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한우떡더덕스테이크. 사진 이용성 차장
횡성한우떡더덕스테이크. 사진 이용성 차장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9월 15일 오후. 가족과 강릉 당일치기 여행을 위해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어느덧 배꼽시계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다고 아우성이다.

‘횡성휴게소 전방 5㎞.’

횡성 하면 무엇보다 ‘한우’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환경오염이 적어 최적의 사육환경을 자랑한다. 생후 4~6개월령의 거세한 송아지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도 뛰어난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횡성한우 맛집으로 직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늦지 않게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자제력 신공’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휴게소 방향으로 핸들을 틀었다.

‘라면이냐 돈가스냐.’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에 올 때마다 자주 하던 고민이다. 휴게소 음식에 무슨 큰 기대를 하는가. 그런데 족히 50가지는 되어 보이는 메뉴 중에 ‘스테이크’를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그냥 스테이크도 아니고 ‘횡성한우 떡더덕 스테이크’다. 1인분 가격은 무려 1만5000원. 고속도로 휴게소 한 끼 식사 비용으로는 조금 과하다 싶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횡성한우 아닌가!

한자리에서 다양한 음식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건 휴게소 식당의 매력이다. 스테이크와 따뜻한 막국수 그리고 만두를 하나씩 시켰다. 음식이 나오는 데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흑임자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와 감자튀김, 달걀 프라이와 얇게 채 썬 더덕구이가 곁들여 나온 스테이크의 비주얼은 제법 훈훈(?)했다.

한 입 베어 무니 떡갈비인 듯 햄버그(함박) 스테이크인 듯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또한 허기진 나들이객을 달래기엔 손색이 없었다. 이런 곳에서 이 가격에 미디엄이나 미디엄레어쯤으로 제대로 구운 한우 등심(또는 안심) 스테이크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데미글라스 소스의 진한 풍미에 한우 본연의 맛이 살짝 가린 듯해 아쉽긴 했다. 본연의 맛을 충실히 느끼고 싶다면 주문할 때 소스를 뿌리지 말라고 하면 된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달걀 프라이도 아쉬웠다. ‘정통’ 조리법을 표방하는 햄버그 스테이크 집에서 으레 그러하듯 반숙 달걀 프라이를 기대했는데 바싹 익혀 나왔다. 언젠가 김치볶음밥에 완숙 프라이가 얹혀 나왔을 때만큼이나 상실감(?)이 컸다.

촉촉한 노른자와 한우 떡더덕 스테이크가 어우러진 맛은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횡성의 또 다른 대표 특산물인 더덕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 요인이다. 함께 주문한 메밀향 가득한 온면(溫麵) 막국수도 스테이크와 제법 잘 어울렸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에 또 횡성휴게소에 들를 일이 있으면 달걀 프라이는 꼭 반숙으로 해달라고 미리 부탁하리라 다짐하며 강릉 방향으로 다시 차를 몰았다.


휴게소 인근 즐길거리·볼거리

천재 화가 이중섭 작품 전시한 화장실

횡성휴게소의 이중섭 화장실 입구. 사진 이용성 차장
횡성휴게소의 이중섭 화장실 입구. 사진 이용성 차장

횡성휴게소 화장실에는 천재 화가 이중섭의 황소 그림이 걸려있다. 이중섭의 고향은 이북(평안남도 평안)이다. 이중섭이 횡성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건 아니지만 횡성이 한우의 고장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 황소 그림으로 유명한 이중섭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같은 이유로 휴게소 식당 안에는 황소의 얼굴을 한 로봇 태권V와 슈퍼맨이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횡성한우 떡더덕 스테이크 식사 후 이 특별한 화장실도 꼭 한번 이용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