합비를 알아내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가 쓰는 인삼 소비량은 그리 대단한 양은 아니다. 여러 농가에서 받아 쓰는데 인삼 분말이나 정과(수삼을 쪄서 꿀에다 재운 것), 그리고 인삼 진액을 이용한다. 인삼은 4년 된 뿌리를 쓰는데 초콜릿에 들어가는 함유량은 20%를 넘지 않는다. 20%가 넘으면 인삼 맛이 강해서 본래 고유의 초콜릿 맛을 흐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도 ‘우리 것’이 최고

 본정에서는 인삼과 관련된 3종류의 초콜릿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인삼정과초콜릿’은 인삼 정과를 초콜릿에 채워서 만들었으며, 초콜릿에 인삼주를 넣은 ‘인삼주초콜릿’도 생산한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인삼분말초콜릿. 곱게 갈은 인삼가루를 초콜릿 표면에 뿌린 것인데, 이씨는 이 아이디어를 인절미에서 얻었다. 이씨가 성공하게 된 첫 번째 덕목은 무엇보다 아이디어의 창출 덕분이다. 그는 아이디어의 대부분을 ‘우리 것’에서 찾는다. 초콜릿의 인삼이라는 내용도 우리 것이지만 포장도 우리 것에서 찾고 있다. ‘옹기 포장 3형제’ 시리즈가 그것이다.

 3형제 옹기는 작은 조롱박 크기로 키도 한 뼘을 넘지 않는다. 이 옹기 속에 인삼초콜릿이 차곡차곡 담긴다. 그는 인삼초콜릿의 모든 제품을 우리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옹기에 담는다. “맛도 맛이지만 옹기 포장이 재미있고 개성적”이라는 주위의 칭찬에 그는 아예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인삼초콜릿에”라는 다짐으로 뛰고 있다.

 본정의 마케팅 전략도 ‘우리 것’이다. 이씨는 매장을 늘린다거나 제품을 홍보하는 데 크게 서둘지 않는다. “황소처럼 천천히 걸어나가서 굵게 만든다”는 것이 전략이다. 돈을 빨리 벌려는 생각도 없다. 천천히 우리 문화와 전통을 형성해 가면서 해도 좋다는 지론 때문에 그의 매장은 소박하다. 청주 본점 외에 서울에 있는 화랑과 외국인이 자주 찾는 카페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역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본정초콜릿은 향후 인삼과 옹기를 외국 박람회 및 관광 관련 단체, 해외 초콜릿 전문점에 적극 소개해 전통문화 홍보와 더불어 전통 상품의 세계화를 계획하고 있다.

 이씨는 “돈을 많이 벌면 좋죠. 하지만 돈보다는 맛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좋은 초콜릿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명품으로 만들 겁니다”고 말했다.



 버섯도 ‘별’나야 잘 팔린다

 삼박골 표고

 최근 ‘얼짱’ 열풍이 불면서 농산물에도 이를 적용하는 농업인이 있다. 충남 예산군 대흥면 장석윤 씨(39)가 운영하는 삼박골표고버섯농장에 가면 기존의 표고버섯과 다른 모양의 버섯들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표고버섯이 둥근 모양이라면 장씨가 생산하는 표고버섯은 네모, 세모, 하트 모양으로 생겼다. 이 버섯은 150m의 심층 지하수를 이용해 재배되는 데다 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않아 청정 농산물로도 각광받고 있다.

 삼박골표고버섯농장은 1200여평 12개동의 표고 재배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존의 농장과는 차별화된 마케팅과 전략으로 맛과 향 그리고 품질이 우수한 표고버섯을 재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다.

 장씨가 버섯농장을 운영한 지는 2년. 원래는 건축 오퍼상을 했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귀향을 했다. 농장 터는 건축일을 할 때 구입해 두었던 것이다. 버섯에 문외한이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버섯을 재배하는 마을에 갔다가 그해 겨울 폭설로 무너져버린 하우스 안의 표고버섯 원목을 값싸게 구입한 것이 버섯을 재배하게 된 동기다.

 그때부터 독학으로 버섯을 연구하며 재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들과 같이 일차원적인 생산을 하다 보니 1200평 규모의 농장으로는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았다. 버섯이 경매로 팔려나가면서 생산지 주민은 값싸게 공급하고 소비자는 비싸게 구입하는 것에 실망해 새로운 판매 방법 및 새로운 상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 중 과일의 진액이 있는 점에 착안해 표고버섯을 이용한 농축액 개발에 착수, 표고버섯 농축액을 개발했다.

 원목 사이에 낀 버섯에서 힌트 얻어

 또 다른 표고버섯 재배 농가와 똑같은 생산과 재배로서는 더 이상의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차별화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신상품 개발에 몰두했다. 그렇게 새로운 상품 개발에 몰두하던 어느 날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버섯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표고 원목을 가위 세우기를 하는데 원목이 맞닿는 부분에 자라는 버섯이 동그랗게 자라지 못하고 원목에 끼여 기형적인 버섯이 되는 것을 본 것이다. 그는 버섯의 모양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표고버섯을 찢어 보고 잘라 보고 으깨어도 보면서 버섯 섬유질의 특성과 버섯의 성장 과정에서 옆으로 벌어지는 성질을 이용하면 원하는 모양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처음에는 아이스크림 껍데기를 이용해 삼각형 틀을 만들어 버섯에 씌웠더니 완벽한 모양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모양이 변하는 것을 알게 됐다. 사각형 등 다른 모양을 만들어 성공하자 하트 모양 및 원이 되는 모양도 시도해 성공했다. 그는 대량 생산을 위해 금형 제작을 시도해 1년여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완벽한 ‘모양버섯’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개발한 모양은 24가지로 우선 4가지를 공개했으며, 올해부터 매년 한두 가지 모양을 공개함으로써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씨는 모양버섯을 만들기까지 겪은 수많은 어려움 중에서도 3억 원에 가까운 금형 제작비를 마련하는데 누구 한 사람 도움을 주지 않아 순수 자비로만 충당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겨울에는 단돈 1만 원이 없어 서울에서 내려온 조카들에게 자장면 한 그릇 사주지 못하고 곧바로 올려 보내야만 했던 점도 가슴 아프다고 회상한다.

 또 모양버섯 재배는 성공했지만 포장 방법이 없었던 것도 어려움이었다. 포장재에 대한 아이디어도 우연히 얻었다. 초콜릿 상자에 담긴 초콜릿을 보고 힌트를 얻어 6개월여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포장재와 포장법을 개발했다. 그는 상품 출하는 인터넷을 이용해 전량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고 있으며, 버섯 재배 기술은 향후 다른 농가들에도 보급할 예정이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 덕분에 삼박골표고버섯은 2004년 충청남도 관광 기념품 공모전에서 관광협회장상을 수상해 충청남도 관광 기념품으로 선정됐으며, 농협중앙회가 선정한 2005년 히트 예감 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장씨는 현재 국내 18건의 특허와 상표를 출원 중이며, 일본 등 해외 5개국 등에서도 8건의 특허를 출원 중이다.

 그는 2006년부터 표고버섯 농축액 제조 가공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며 이 시설이 갖춰지면 더 많은 농가와 소비자에게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장씨는 “일차원적인 생산과 일차원적인 재배 방식을 가지고 있는 농민들이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깨우쳐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