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불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오히려 이때 국내외 시장에서 흔들림이 없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신기술 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급격하게 성장한 세계 일류 중소기업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국, 유럽, 아시아 지역을 상대로 노동 집약적인 상품을 수출, 2000억 달러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등 후발 국가들의 추격으로 이제 노동 집약적인 상품은 경쟁력을 잃었다. 그동안 대기업 육성 위주로 정책을 편 결과 일부 경쟁력 있는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많은 중소기업이 안팎으로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선진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는 기술 집약적인 상품 시장에 진입, 그들과 경쟁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이들 세계 일류 중소기업들은 독자 기술과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일류 기업들의 성공 요인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공통점 1    독자 기술·브랜드로 성장

 그동안 원부자재를 수입해 저임금으로 저가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대기업이나 외국 기업에 납품해 오던 중소기업들은 설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세계 일류 중소기업들은 독자 기술과 브랜드, 디자인으로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 중소기업은 동종업계에서 등한시 여겼던 기술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발해 다른 기업들보다 더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유압장비를 생산하는 한일유업과 체성분 분석기를 개발한 바이오스페이스는 어느 누구도 뛰어들기를 꺼린 분야를 개척해 세계 일류가 됐다. 코맥스는 독자 브랜드를 세계 100여 개국에 등록해 거대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만들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남들이 생산하는 제품을 따라 갔다면 경쟁력을 상실, 도태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공통점 2    기술 개발은 필수

 이들 기업은 시장 상황이 열악하더라도 기술 개발은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다. 매출의 일정 부분을 매년 R&D에 투자하고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디엠에스는 일본 기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TFT-LCD 세정 장비를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며, 코맥스도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기술 및 제품 개발로 품질, 기능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마케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직원 교육과 관리 혁신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또 세계 일류 기업들은 모두 자체 연구소를 가지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공통점 3    한 우물만 파기

 이들 기업이 세계 일류가 된 비결은 다름 아닌 ‘한 우물 파기 경영’이었다. 이들은 한 분야를  고수하며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기술 개발에 주력해 오늘의 결실을 얻은 것이다.

코맥스는 37년 동안 홈오토메이션이라는 한길을 걸어 왔으며, 한일유압도 26년 동안 유압기기라는 한 우물을 팠다.



 공통점 4    해외 시장 개척

 이제 수입 장벽도 사라졌기 때문에 국제 경쟁력이 없는 제품은 국내에서도 팔리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자신의 활동 무대를 해외로 넓혀야 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국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

디엠에스는 일찍이 중국과 대만 시장을 공략해 독점적 위치를 차지했으며, 코맥스는 해외에서 먼저 성공했다.



 공통점 5    적당히 해서는 안 돼

 비전이니 글로벌 경쟁력이니 하는 것들이 말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돈만 번다면 적당히 지내고 싶어한다. 그러나 도전해야 할 때는 도전해야 한다.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선정되지 않은 기업 중에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많다. 이런 기업들이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은 우물 안에서 안주한 적당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공통점 6    장기적인 비전을 가져야

 거시적인 계획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안목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기술 개발에 나선 중소기업들은 경쟁자가 동종 상품을 출시해도 항상 경쟁자보다 높은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코맥스



 1000억원대 매출 중 절반은 해외서 거둬



 맥스는 1973년 도어폰을 국내 최초로 수출하기 시작해 오늘날에는 미주, 유럽, 남미를 비롯한 세계 100여 개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는 홈 오토메이션 업체이다. 이 회사는 1968년 중앙전자공업사라는 작은 회사로 출발했으며, 1999년 그동안 사용해온 ‘COMMAX’라는 브랜드명을 회사 이미지와 일체화하기 위해 회사명을 (주)코맥스로 변경하고 100여 개국에 상표도 등록했다. 이후 2003년까지 5년 연속 품질 경쟁력 우수 50대 기업으로 선정됐고, 2000년 1월에 코스닥 등록을 마쳤다.

 현재 코맥스가 주력하고 있는 사업군은 가정 내에서의 PC와 도어폰 등을 통합 제어하는 홈 네트워킹 시스템(Home Networking System), 아파트 전체를 단일 통화권으로 묶는 무인 경비 시스템을 포함하는 홈 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 등이다.

 코맥스는 설립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개척해 왔다. 1970년대 초반 국내 시장 규모는 너무 작다고 생각해 설립 초기부터 해외 시장 개척에 혼신의 노력을 다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1000억원대 매출 중 50%는 해외 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이는 여타 국내 경쟁사들처럼 매출처가 1~2곳에 집중돼 있지 않고 다원화된 계기가 됐고, 국내 건설 경기와 연동되지 않는 등 단순한 매출 증대를 넘어서 리스크 헤지 효과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매출액의 5%를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등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세계 최초로 비디오 도어폰 UL 및 TUV 규격 획득을 시작으로 각종 해외 품질 규격을 획득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코맥스는 경제 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1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3년 매출 963억원에 비해 무려 35%가량의 신장을 보인 것이다. 코맥스는 웹 패드를 포함, 터치스크린, 홈 서버 등의 제품군을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했으며 자사가 추구하는 홈 네트워크 시스템에 30여개의 관련 제품군을 구축하고 있다. 코맥스는 오는 2007년까지 추진하는 ‘1000만 가구 디지털 홈 구축 사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맥스는 37년 동안 오직 홈 오토메이션 한길만을 걸어 왔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사업 다각화를 요구하는 내외부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다른 곳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창업 초기에는 세계 최고의 인터폰을 만들려고 노력했으며, 그 다음에는 세계 최고의 비디오폰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홈 오토메이션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모든 것을 집중한 덕분이다.

 기술 개발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에서 실패할지도 모르는 제품 개발을 위해 R&D에 매출액의 일부를 매년 투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매년 기술 개발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직원 교육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원급은 연간 144시간, 간부급은 연간 168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 승진이 가능하다. 직원 교육비로 사용한 액수는 매년 4억~5억원가량이다.

 코맥스는 선진 생산 시스템(Cell Line) 도입을 통해 1인당 생산성을 28%, 표준 작업 시간을 22% 향상시켰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중국 텐진공장 운영 정착 및 지속적인 시장 개척을 추진했고, 내부적으로는 사내 지식 공유 인프라를 통해 업무 생산성을 20%가량 향상시켰다. 제품 안전 경영 시스템 운영을 통한 제품의 신뢰성 보증도 강화했다.

 코맥스는 수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만큼 대부분의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다. 매년 새로이 개발되는 30~40개의 신제품을 전시, 홍보하고 직접 바이어들과 상담함으로써 소비자 및 현장과의 긴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Plus Interview



 변봉덕 코맥스 회장



 “세계 최고 홈네트워크 시스템 만들 것”



 변봉덕 코맥스 회장(66)은 가장 어려웠던 시절로 설립 초창기를 꼽았다. 변 회장은 1968년 4월 세운상가 2층에 코맥스의 전신인 중앙전자공업사를 창립했다. 설립 초기 여관이나 호텔, 빌딩 등에 사용하는 공전식 전화 교환기를 수주해 설치하는 사업을 했다고 한다.

변 회장은 “처음에는 노력한 만큼 재미도 보았다. 하지만 곧 한계에 부닥쳤다”고 말했다. 여관 같은 작은 빌딩은 괜찮았지만 대형 빌딩의 경우에는 수주 경쟁이 치열했으며, 이것도 소위 ‘빽’을 이용해 계약 직전에 빼앗아 가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변 회장은 그래서 인터폰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가옥 구조상 누군가 초인종을 울렸을 때 마당을 지나 대문으로 가서 문을 열어 주어야 했던 그 시절에는 코맥스가 개발한 도어폰이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하지만 걱정은 더욱 커졌다고 한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계획했던 것보다 몇 배의 자금이 소요됐기 때문이었다. 제품은 팔리지 않고 부채는 계속 늘어가고 돈 갚으라는 독촉은 하루가 다르게 심해졌다.

 변 회장은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결국 판로를 개척해 위기를 모면했지만, 중소기업으로서 제품 개발에 자금을 투자한 후 바로 회수가 안 될 때가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변 회장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부품 공급자로서의 역할만 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중소기업도 일류 상품을 개발해 세계무대에 도전해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꾸준한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시장을 읽고 리드하려면 과감한 R&D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코맥스는 매년 매출액의 5%를 연구 개발에 투자해 매년 수십 개의 신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요즘 시장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홈 네트워크 시스템도 코맥스는 4~5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고 한다.

 변 회장이 다음으로 꼽은 것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외 시장에서 거대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일찌감치 ‘COMMAX’ 브랜드를 만들어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상표를 등록했다”고 강조했다.

변 회장은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관리 혁신을 위해서도 많은 투자를 했다. ERP, 그룹웨어, 바코드 등은 초기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지만 업무 효율이나 생산성 향상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말했다.

 변 회장은 올해 차세대 성장 동력 사업 중의 하나인 홈 네트워크 사업 분야에 ‘올인’해 세계 최고 수준의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디엠에스



 TFT-LCD 세정 장비 시장서 점유율 1위



 TFT-LCD 장비업체인 디엠에스는 1999년 7월 설립됐으며, 지난해 TFT-LCD용 세정 장비 시장에서 17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다. 현재 3000억원으로 추산되는 TFT-LCD용 세계 세정 장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LG필립스LCD, 대만의 AUO, CMO, 중국의 BOE 등 세계 주요 LCD 메이저 업체의 80%가 디엠에스의 고객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 회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0% 이상이며, 대만 및 중국에서는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디엠에스의 HDC(고집적 세정 장비: High Density Cleaner)는 자체 개발한 강력 세정 모듈과 3차원 반송 방식을 채택해 장비의 불필요한 구간을 최소화함으로써 장비 크기를 3분의1 이하로 대폭 줄인 신개념 장비다. 클린룸 내 공간 활용도가 높고 유지 보수가 간편할 뿐만 아니라 장비 운용의 편리성이 뛰어나고 공정 단축 효과로 원가 절감이 가능해 국내외 TFT-LCD 세정 장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타사가 공급하는 TFT-LCD 등의 제조장비와 도킹 타입으로 운영이 가능해 클린룸 안에서 이동거리를 줄이고 수율을 향상시켜 현재 도킹 타입 전 세계 증착전 세정기 시장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3년 매출액 565억원, 순이익 104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대만과 중국 등지로부터 받은 1억3000만 달러 이상의 해외 수주와 추가 수주 물량 등을 통해 2003년보다 3배가 넘는 17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1980년대 말부터 LG전자와 LG필립스LCD에 근무하면서 국내 TFT-LCD 산업을 개척해온 1세대 인물인 박용석 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으며, 석박사급 30여명을 포함한 80여명의 연구 개발 인력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디엠에스는 EUV(오존을 발생시켜 유기물 세정), Roll Brush(먼지를 직접 접촉해 제거), Aqua Knife(물줄기로 유리기판 세정), Suction Bubble Jet(고압으로 혼합 유체 분사), Air Knife(공기로 유리기판 수분 제거) 등 HDC에 사용되는 핵심 모듈을 모두 독자 개발해 특허 등록하는 등 현재 국내외에 15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HDC에 이어 기존 스트리퍼를 3분의1 이하로 줄인 고집적 박리 장치인 HDS의 개발에 성공해 주력 제품 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또 국내 장비업계 최초로 TFT용 현상장비를 개발했으며, 부품 표준화는 물론 100여개 협력업체와 생산 공정 표준화를 통해 지속적인 원가 혁신 공조체제를 마련했다.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제2공장이 완공되면 총 면적 3000평 규모의 클린룸 공간을 확보하게 돼 연간 5000억원 이상의 장비 생산이 가능해 명실상부 국내 최대 LCD 전 공정 장비업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디엠에스는 지난해 10월 경기 침체로 많은 기업들이 공모를 미루던 상황에서 상장해 최고 공모가 및 시초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용석 사장은 지금까지의 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연구 개발과 원가 절감에 더욱 힘쓰겠다며 지금까지 쌓아온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7세대 설비 투자와 5, 6세대 증설 투자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엠에스는 올해에는 150여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특수 목적용 소형 TFT-LCD나 유기EL(Electro Luminescence) 등을 제조하는 소형 디스플레이공장 턴키(Turn-key) 수주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Plus Interview



 박용석 디엠에스 사장



 “일본기업 불가능하다고 한 것 우리가 개발”



 박용석 디엠에스 사장(48)은 회사가 지난 2000년 자외선을 이용한 유기물 세정 장비 EUV (Excimer UV Cleaner)를 개발하면서 본격 성장 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EUV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세정제가 필요 없는 세정 장비로, 2000년 59억원의 매출을 올려줬고 회사 설립 2년 만에 100억원 매출을 넘기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현재의 주력 제품인 HDC 모듈에 포함되면서 회사 성장의 밑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 6월에 HDC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2001년과 2002년에는 5세대 HDC를 개발해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2003년부터는 대만과 중국 시장 등 해외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시바우라, DNS 등 일본 기업들이 공급한 장비들을 이제는 디엠에스를 비롯해 한국 기업들이 대부분 공급하고 있다.

 그가 세정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LG필립스LCD의 공정 현장에서 근무하던 때부터였다. 공정 엔지니어였던 그는 장비를 공급하던 일본 업체에 그동안 가지고 있던 세정 장비에 대한 문제점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해 주고 장비 제조를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 업체에서 돌아온 대답은 ‘불가능’이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둔 후 그때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확신은 있었지만 실패하면 안 된다는 강박 관념도 컸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만큼 시행착오도 많았다. 잠도 하루 2~3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빠른 제품 개발과 테스트, 피드백을 위해 내부에 가공실을 두기도 했다. 결국 연구원들과 6개월간의 갖은 고생 끝에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HDC는 2001년부터 LG필립스LCD의 5세대 TFT-LCD 생산라인에 본격 도입됐고, 4년 만에 전 세계 세정기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며 세계 1위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기술의 독창성을 꼽는다. 중소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순수한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개발한 세정 장비도 기존의 세정 기능을 유지하면서 기능을 효과적으로 집적화해 장비 규모를 3분의1 이상 축소한 것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장비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사장은 해외 시장 공략도 성장에 큰 몫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200여명의 직원 중 80명가량이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 대만에 3개의 지사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 베이징에도 지사가 있다. 상하이에는 지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그는 현재 주력 제품인 HDC에 더해 올해 매출이 늘고 있는 플라즈마 에셔(Plasma Asher;플라즈마를 이용한 유기물 세정 장비)와 지난해 개발을 완료한 HDS(High Density Stripper; 고집적 감광액 박리 장비) 등 제품 다양화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한중일 LCD 패널업체들의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TFT LCD 패널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장비 시장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전망하고 전 세계 LCD 장비 회사 중 1등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일유압



 중장비용 유압기기 전문기업으로 발돋움



 한일유압은 유압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중장비용 유압기기의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26년 전부터 미래의 중요 산업으로 유압기기 산업을 예견하고 어느 누구도 시작하기를 두려워하는 유압기기의 한 우물을 파기 시작해 세계 일류 상품 기업으로 인증을 받게 됐다. 1979년 5월 설립된 이래 중장비 및 산업기계의 핵심부품인 유압기기 생산에만 전념해 왔다.

 한일유압이 생산하는 유압기기는 크게 메인컨트롤밸브와 유압펌프로 나뉜다. 메인컨트롤밸브는 굴삭기용, 지게차용, 특장차용으로 분류되며,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된 상품은 굴삭기용 메인컨트롤밸브이다. 굴삭기용 메인컨트롤밸브는 그 설계와 가공, 생산에 있어 1~2미크론(1/1000mm)의 정밀도를 만족해야 하는 고정도의 설계와 생산 기술이 요구되는 제품이다. 세계적으로도 굴삭기용 메인컨트롤밸브를 자체 기술로 설계, 생산하는 기업은 그 수를 손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다. 그만큼 기술과 노하우의 집약을 필요로 하는 제품이다.

 이런 제품의 특성상 한일유압 역시 처음부터 마음먹은 대로 기술이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한 제품의 메인컨트롤밸브가 완성되려면 작게는 3년 이상의 개발 기간에 1000여장의 노하우가 집약된 설계도면과 1년에 가까운 튜닝 기간이 소요돼 중소기업에서 감당하기에는 다소 힘겨운 부분이 있었다. 또 국내 유사 부분의 독자 기술도 부족했다. 하지만 연구원들의 선진 메이커에 대한 벤치마킹과 독자적 노력이 결합돼 1989년 드디어 독자 기술로 완성된 굴삭기용 메인컨트롤밸브 1호기를 생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계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국내 및 해외의 고객으로부터 일등 상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중장비용 유압기기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거의 모든 부품을 국산화하고 있는 한일유압은 ISO9001 시스템과 중요 제품에 대해 국가가 인정하는 신뢰성 분야 최고 인증인 R-마크 인증을 통한 철저한 신뢰성 인증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매출의 10%가량을 매년 R&D 부문에 재투자하고 있다. 또 어느 중소기업 연구소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의 탄탄한 기술 인력과 설계 소프트웨어의 활용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지향해야 할 연구 패턴의 방향을 제시해 줄 정도로 모범적인 기업이다.

 연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굴삭기용 메인컨트롤밸브를 포함한 한일유압의 지난해 매출은 극심한 경제 정체 속에서도 전년대비 30% 이상 성장한 270억원에 이른다. 한일유압은 1톤 이하의 미니 굴삭기에서 30톤이 넘는 대형 굴삭기, 지게차, 특장차에 이르기까지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올해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한일유압이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비결은 무엇보다도 최고 경영자의 기술 개발에 대한 집념에서 출발했다. 현 최고 경영자인 고운종 회장(75)은 재일교포 1세대로 일본에서 대학 교육을 마치고 유압기기 생산에 뛰어들었다. 고 회장은 기술과 트렌드가 10년 뒤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기술 개발에 매진해 세계적인 유압기기를 생산했다. 그는 기술 개발 도중에 실패해도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해 절대 책임을 묻지 않았으며, 연구원들도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은 장인정신을 가지고 연구에 임했다고 한다.

 고 회장은 “우수한 기술진과 최신의 설비를 바탕으로 기술진의 해외 연수 등을 통해 첨단 유압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꾸준한 연구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의 전자제어 컨트롤밸브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스페이스



 신체 부위별로 체성분 분석 세계 최초



 체성분 분석기 전문 기업 바이오스페이스는 국내 최초로 정밀 체성분 분석기인 ‘인바디’를 개발한 업체다. 이 회사는 체성분 분석이라는 용어조차 없을 정도로 인식이 부족한 국내 시장에서 연간 5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해 오며 7년간 꾸준히 성장해 오고 있다.

 체성분 분석이란 우리 몸 안의 주요 구성 성분인 지방, 단백질, 무기질, 수분의 양을 측정하는 것으로, 선진국에서는 일반인들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필수 검사로 보편화돼 있다. 일본에서는 가정용 체성분 분석기가 가정용 저울을 대체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오스페이스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정밀 체성분 분석기인 ‘인바디’는 인체에 무해한 미세전류를 몸에 흘려 인체 구성 성분을 분석하는 것이다. 특히 8점 터치식 전극법과 다주파수 기술을 활용해 측정의 정밀도를 높였으며, 신체 부위별로 체성분을 분석하는 세계 최초의 기계이다.

 현재 주요 대학병원을 비롯한 국내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체성분 분석기는 이 회사의 ‘인바디’이며, 체성분 검사를 ‘인바디 검사’라고 할 정도로 그 위치는 독보적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바이오페이스의 제품은 국제 시장에서 가장 고가이며, 가장 정밀한 장비로 인정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경쟁 제품보다 더 비싼 가격이지만 더 잘 팔리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바이오스페이스는 지난해 하반기에 설립한 미국법인을 통해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또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와 중동, 유럽에 있는 자사 유통망을 더욱 확대해 해외 수출의 비중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해 국내 100억원 매출과 해외 5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다양해진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5종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렇게 바이오스페이스가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도전정신과 끊임없는 연구 개발의 결과이다. 이 회사의 차기철 사장(49)은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체성분 분석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연구해 왔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체성분 분석기 개발에 매진한 것이다.

 바이오스페이스는 신입사원 위주의 선발과 과제업무제도라는 독특한 평가 보상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인재 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경력사원 비율이 5% 미만인 바이오스페이스는 우수한 자원을 조기에 선발해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회사의 모든 업무를 하나의 과제로 기획해 진행하는 과제업무제도는 업무 담당자가 목표로 결과물 평가 기준을 사전에 결정하기 때문에 주도적인 업무 성향과 도전적인 태도가 강조된다. 개인의 성과에 따라 보상이 차등 결정되는 것도 성과 중심의 평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능력을 기준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유능한 여성 인력의 비율이 높은 것도 이 회사의 특징이다.

차 사장은 “인바디는 국내 비만 진단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의료기기 전문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바탕으로 향후에는 헬스케어 전문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특히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lus Interview



 서영주 산자부 무역유통국장



 “세계 일류 상품 500개로 늘릴 것”



 “세계 일류 상품을 수출 주력 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해 해외 마케팅 지원과 기술 및 디자인 개발 지원 그리고 금융과 판로 확보 등 다방면의 지원을 하고 있다.”

 서영주 산업자원부 무역유통국장(53)은 지난해 세계 일류 기업을 위해 60억원가량을 지원했으며, 올해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부는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될 경우 각종 마케팅 및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해외 마케팅 지원의 경우 BRICs 등 신흥 유망 시장에서 일류 상품 전시회를 개최해 일류 상품을 해외에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참가업체에 대해서는 운송비, 부스 설치 및 운영비, 장치비 등 직접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개별적으로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업체에 대해서도 직접 경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서 국장은 또 각종 기술 및 디자인 개발 사업자 선정 시 세계 일류 상품 생산 인증 기업에 가점을 부여해 우선적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금융 및 판로 확보에도 다양한 지원을 제공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맞춤형 해외 마케팅 활동으로 선진국 틈새시장 등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지원하고 새로운 수출동력을 창출해 나가는 노력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세계 일류 기업들이 글로벌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도록 지원하고, 육성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일류 상품은 우리나라 기업이 생산한 상품이 세계 시장에서 아주 잘 팔리고 있거나 앞으로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으로, 공산품을 위주로 농산품, 문화상품 등 전 품목에 걸쳐 선정된다.

 정부가 세계 일류 상품을 선정하게 된 계기는 수출 산업 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동안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선박 5대 품목이 전체 수출의 44.3%를 차지하는 등 수출이 일부 소수 품목에 집중되면서 수출 산업 구조가 급격한 대외 환경 변화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 국장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경쟁력 있는 다수의 수출 상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출 확대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2001년 하반기부터 ‘세계 일류 상품 발굴 및 육성’을 추진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세계 일류 상품들의 수출 성과는 실물경제의 버팀목으로서 역할을 해 오고 있다는 것.

 그는 일류 상품의 발굴 및 육성은 궁극적으로 해외 홍보를 통해 국가 전체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이를 통해 다른 일반 제품의 이미지도 함께 고양시킴으로써 전체 우리 수출 상품의 제 값을 받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기 위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서 국장은 최근에는 우리나라 대일 무역 적자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는 부품·소재가 10개 품목이나 신규 발굴돼 무역 적자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 국장은 지난해 세계 일류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이들 기업의 93%가 일류 상품 생산 기업으로 지정된 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응답했다고 소개했다. 선정 업체들의 자체 경쟁력에 정부의 각종 지원이 더해져 수출, 매출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또 2001년부터 2003년 상반기까지 선정된 현재 일류 상품에 대한 자격 심사 결과, 최초 선정 시 대비 시장 점유율 순위가 상승한 품목은 심사 대상 품목(144개 품목)의 24%인 34개로 나타났으며, 그 중에서 1위로 상승한 품목도 휴대폰 등 15개 품목으로 조사됐다.

 서 국장은 올해에도 세계 일류 상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현재 440개의 상품 수를 500개까지 늘려 나갈 계획이며, 선정된 품목과 생산 기업에 대한 지원도 지속적으로 보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