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미래는 애플카? 지난 7월 애플 자율주행차 청사진에 관한 기밀을 유출하려던 전직 직원이 기소되면서 5000여명의 직원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사진 EPA 연합뉴스
애플의 미래는 애플카? 지난 7월 애플 자율주행차 청사진에 관한 기밀을 유출하려던 전직 직원이 기소되면서 5000여명의 직원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사진 EPA 연합뉴스

지난 7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애플의 자율주행차 기술 등 영업기밀을 몰래 빼내 중국 자동차 업체로 이직하려 했던 애플 전직 직원을 체포해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애플 직원 13만5000명 중 자율주행차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직원은 5000여명이며, 이 중 절반 수준인 2700여명이 해당 직원이 빼돌린 비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계열사인 웨이모 임직원이 약 1000명 정도인 것과 비교해보면, 애플이 자동차 부문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애플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개발 인력의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애플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미국 상장 기업 중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리면서 ‘애플의 파티는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자율주행차를 내놓는 ‘5년 뒤’를 내다보고 있다. 애플은 2014년부터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비밀리에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왔다. 소문으로만 돌던 애플의 자동차 사업 추진은 2016년 11월 애플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하면서 “머신러닝(기계 학습)과 자율주행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공식 확인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폰처럼 애플 로고가 새겨진 자동차가 아니라 자율주행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하드웨어 부문의 성장 정체를 서비스 부문 매출을 늘려 타개하려고 하고 있다. 애플의 자율주행차가 여기에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차 안에서 콘텐츠 소비가 매우 중요해지고, 그간 앱스토어, 애플 뮤직 같은 서비스 부문 노하우를 쌓아온 애플이 다른 자율주행차보다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제프 윌리엄스는 “자동차야말로 궁극적인 모바일 기기”라고 말했다.

현재 애플은 서비스 부문 매출을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쿡 CEO는 서비스 부문 매출을 2020년까지 두 배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런 의지는 올해 실적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회계연도 3분기(4~6월)에 서비스 부문에서 애플은 95억4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1%나 늘었다.


자율주행차 2030년 1681만대로 폭발 성장

전문가들은 이르면 5년 뒤쯤 애플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한 밍치궈(Ming-Chi Kuo) TF인터내셔널증권(홍콩 소재) 연구원은 “2023~2025년쯤 애플카가 출시될 것이며, 이를 통해 애플은 서비스 부문 매출을 크게 늘려 시가총액 2조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2년 39만대에서 2025년 214만대, 2030년 1681만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이 시장에서는 GM이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올해 초 미 기술평가업체인 내비건트리서치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 기업들을 기술력, 비전, 상용화 전략 등 10개 지표로 평가해 GM이 가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발표했다. 애플의 유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구글의 웨이모가 그 뒤를 차지했고, 메르세데스-벤츠가 속한 다임러와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Plus Point

애플의 기술력, 업계 예상 뛰어넘어

애플의 자율주행차 기술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으나 애플의 최근 특허 출원을 통해 추정해볼 수 있다. 특허 내용을 분석해 보면, 애플이 오랫동안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왔으며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애플 특허 전문 매체 보도를 인용해 애플이 지난 8월에 ‘자율주행차가 차량 내 운전자뿐 아니라 다른 차량들과도 교신해 경로를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애플 자율주행차 시스템이 ‘9초 뒤 좌회전하겠다’고 주변 차에 알리면, 완전 자율주행 모드로 다른 행동을 하던 운전자는 물론, 다른 주변 차들도 놀라지 않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것이다.

애플이 이러한 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특허를 선점한 것은 그들이 자율주행기술에 대해 매우 깊이 연구해 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애플의 특허 내용처럼 ‘차량끼리 공통의 플랫폼을 통해 교신하는 방식’은 최근 들어 자율주행기술 상용화의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처음에는 개별 차량마다 센서와 카메라를 부착해 주변 상황을 각각의 차량이 스스로 분석해 자율주행하는 것만 생각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완벽한 자율주행의 상용화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끼리 주행 정보가 연결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수준의 기술로도 거의 완벽한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는데, 바로 애플이 추구하는 기술이 이런 것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 들어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자율주행 솔루션으로 “도요타의 차량 간에 주행정보 교신이 가능한 플랫폼을 탑재해 각각의 차량을 제어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애플이 특허를 낸 기술과 비슷한 개념이다.

Plus Point

기술주 투자 꺼리던 버핏, 애플은 계속 샀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사진 AP 연합뉴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사진 AP 연합뉴스

애플이 미국 상장기업 중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진입하면서 ‘투자업계 구루(guru·스승)’로 꼽히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16년 초부터 애플 주식을 매입해 현재는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 중 4분의 1 이상을 애플에 투자하고 있다.

장기 투자를 주로 하는 버핏은 그간 기술주 투자를 극도로 꺼려 왔다. 기술 변화에 따라 기업가치가 널뛸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 버핏이 애플을 지속적으로 담은 이유는 애플이 지난 10년간 구축한 모바일 생태계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는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생태계를 만들고, 앱 판매가 이뤄질 경우 전체 거래금액의 30% 정도를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다. 전 세계 다양한 앱에서 창출되는 수입을 내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기술주와 완전히 차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부터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스티브 잡스와 달리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친화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버핏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회사를 이끈 이후 6월 말까지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은 돈은 총 3000억달러(약 338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