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구글·애플·페이스북·인텔·야후 등 익숙한 기업부터 에어비앤비·테슬라·넷플릭스 등 수많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모여 있다. 이들 기업들의 본사 사옥 중엔 칸막이를 없앤 곳이 많다. 구성원 간 격의 없는 교감과 조직 내부 소통을 위해서다. 기업의 생산성은 개인 역량에만 달린 게 아니라 직원을 둘러싼 공간과 업무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른바 ‘실리콘밸리 룰’을 따라 설계된 사옥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개방형 구조

에어비앤비 본사는 1층부터 6층까지 사옥 한가운데가 뚫려 있다. 통유리로 돼 있어 어디서든 직원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모든 공간에 벽이 없고 개방된 구조로 설계됐다.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사옥 역시 개방형 구조로 돼 있다. 축구장 7개 면적을 하나로 합친 크기의 사무실 안에는 수백 개의 책상과 화이트보드가 들어가지만, 칸막이 하나 없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각 층 천장도 일반 사무실의 두 배가 넘는 6.7m로 높아 답답한 느낌이 없다. 모두가 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생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모든 직원이 동등하게 일하는 관계라는 의미가 담긴 공간인 셈이다.


직원 중심형 공간

고(故)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작품’으로 불리는 애플 신사옥 ‘애플 캠퍼스2’는 외부와 차단된, 우주선을 닮은 원통형으로 설계돼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1만3000명의 직원이 일단 사옥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숲이 나타나고 직원들이 대학교 캠퍼스를 돌아다니듯 하루 종일 여유롭게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외부인과는 단절돼 오직 직원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셈이다.

에어비앤비는 회사 안의 공용 테이블, 책상과 의자, 빈티지 가구들을 세계 각국에서 모두 공수해 왔다. 회의실은 세계 각국의 가정집 모습을 그대로 본떠 침대와 푹신한 소파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다양한 나라 출신 직원들이 사무실을 ‘고향’처럼 느끼도록 배려하기 위해서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이터

지난해 대대적으로 확장한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 ‘구글 플렉스’ 사무실 안에는 달팽이 모양의 미끄럼틀이 있다. 각 층을 연결하는 계단 대신 쓸 수 있다. 이동하는 잠시 동안에도 유쾌한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에어비앤비는 화장실을 특이하게 꾸며놨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상상 속 공간인 원더랜드(Wonderland)를 그대로 옮겨 놓은 파우더룸이나 곰과 귀뚜라미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정글 숲으로 꾸며 직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사옥

페이스북은 건물 옥상에 동네 공원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녹지 공간을 조성했다. 1.6㎞ 길이의 산책길과 자갈길을 따라 걸으면 400그루 이상의 관목을 볼 수 있고, 주위의 산과 실리콘밸리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구글은 ‘구글 플렉스’를 뛰어넘는 미래 지향형 신사옥을 샌프란시스코만 남쪽 연안에 짓고 있다. 딱딱한 콘크리트 건물 대신 가벼운 블록 형태의 구조물을 활용해 빛과 공기가 통하는 조립식 건물을 세울 예정이다. 사옥 내부에는 나무를 심어 공원 분위기를 연출하고, 배가 다닐 수 있는 물길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자전거 길이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