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를 뿌려 열매를 얻는 정직한 농업은 가라! 이제 우리 농산물도 최신 정보와 첨단기술로 무장해 세계와 싸워 이겨야 하는 글로벌 비즈니스형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차별화ㆍ고급화 전략만이 우리 농가들의 살 길이다.
 단기술로 무장한 우리 농산물이 농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꾸고 있다. 값싼 농산물이 첨단기술을 만나 인기가 높은 농산물 가공제품으로 변신한다. 첨단기술을 통해 일손이 크게 줄어들고, 환경오염도 줄어든다. 또 기계화로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어 소득도 높아진다. 자동화시설을 갖춰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농기계를 잘못 사용해 생길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도 줄어든다.

 기존 농업의 한계를 넘어 전국화·세계화를 위해서 첨단기술을 농사에 접목해야 하는 건 불가피한 현실이다. 따라서 새로운 첨단기술을 농사에 접목해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고 있는 농민들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경남 창녕에서 버섯농사를 짓고 있는 정득기씨는 원격제어 시스템을 통해 장기여행 중이라도 자신의 버섯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온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문제가 생기면 휴대폰으로 바로 알려 준다. 정씨의 자동화기계는 일본에, 그의 버섯은 유럽으로 수출된다. 그는 최근에는 자신이 개발한 압연방법을 이용해 값싸고 맛있는 버섯 가공식품을 만들기도 했다.

 충북 충주의 유철형씨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인공수정을 통해 순품종 꿀벌을 생산하고 있다. 해외 유명 양봉장과 꿀벌 육종학자를 자비를 들여 찾아가 배워 오는 열성을 보인 유씨는 기존 꿀벌보다 두 배 정도의 높은 수확량을 보이는 우수품종을 생산하고 있다.

 전남 순천의 이동현씨는 5년여에 걸친 기술개발을 통해 일반 쌀보다 10배나 비싼 기능성 쌀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씨는 “첨단기술 개발을 통한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는 각종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새로운 대안”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녕 정득기씨

자체 개발한 버섯재배 시스템 일본에 수출



 ‘요정(妖精)의 화신(化身)’, 중국 진시황의 ‘불로초(不老草)’라 불려지던 것은 무엇일까. 바로 버섯이다. 버섯을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경상남도 창녕 영산면에서 새송이버섯 농장을 운영하는 정득기씨(43). 그는 새송이버섯을 재배하고 버섯 가공식품을 만들 뿐 아니라 농업 자동화기계를 직접 생산하는 농업 분야의 신지식인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생활한복을 입고 수염을 길게 기른 첫 인상은 타고난 농사꾼, 그 자체다. 하지만 그는 운영하는 사업체만도 세 개나 되는 어엿한 사장님이기도 하다. 버섯을 재배하는 ‘머쉬라인’, 농업 자동화기계를 만드는 ‘아이디어뱅크코리아’, 그리고 버섯배지를 배양하는 ‘초롱농산’이 그것이다.

 원래 정씨는 쌀농사, 고추농사를 짓던 평범한 농민이었다. 그러다 1989년부터 느타리버섯을 시작으로 버섯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농사짓기 가장 어려운 게 바로 버섯입니다. 어렵기 때문에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다 하는 쌀농사로는 성공할 수 없으니까요.”

 그가 버섯농사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다소 엉뚱하게 설명한 배경이다.

 버섯재배, 아주 작은 규모라 생각할 수 있지만 정씨가 운영하는 농가는 대단한 규모다. 무려 24개의 재배동에서 버섯을 키우는데, 일일 생산량만 해도 3만병(5톤 차량 3대 분량), 연간으로 따지면 800톤 분량이다. 버섯 판매와 자동화기계를 합친 전체 매출액은 100억원에 이른다.

 “농업하는 사람이니깐 한 가지만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발전이 없어요. 직접 재배도 하고, 운영하면서 필요한 기계 제작, 프로그램 제작 등 모든 걸 다 할 줄 알아야 해요. 그래야 제대로 된 농사를 지을 수 있어요.”

 ‘머쉬라인’에서 재배되는 버섯은 20%는 수출, 30%는 국내 공판장으로 유통되며, 50%는 가공식품으로 만들어진다.

 “버섯은 우리나라가 제일 싸요. 미국은 우리의 20배, 유럽은 10배나 되니까요.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죠.”

 정씨는 1998년 미국에 처음으로 버섯을 수출한 이후, 현재는 네덜란드, 호주, 미국, 캐나다, 벨기에 등 세계 곳곳에 재배한 버섯을 수출하고 있다.

 또한 정씨는 생버섯 유통 및 수출과 더불어 새송이버섯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만들었다. “생식, 선식은 건강에는 좋지만, 맛이 별로 없어서 많이 먹지 않게 돼요. 그래서 생각해 낸 거죠.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고, 게다가 가격도 저렴한 버섯식품을 만들어 보자며 시작했어요.”

 연구개발 끝에 탄생한 것이 발효선식인 ‘맛짱 아침식사’다. 건강에도 좋고, 맛있는 선식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제품이다. ‘맛짱 아침식사’는 물이나 우유만 부으면 먹을 수 있도록 간편하게 만들어졌다. “스프를 즐겨 먹는 외국인들도 염두에 두었어요. 간편한 아침을 즐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제대로 만들면 통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수출까지 생각하고 만든 이 제품에는 정씨의 두둑한 배짱이 묻어나 있다.

 발효선식 ‘맛짱 아침식사’를 만들어 내기까지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선식은 삶고 찐 후 건조하는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거치게 되면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압력과 온도’ 조절을 통한 압연이다. 압력을 가해 온도를 조절하면 삶고, 찌고, 건조까지 모두 거친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개발과정의 간소화로 생산비도 절약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식품을 제공할 수 있어 아주 만족스럽다고 한다.

 정씨는 ‘맛짱 아침식사’가 건강에 좋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우리 몸 안에 있는 위는 단백질을 10%만 소화시켜요. 하지만 ‘맛짱 아침식사’는 단백질이 소화돼 나오는 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위에서 바로 흡수될 수 있죠. 버섯은 된장찌개에 들어간 균과 같은 성분이라 건강에 아주 좋아요.”

 실제로 버섯은 두뇌활동·고혈압·성장발육 등 가치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하지만 농산물 가공식품에는 기능 및 효능을 첨부할 수 없다는 표시금지 조항 때문에 식품의 장점을 널리 알리지 못하고 있단다. 정씨는 이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버섯재배와 가공식품 생산 모두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하는가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농산물 유통은 다단계로 이뤄져 생산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그는 복잡한 유통과정을 줄여 국내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소비자는 어떤 손해도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유통과정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과정이 복잡해지면 그만큼 비싼 값에 사서 먹어야 하는데, 그건 소비자에게도 저에게도 만족스럽지 못해요.”

 정씨는 홈페이지에 가입한 회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700여명. 앞으로 회원 수가 1만명 정도만 되면 상품을 시중에 유통시키지 않고 회원에게만 공급할 계획이다.

 “우리 상품은 100% 후불로 판매하고 있어요. 제품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죠. 한번 드셔 보시고 입맛에 맞지 않으면, 다시 반품하셔도 돼요. 물론 택배비까지 제가 부담해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회원과의 관계 유지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자신의 고객은 전적으로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다.

 버섯재배 시스템은 모두 자동화돼 있다. 365일 24시간 가동하는 시스템이 비상시에는 실시간으로 관리자에게 메시지를 전송한다. 또 웹사이트를 통해 버섯의 재배 과정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 믿고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버섯재배는 농업이 아니라 산업이고 첨단이에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농업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농업·생명공학·전자공학·컴퓨터 분야까지 공부했어요.”

 6~7개의 과목을 독학한 그는 버섯사업과 더불어 농업기계를 생산해 내는 ‘아이디어뱅크코리아’를 운영한다. 농업에 필요한 기계를 직접 생산한다는 취지다. 처음엔 일본에서 수입한 기계로 버섯재배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일본으로 역수출을 하고 있는 어엿한 중소기업이다.

정씨는 1994년 국제농업기계박람회에서 농림수산부장관 발명대상을 받는가 하면, 1999년 신지식인으로 선정되는 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그의 농장은 이제 해외농업인의 중요한 견학지가 됐다.

 “외국에서 한 달 평균 열 팀 정도가 견학을 와요. 그 중에서도 네덜란드에서 가장 많이 오고 있습니다.” 농업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서도 온다니 정씨의 명성을 짐작할 만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1년에 40여 차례 해외에 나가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고, 그것을 우리 실정에 맞게 새롭게 구현해 내기 위해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기 때문에 그의 농장과 연구실은 오늘도 바삐 돌아가고 있다.



 충북 충주 유형철씨

 여왕벌 인공수정으로 고품질 꿀 생산



 충청북도 충주의 제오개 마을. 앞으로는 충주호가, 뒤로는 월악산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 곳곳에는 배나무, 사과나무 등으로 향긋한 가을 냄새가 그윽하다.

 여기서 양봉을 하는 유철형씨(43)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꿀 생산에만 주력하는 여느 양봉장과는 다르게 직접 순수 품종의 여왕벌을 생산한다는 점이다. 여왕벌 생산? 다소 생소하지만 지난 23년간 양봉을 해온 유씨가 생각해 낸, 꿀벌에 대한 발상을 전환한 또 다른 시도였다.

 “19살 때부터 벌을 키웠어요. 여러 품종의 꿀벌을 키웠는데, 생각만큼 꿀 생산량이 많지 않더군요. 그래서 순품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4년 전, 외국에서는 여왕벌을 인공수정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평범한 양봉농장을 운영하던 유씨는 그때부터 순품종 여왕벌과 잡종 강세 여왕벌을 생산하게 됐다.

 꿀벌은 공중에서 교배를 한다. 자연적인 습성이라 막을 길이 없지만, 그 때문에 점차 잡종화는 물론 퇴화되어 가는 추세다. 꿀벌이 퇴화되면 생산력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유씨는 2001년에 외국 여러 나라의 꿀벌 육종조사를 한 후 2002년에는 충주호 내수면의 격리된 양봉장 3100평을 구입했다. 여왕벌 생산을 해본 적이 없던 그가 인공수정부터 산란까지 많은 과정의 연구를 통해 우수품종의 여왕벌을 생산해 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이명렬(47) 박사와 충주시농업기술센터 배종성(49) 농촌지도사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덜 수 있었다.

“이 박사님의 도움으로 해외를 오갈 수 있었어요. 통역도 해주시고, 해외연수에 참석할 자리도 마련해 주시고요. 무엇보다도 기술지원을 해주신 것이 가장 도움이 많이 됐어요.”

 처음에는 이 박사도 유씨의 요청을 거절했다. 쉽지 않은 기술을 한 농민이 하려고 한다는 걸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박사는 결국 유씨의 열정에 손을 들었다고 한다.

 이 박사와 유씨는 지난 2002년 호주 테일러양봉장을 방문해 품종별 여왕벌 선발 방법과 대량생산 기술을 습득했다.

 “그 곳에서 배울 땐, 돌아오면 잘 될 것 같았어요. 거기선 잘 됐거든요. 근데 막상 돌아와서 해보니깐 안 되더라고요. 하루에 한 마리 인공수정하기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폴란드로 가서 제대로 익히고 왔어요. 지금은 하루에 거의 8~10시간씩 50~60마리를 인공수정하고 있습니다.”

 유씨가 인공수정으로 생산해 낸 꿀벌의 이름은 ‘충주호’. 흑색 계통의 벌로 보통 우리나라에 있는 다른 품종보다도 수밀력과 근면성이 뛰어나고 병해충에도 훨씬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것은 호주와 폴란드를 오가며 벌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한 결과다.

 “당장 꿀을 생산해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에 한 번이라도 더 나가서 기술을 배워 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번 가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정보도 교환하기 때문에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죠.”

 유씨가 벌과 씨름하는 연구실. 컨테이너로 지어진 연구실은 소박하다. 인공수정에 필요한 현미경과 실험실 책상, 여왕벌을 마취시킬 때 필요한 이산화탄소·탄산가스통, 그리고 온도 조절을 위한 인큐베이터. 이렇게 꼭 필요한 것들로만 연구실은 꾸며져 있다.

 유씨의 아담한 연구실은 주변 양봉장의 벌통과 배나무·사과나무, 그리고 옥수수밭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그와도 안성맞춤이었다.

 ‘충주호’로 인해 꿀 생산량도 대폭 늘었다. “꿀 생산에 연연해하진 않았는데, 우수한 품종의 여왕벌과 일벌들을 생산하다 보니 전보다 꿀 수확량도 많이 늘었어요. 보통 한 통에 20kg 정도를 수확했는데, 이제는 50kg쯤 되니까요.”

 예상치 않았던 호조로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그는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기술 습득을 위해 워낙 해외에 많이 나가기 때문이다. 꿀벌과 관련된 전시회나 컨퍼런스, 세미나가 있다는 얘기가 들리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참석한다.

 “아내가 교사에요. 그래서 수익이 없어도 유지할 수 있었죠. 돈 많이 벌면 좋은데, 제가 못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많이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니깐 좋아요.”

 그는 아내에 대한 미안한 속내를 살짝 내비쳤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은 초등학교 5학년생. 아빠가 벌을 키운다고 하니, 담임선생님은 방학숙제로 벌 관찰을 해오라고 했단다.

 “벌통을 열고 관찰할 수는 없잖아요. 벌에 쏘이게 되고 제대로 볼 수도 없고요. 마침 호주에서 본 관찰용 벌통이 생각났어요. 사면이 유리로 돼 있어 관찰하기 아주 좋았죠. 그것을 보고 관찰용 벌통 10개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관찰용 벌통을 만들다 사고가 났다. 그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의 한마디 정도가 잘린 것.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얼마나 놀랐을지 눈에 선하다.

 우리나라 중부에 속하는 충주. 이곳은 여왕벌을 육종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순품종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조건입니다. 공중교배를 하기 때문에 격리된 공간이 필요했어요. 마침 충주는 중부지방이라 아주 좋은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고, 충추호와 월악산이 있어서 외부와 격리된 곳이죠. 충주 이곳은 순품종을 위한 최적의 조건입니다.”(배종성 농촌지도사, 49)

 이곳에서 육종된 흑색 계통 벌꿀 ‘충주호’에 대한 평가는 대단하다. 가장 많이 사육됐던 황색잡종과 비교 평가한 결과, 최저 130%에서 최고 230%로 꿀 생산이 향상된 성과를 나타냈다. 지역적 환경과 사육기술, 채밀 방식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을 수 있으나 아주 긍정적인 결과다.

 유씨는 지금까지 전국 시도에 600여 마리의 ‘충주호’를 무료 분양했다. 우수품종의 육종을 늘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당분간 시범지역에만 분양할 계획이다.

 “시범농가로 선정된 곳에만 여왕벌을 공급하고 싶어요. 그렇게 해야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라고 뜻을 밝힌다.

 앞으로 30년을 내다보고 시작한 일이라고 말하는 유철형씨. 이명렬 박사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에요. 당장 수익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비전을 가져야 하죠. 여왕벌 생산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해요”라고 유씨를 말한다.



 전남 순천 이동현씨

 보통 쌀보다 10배 비싼 발아현미 개발



 전남 순천의 바이오업체인 픽슨바이오는 신기술의 건조방식으로 일반 쌀보다 10배나 비싼 발아현미를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동현(37) 픽슨바이오 사장은 “발아현미는 발아작용에 의해 외피의 섬유질이 부드러워진 상태의 현미를 말합니다. 그래서 조그만 씹어도 백미처럼 부드럽고 단맛을 냅니다”고 설명했다.

 발아현미는 현미에 적정한 수분·온도·산소를 공급해 1mm~5mm 정도 싹을 틔운 쌀로 현미의 영양과 기능을 극대화하여 백미의 단점을 극복한 쌀이다.

 “현미에는 비타민, 당질, 단백질, 지방질, 광물질, 식이섬유 등 거의 모든 영양소가 들어 있는데, 발아가 되면 이런 영양소가 몇 배에서 수백 배로 증가합니다. 효소와 미네랄 등 전에 없던 새로운 성분이 생겨 현미보다 탁월한 효과가 있는 기능성 식품이 됩니다.”

 발아현미는 현미와 백미의 단점을 보완해 준다는 것이 이 사장의 설명이다. “현미는 영양소가 풍부하지만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질감이 까칠까칠한 단점이 있어요. 또 백미는 도정과정을 거치면서 배아(쌀눈)에 포함된 영양분이 대부분 소실돼 버리죠.”

 발아현미를 만들기 위해서 먼저 보일러로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발아장치에서 현미와 흑미에 어린 싹을 틔운다. 고르게 싹이 돋아난 현미는 열풍이나 냉결 건조방식과는 달리 거의 자연조건에 가까운 12도에서 18도의 진공상태에서 이틀 정도 말린다.

 이 과정의 건조방식이 CDT(특수저온건조방식)라는 새로운 기술이다. 픽슨바이오와 순천대 산학협력 중심 대학육성사업단이 공동 연구개발한 이 방식은 저온에서 건조할 수 있는 특수한 기술이다.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5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겪은 어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 사장은 그동안의 어려움은 말로 다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동결건조방식은 설비비가 높고, 에너지 소모가 많아 관리비 등 외주비용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CDT방식은 설비가 동결건조방식의 2분의 1정도이며, 외주비도 30% 정도 낮다.

 이 사장은 “동결건조방식과 열풍건조의 경우 기능성 부분의 손실이 크지만 CDT기술은 이런 문제점을 크게 개선한 국내·외 유일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건조로 인한 알갱이의 쪼개짐도 없고, 건조 전후 영양소의 파괴도 없다는 것이다.

 원료인 쌀은 벌교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쌀만 사용한다. 또 발아시 천연암반수를 사용해 밥을 지을 때 씻거나 불릴 필요가 없으며, 시큼한 효소 냄새도 제거했다. 픽슨바이오의 발아현미는 일반 현미, 백미와 성분을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함량의 지방질과 철, 식이섬유, 단백질, 칼슘 함량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아현미쌀은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픽슨바이오의 발아현미는 보통 쌀보다 10배나 비싸 쌀값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장은 올해 5만kg, 내년에는 품종을 늘려 15만kg 30억원어치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국내·외적으로 웰빙열풍이 불던 지난해 회사를 설립했다. 자연친화적인 재료로 만든 유기농제품의 소비증가와 새로운 바이오소재를 이용한 비즈니스가 뜰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쌀 문제가 국가적 해결사항인데도 정부에서 내놓는 쌀 프로젝트는 근본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었어요. 기능성 쌀을 이용해 보자는 생각으로 사업에 착수하게 된 겁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은 있었지만, 실용화나 기술에 대한 대안은 없었다는 것이다.

 픽슨바이오의 주요 생산품목은 참숯 목초액을 활용한 유기농 채소와 세계 최초로 저온감압 건조방식으로 생산한 발아현미 등의 기능성 식품이다. 여기에 자체 연구소에서 개발해 낸 바이오 신소재를 중심으로 친환경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작물보호제의 경우 3년간 일본 큐슈대학에서 선행연구를 수행했으며, 2년에 걸친 국내 적용시험을 통해 그 기술과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의 연구는 산업자원부 핵심기반기술 개발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순천향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기능성 생물자원 분야 겸임교수로 임명될 만큼 이 사장의 연구 성과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장은 친환경 바이오소재를 바탕으로 수입대체 친환경자재 등록과 판매, 바이오테크놀러지를 이용한 병해충 동시방제재를 생산 판매할 예정이다. 그는 기능성 쌀 외에도 버섯, 무, 딸기, 당근 등에 식품건조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중이다.

 픽슨바이오는 지난 9월6일에 부설연구소도 개설했다. 전남대 바이오연구센터의 박사급 인력 2명과 석사급 1명으로 연구진을 구성했다.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 경쟁력 강화도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사장은 향후 매년 2억원 이상을 연구개발 예산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그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겁니다. 기술개발과 품질평가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제품의 기능 개선에 주력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