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는 2021년 11월 24일(현지시각) 미국 기업이 중국의 8개 기업에 양자컴퓨팅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팅 기술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기존에 사용된 암호를 전부 풀 수 있다. 슈퍼컴퓨터로 수십 년을 풀어야 하는 암호체계도 몇 분 만에 풀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중첩과 얽힘 같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활용해 정보를 처리한다. 정보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사회 제반의 근간을 뒤흔들 차세대 기술로 여겨진다. 암호 해제뿐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서다.
양자컴퓨터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이순칠 카이스트 교수가 집필한 ‘퀀텀의 세계’는 전문 지식이 없는 독자에게 양자컴퓨터의 원리와 용도를 충실히 설명해준다. 이 책은 양자역학의 기본부터 양자정보기술의 최전선까지 우리가 알아야 하는 양자컴퓨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독창적인 비유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양자정보 세계의 놀라운 현상들을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이해할 수 있게 풀어냈다.
아직 상용화된 양자컴퓨터는 존재하지 않지만 IBM, 구글, 인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세상 모든 암호를 풀 수 있는 양자컴퓨터는 언젠가 반드시 만들어진다”라고 강조한다.
[Interview] ‘퀀텀의 세계’ 저자 이순칠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양자컴퓨터 개발까지 10년 이상은 걸릴 것”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10년 이상은 걸릴 겁니다.” 이순칠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는 2021년 12월 21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25년간 양자컴퓨터를 연구한 대한민국 양자정보기술 1세대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양자컴퓨터만 있으면 못 푸는 암호가 없다는데.
“그렇다. 먼저 개발하는 국가가 있다면 그 기술로 모든 나라의 보안체계를 뚫을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개발되기만 하면 단번에 세상의 모든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기술이다. 만약 어디선가 양자컴퓨터가 개발이 됐는데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 전 세계의 돈과 군사무기가 양자컴퓨터 개발자에게 들어갈 수도 있다. 자체 암호체계 기반을 가진 비트코인 역시 위태롭게 된다. 양자컴퓨터로 비트코인 암호체계를 단번에 풀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비트코인도 새로운 암호체계를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양자컴퓨터 활용 범위는.
“양자컴퓨터가 있으면 제일 잘하는 게 암호를 깨는 것과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초지능성과 초연결성을 실현하기 위해선 빠른 데이터 처리가 필수다.
양자컴퓨터는 데이터를 병렬 처리하기 때문에 기존 컴퓨터보다 빠르게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127bit(비트) 양자컴퓨터는 수조 배 빨리 계산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인공지능(AI) 기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도 산업적으로 의미가 있다.”
양자컴퓨터 개발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아직 나노 기술이 양자컴퓨터를 만들 만큼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양자컴퓨터 개발을 막을 장벽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만들어진다고 보면 된다.
다만 개발이 완료돼도 각국 개발자들이 먼저 공개하지는 않을 것 같다. 국방과 통신, 금융 시스템 등을 마음껏 해킹하다가 양자컴퓨터의 존재가 세상에 노출됐을 때 해당 기술이 서서히 공개되고 양자컴퓨터의 상업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