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 사이에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해가 될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3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4.5~5%까지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롤러코스터 같은 주식의 움직임도 2023년에는 훨씬 더 많은 가격 변동을 겪을 것이다. 높은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 고금리, 경기 침체의 문제 모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하 우크라이나 전쟁)이 앞으로 얼마나 오래, 어떻게 풀리는지에 달렸다.” 

‘2023 세계대전망’을 발행한 영국의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국가가 2023년에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에 놓여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이후, 많은 국가 경제가 1980년대 초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중앙은행들이 장기간 지속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여파에 더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심화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주요 경제국들이 경기 침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려면 러시아인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헛되고 승리할 수 없는 전쟁에서 그들의 삶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전쟁은 모스크바에서 끝날 것”이라고 했다. 

 

스태그플레이션 등장 가능성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시작된 고물가 시대가 길어질 것으로 보고, 2023년 경기 침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에 에너지 가격의 상승 속도가 지금보다는 완화될 수 있다고 해도, 임금 같은 기타 비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질수록 물가를 잡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소비자가 구매력을 잃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상승)이 등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기업가들이 스태그플레이션과 전투를 시작하면서 소비자에게 증가한 비용을 전가시키거나, 가격은 올리지 않으면서 제품 크기나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같은 방법을 쓸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3월 이전 국제 경유 부족 사태 올 수도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가 석유 수요를 억제하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은 석유 시장의 균형을 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3년에 유럽이 러시아의 해상 원유에 대한 보이콧을 강화하면, 유럽의 원유 수입 경로가 아시아로 방향을 틀게 되면서 이 지역 내 병목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대로, 중국과 인도는 2022년 러시아로부터 사들인 원유량보다 더 많은 양을 구매하게 되고, 시장에 러시아산 원유가 많아지게 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기름값 방어를 위해 큰 폭의 감산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만약 겨울이 길어지면 중국이 석유 비축분의 수출을 제한할 수도 있어 2023년 3월 이전에 세계적인 경유 부족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중 갈등 증폭…인도 인구, 中 추월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미국이 세계 질서 위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동방과 서방 동맹국들 사이의 ‘연결 조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2년 미국이 유럽의 동맹국들과 손잡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러시아의 침공을 견제한 것처럼, 중국 견제 카드로 동맹국들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미·중 갈등이 기술 경쟁으로 번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이 인공지능(AI) 개발의 동력이 되는 필수 부품들을 구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면서 전면전을 선포한 바 있다. 미국 기업들은 더 이상 최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을 중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중국이 2023년 4월 중 인구수가 인도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