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 : 블룸버그>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 : 블룸버그>

‘갑자기 모든 기업이 넷플릭스(Netflix)가 되려 한다.’ 작년 말 월트디즈니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인 ‘21세기폭스’의 영화 스튜디오와 콘텐츠 자산을 661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전격 발표하자 영국의 권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할리우드, IT 기술 기업, 통신사들이 벌이는 초대형 M&A(인수·합병)가 결국은 넷플릭스를 타깃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도 “기술 혁신이 콘텐츠 소비 행태를 진화시켰다”며 “이번 (21세기폭스 영화 스튜디오) 인수는 콘텐츠 소비 변화에 따라 미디어 지각 변동이 일어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밥 아이거 CEO가 말한 ‘콘텐츠 소비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은 넷플릭스다. 또 월트디즈니와 21세기폭스의 세기적인 결합도 결국은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기술 혁신과 콘텐츠 소비 행태의 변화에 맞서기 위한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도전장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기업들 줄줄이 도전장

전문가들은 디즈니와 폭스의 결합을 통해 디즈니의 훌루(Hulu) 지분이 60%로 늘어난 것에 주목한다. 훌루는 2007년 디즈니·폭스·컴캐스트가 각각 30%, 타임워너가 10% 지분을 투자해 만든 인터넷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다.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와 함께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줬던 콘텐츠 독점 공급권을 2019년에 거둬들이기로 한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 인수를 통해 훌루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 넷플릭스의 아성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본격화했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은 월트디즈니만이 아니다. 아마존·페이스북·애플·구글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줄줄이 ‘타도 넷플릭스’를 외치고 있다. 아마존프라임 비디오를 운영하는 아마존은 최근 ‘반지의 제왕’ 드라마 제작 판권을 2억5000만달러에 샀고 애플도 소니픽처스 임원을 영입하는 등 동영상 콘텐츠 확보에 혈안이 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절대 강자인 아마존, 소셜 미디어의 간판기업인 페이스북, 스마트폰의 대장 기업인 애플 등 디지털 산업의 각 분야 지배적인 기업들이 입을 모아 넷플릭스 타도를 외치는 이유는 콘텐츠 확보 여부에 따라 미래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21세기폭스의 콘텐츠 인수전의 최종승자는 월트디즈니였지만 수백억달러를 들고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은 여럿이었다. 거대 케이블 기업인 컴캐스트,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이 21세기폭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폭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이들의 궁극적인 타깃도 넷플릭스다. 2016년 타임워너를 854억달러(약 94조원)에 산 미국 2위 통신사 AT&T의 ‘엄청난 도박’도 결국 양질의 동영상 콘텐츠를 확보, 넷플릭스의 독주를 견제하지 않으면 거대 통신사도 생존하기 어렵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제 아무리 선발의 이점과 기술적인 우위를 가진 기업이라 해도 글로벌 거인들의 표적이 되면 살아 남기 어렵다.


작년 4분기 실적 호재에 주가 급등

넷플릭스의 향후 운명은 어떻게 될까? UBS는 1월 17일 보고서를 통해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는 없다”고 밝혔다. UBS는 “꾸준히 유입되는 신규 가입자, 기존 마니아층과 자체 제작 콘텐츠가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라며 주가 전망을 상향조정했다.

21세기폭스 콘텐츠 부문을 인수한 디즈니가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떠올랐고 아마존·애플·구글이 잠재적인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지만 넷플릭스의 독주를 무너뜨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팀 놀런 매콰리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는 동영상 스트리밍 분야에서 경쟁자들을 한참 앞서 있다”며 “넷플릭스는 구독자 유치에 집중하며 글로벌 유통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니나 다를까, UBS 등의 전망 직후인 1월 22일(현지시각) 공개된 넷플릭스의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주가는 하루 만에 10%나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나스닥의 상승을 주도한 ‘대장주’로 부상했다. 넷플릭스의 시가 총액도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최대 TV네트워크인 CBS코퍼레이션 시가 총액의 4배나 되는 규모다.

넷플릭스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덕분이다. 넷플릭스의 2017년 4분기 매출액은 32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6%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을 한 달 시청료를 9.99달러에서 10.99달러로 인상, 가입자 증가세에 제동이 걸리고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중립성 폐기 결정 등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란 비관론을 비웃는 호실적이었다.

특히 글로벌 유료가입자 수가 작년 4분기, 3개월 동안 무려 830만명이나 늘어났다. 해외 가입자가 636만명(미국 가입자는 198만명 증가)이나 느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2017년 한 해에 무려 2380만명이나 늘어나 총가입자 수가 1억1760만명에 달한다. 넷플릭스는 독자 콘텐츠 확보를 위해 올해 70억~8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Plus Point

‘유튜브 열풍’에서 아이디어 얻어
최고 인재에는 파격 보상

넷플릭스 본사. <사진 : 블룸버그>
넷플릭스 본사. <사진 : 블룸버그>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의 공동창업자 겸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58)는 1960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보든 칼리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1983년부터 2년간 아프리카 스와질란드에서 평화봉사단으로 활동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인공지능 등 컴퓨터공학(석사)을 전공했다. 헤이스팅스 CEO는 훗날  “스와질란드에서 10달러만 가지고 히치하이킹으로 아프리카를 여행한 사람이라면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2년간 경험을 쌓은 뒤 1991년 퓨어 소프트웨어를 창업했으나 1997년 회사가 래셔널 소프트웨어에 인수된 뒤 경영에서 물러났다.  첫 사업에 실패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그는 1997년 마크 랜돌프와 의기 투합, 캘리포니아주 로스 가토스에서 비디오 우편 대여 기업 넷플릭스를 공동 창업했다.

잘나가던 비디오 대여 회사 경영자였던 그가 ‘인터넷 TV의 제왕’이 된 계기는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덕분이다. 젊은이들이 유튜브에 열광하는 모습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의 가능성을 직감하고 2007년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헤이스팀스는 사무실 칸막이와 종이 서류를 없애고 개인 사무실 없이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주요 업무를 보는 등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는 성실·소통 같은 아름다운 가치가 아니라 누가 보상받고 승진하고 해고되는지로 나타난다”고 밝히는 등 현실주의적인 면모도 강하다는 평이다. ‘자유와 책임’을 모토로 동종업계 최고 대우로 최고 인재를 모으며 주식 또는 현금으로 파격적인 보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2010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잭 오코넬,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는 등 골수 민주당 지지자다.

2017년 ‘포브스’ 선정 ‘미국의 400대 갑부(개인 재산 22억달러로)’에 처음 이름을 올렸고, 최근 넷플릭스 주가 상승으로 재산이 33억달러로 늘어난 것으로 주정된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글루미 선데이’로 알려져 있다. 패트리샤 앤 퀼린 여사와의 사이에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