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로저스 홀딩스 회장. <사진 : 블룸버그>
짐 로저스 로저스 홀딩스 회장. <사진 : 블룸버그>

“올해 미국 달러화는 강세를 보일 것이고 미국 증시는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일본 주식은 저평가돼 있다.”

‘투자 황제’ 짐 로저스(76) 로저스홀딩스 회장의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이다. 그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창업자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꼽힌다.

10년간 4200%의 누적 수익률을 올린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이면서 왕성한 저술가, 기네스북에 오른 여행가이자 유명 블로거다. 세계 경제와 세상에 대한 생각을 블로그에 자주 올린다. 짧은 잠언 형식의 글엔 통찰력이 번뜩인다.

로저스 회장이 새해 처음 올린 글은 ‘지정학적 우려’다. 그는 1월 2일 “제1차세계대전 이전 세계는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혁명적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고 그 결과 전쟁이 일어났다”며 “지금 세계는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올해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걱정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글로벌 증시 상승, 세계 경제의 동반 성장 등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전쟁과 같은 예기치 않은 변수 앞에서는 어떤 예측도 무력해진다는 뜻이다.

로저스 회장은 올해 미국 달러화의 강세를 예상했다. 그는 “작년 달러화 약세는 그 이전 시기의 과도한 달러화 강세가 정상화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라면서 “나는 이미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지만 올해 달러 보유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로저스 회장은 “미국 금리 인상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주식 시장에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주가는 최근 9년 연속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미국 경제와 시장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으며 비정상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정부 규제 못 이긴다”

로저스 회장은 올해 중국과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1월 4일 “중국 주가는 최고점에서 40%, 일본 주가는 50%나 떨어진 상태”라며 “특히 일본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도 시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생각을 밝혔다. 로저스 회장은 ‘왜 인도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뒤처질까?’라는 글을 통해 과도한 정부 개입과 복잡한 규제가 인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 정부는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농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농지 소유를 12에이커로 제한하고 있다. 이래서는 12만에이커 또는 100만에이커의 농지를 가진 호주 등 다른 나라들과 경쟁이 안 된다”며 “광대한 토지와 유리한 기후 조건을 바탕으로 과거 세계 최대의 농업국이었던 인도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뒤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작년 이후 미국, 한국 등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비트코인 광풍에 대한 생각도 두 차례나 밝혔다.

로저스 회장은 “나는 평생 많은 버블을 겪었지만 비트코인은 정말 이상하다. 거품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닷컴 버블은 비즈니스하는 회사들이라도 있었고, 1637년 튤립 광풍도 최소한 목적과 사용 가치는 있었는데 비트코인은 그런 것조차 없다”고 했다.

1월 16일에는 “암호화폐 옹호자들은 자신들이 정부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다. 하지만 정부는 누구보다도 더 많은 무기(규제 수단)를 가지고 있다”며 “정부가 통제하려 한다면 별 수 없다”며 강화되고 있는 각국의 규제가 암호화폐 광풍을 잠재울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통일·개방만이 출구”

“한국의 주식 시가 총액 30위 가운데 재벌 계열사가 아닌 곳은 5곳뿐이다. 한국 경제가 3개 그룹에 매달려 있는 것과 같은데, 이런 한국에 어떻게 투자하겠느냐.” “한국 청년들이 모두 공무원을 꿈꾸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한국의 인구도 줄고 빚도 늘어나는데 모든 사람이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한다. 이래서 중국, 미얀마, 베트남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까? 슬픈 일이다.”

로저스 회장은 작년 8월 한국의 공영방송에 출연해 한국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직설적으로 밝혀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 대한 의례적인 립서비스에 익숙한 한국민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로저스 회장은 올해 한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할까? “한국의 굉장한 성장과 혁신은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한국은 침체돼 있다. 젊은이들은 야망이 없고, 예전 한국인들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로저스 회장은 최근 한 미디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경제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여전히 “한국은 닫힌 사회, 닫힌 경제”라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로저스 회장은 “한국의 성장이 정체된 이유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보호주의적인 경제와 사회이기 때문”이라며 “개방 없이 한국은 다시 뛸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투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 주식 시장은 너무 많이 올랐다. 멍청한 트럼프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것도 큰 리스크”라고 했다.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국이 아니다”라며 작년 생각이 바뀌지 않았음을 감추지 않았다. 북핵 위기 등에 대해 “미국, 일본, 중국의 주식이 모두 오르고 있다. 모두 전쟁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한반도 위기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러면서 “통일 한국과 경쟁할 수 없음을 아는 일본, 중국은 물론 미국도 통일을 반대한다. 이 때문에 한국은 통일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며 “생각보다 남북 통일이 빨리 실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캐나다 투자은행인 포브스&맨해튼의 자문위원 자격으로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로저스 회장이 자문위원 역할을 맡는 포브스&맨해튼 투자은행은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자원개발 분야 전문 투자은행이다. 이 은행의 창업자인 스탠 바티 회장 역시 자원개발 분야에서 억만장자로 꼽힌다.

포브스&맨해튼은 브라질의 칼륨 광산 운영사인 BPC사에 투자할 국내 투자자를 찾으면서 아시아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칼륨은 비료의 주원료가 돼 식량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광물로 꼽힌다.


Plus Point

소로스와 퀀텀펀드 설립
자동차로 116개국 여행

짐 로저스와 퀀텀펀드를 설립한 조지 소로스. <사진 : 블룸버그>
짐 로저스와 퀀텀펀드를 설립한 조지 소로스. <사진 : 블룸버그>

짐 로저스는 1942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앨라배마주에서 성장했다.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옥스퍼드대에서 정치·경제·철학(PPE)을 전공했다. 1964년 월스트리트의 투자 회사 도미니크 앤드 도미니크에 입사했다가 징집돼 베트남전에 참전(1966~68)했다. 1970년 투자 은행에서 일하던 조지 소로스와 만난 뒤 1973년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설립했다. 1970년부터 10년간 투자 수익률 4200%를 올린 뒤 37세 되던 1980년 은퇴했다. 은퇴 당시 재산이 1400만달러였다.

22개월(1990~91년)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52개국 10만4000㎞를 주파했고 3년간(1999~2001년) 116개국 24만5000㎞를 자동차로 여행, 기네스북에 올랐을 정도로 모험과 여행을 좋아한다.“아시아를 알아야 한다” 며 2007년 뉴욕 집을 1600만달러에 팔고 싱가포르로 이주해 살고 있다. 두 번 이혼한 경험이 있고 두 딸을 두고 있다. 세 번째 부인인 페이지 파커 여사와는 2000년 1월 1일 여행 도중 만나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