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 교수는 “리더들이 호기심있는 직원을 선호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호기심을 억누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노 교수는 “리더들이 호기심있는 직원을 선호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호기심을 억누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성취하려는 동기가 강하고 호기심이 많아서,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 가장 이상적인 인재상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은 최근 신간 ‘초격차’에서 기업 경영인 입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최고의 인재 유형을 꼽았다. 그는 “이런 호기심을 가진 적극적인 직원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고 토로했다.

호기심은 기업 경영인들이 좋은 인재의 특성 중 하나로 꼽는 점이다. 실제로 하버드대 연구진이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호기심이 직업 만족도와 동기 부여, 혁신, 성과 향상을 끌어올린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92%에 달했다. 하지만 호기심이 정확히 기업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북돋아야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호기심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스펜서 해리슨 교수팀은 먼저 온라인상에서 수공예 제품을 만들어 파는 판매자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연구진은 실험 참여자에게 호기심을 끌어올릴 만한 다양한 질문을 던졌고, 2주 동안 이들이 장터에 올린 새로운 수공예품 아이템 수를 근거로 창의성을 측정했다. 호기심이 한단계 상승할 때마다 창의성은 34%씩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번에는 업무 유형이 다소 틀에 박혀 있고 이직률도 높은 콜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2차 조사에 나섰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4주간의 조사 결과 호기심이 많은 직원은 거의 모든 정보를 동료들로부터 얻었으며, 고객 고충을 해결할 때 이를 토대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식으로 업무에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HBR은 호기심이 △업무에 혁신과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의사 결정 오류 가능성을 낮추고 △집단 내 갈등을 줄이고 △소통을 독려해 팀 성과를 끌어올린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조직의 리더는 직원들의 호기심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까. 프란체스코 지노 하버드대 케네디경영대학원 교수는 HBR에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다섯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방법 1│호기심 있는 인재를 뽑으라

‘(자연로그의 밑수인 e를 숫자로 표현했을 때 처음으로 나타나는 10자리 소수).com’

2004년 실리콘밸리 중심의 101번 고속도로에 설치된 광고판에 실린 문제다. 다른 설명은 없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사람들은 이 문제를 풀어내 정답 ‘7427466391.com’을 인터넷 주소창에 입력했다. 화면엔 더 어려운 방정식 문제가 등장했다. 이 방정식을 푸는 수고를 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구글은 이들에게 이력서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인재가 필요한 조직이라면 어디든 통하는 공식이다. 호기심 많은 직원이 성과를 내기 마련인 만큼 사람을 뽑을 때부터 이런 성향의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경영진과 인사 담당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지노 교수는 “면접 시 지원자에게 업무 이외의 관심사를 묻거나 반대로 지원자가 회사에 하는 질문을 통해 상대의 호기심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방법 2│리더가 탐구 정신의 본보기가 되라

“나는 어디를 가든 열심히 배우는 편이다. 미 전역에 있는 매장 600곳 여기저기를 다니며 매장 직원들에게 고객들의 동향과 효과 있는 마케팅법과 그렇지 않은 방법을 묻는다.”

미국의 백화점 메이시스를 이끄는 제프 게네트 최고경영자(CEO)는 스스로 탐구하는 리더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CEO직에 오른 뒤 이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여기서 얻은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만든 전략을 매장 운영에 도입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점포 구조조정과 온라인 쇼핑 활성화, 팝업스토어 회사 인수를 통한 매장 경험 강화 등의 실험을 했고 그 결과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미국의 ‘포천’은 “제프 게네트가 직원들이 혁신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지노 교수는 특히 직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질문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자칫 무능하거나 어리숙한 사람으로 비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는 “질문을 통해 타인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면 상대방으로부터 더 많은 호감을 얻고 훨씬 유능한 사람이라는 인상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방법 3│배움 자체를 강조하자

서던메소디스트대 콕스경영대학원 연구진은 성과 목표와 학습 목표가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놓고 실험을 벌였다. 연구진은 실험 대상인 의료장비 판매회사 영업사원들을 영업 목표 달성·회사 내 능력자 이미지 구축과 같은 ‘성과 목표’에 집중하는 쪽과 어떻게 하면 영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학습 목표’에 집중하는 쪽으로 나눴다. 실험 결과 학습 목표에 집중하는 쪽의 판매 성과가 좋았다.

사람들은 보통 결과 자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습을 강조하기 위해 성과뿐만 아니라 성과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겪은 학습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컨설팅회사 딜로이트는 지난 2013년 기존의 성과 관리 체계를 학습과 성과를 모두 추적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지노 교수는 “경영진은 학습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배움 자체를 독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법 4│각자 관심사를 탐구할 기회를 주자

미국의 항공·방산 업체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 임직원들의 대학·대학원 학비를 조건 없이 전액 지원하는 제도인 사원장학프로그램(ESP)이다. 올해로 도입 21년을 맞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60개국 직원 4만명이 총 12억달러 이상을 지원받았다.

이는 경영진이 이직을 우려해 직원들의 교육 투자를 꺼리는 보통의 분위기와는 배치된다. 실제로 2017년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에 따르면 현재 직무와 연관이 없는 능력을 개발하도록 교육을 지원하는 회사는 전체의 44% 수준에 불과했다. 게일 잭슨 UTC 인사 담당 부사장은 “교육한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편이 교육하지 않은 직원이 회사에 남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방법 5│주기적으로 ‘왜 그럴까’를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하라

매달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세계 최대 특허 전문회사 인텔렉추얼 벤처스 본사 회의실에는 물리학자부터 과학 분야 연구자, 의사, 발명가들이 한자리에 둘러앉는다. 이들은 여기서 세계를 바꾸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인다. ‘발명 세션’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브레인스토밍 과정이다. 예컨대 참석자들은 미래 기술로 불리는 ‘메타물질(빛이나 전파를 심하게 굴절시켜 뒤로 보내는 성질이 있는 인공물질) 기술’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이미 13년 전부터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