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 이용자들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선호할수록 데이팅 앱 수익은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데이팅 앱 이용자들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선호할수록 데이팅 앱 수익은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직장인 김정환(32)씨와 1년째 연애 중인 그의 여자친구는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사이다.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 김씨의 친구들이 여러 번 소개팅을 주선해 줬지만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기 어려웠다. 게다가 친구가 소개팅 주선자이다 보니 친구 체면을 생각해 ‘애프터(소개팅 이후 두 번째 데이트)’를 꼭 신청해야 한다는 점도 번거로웠다. 그러던 와중 접하게 된 데이팅 앱은 김씨에게 신세계였다. 지인을 통한 소개팅에서는 원하는 외모와 조건을 강하게 요구하기 어려웠지만, 데이팅 앱에서는 가능했다. 또 모바일로 먼저 이야기를 나눠본 뒤 직접 만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편리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만난 지금의 여자친구와는 결혼까지 생각 중이다. 

데이팅 앱은 ‘로맨스의 죽음’이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사람만 보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앱을 통해 그 사람의 외모와 관심사, 학력, 직장 등 외적인 조건을 모두 알아본 뒤에 만남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탓에 데이팅 앱 기업들은 회원 ‘물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 3장을 올려 기존 회원들에게 5점 만점에 평균 3점 이상을 받아야 가입이 가능한 데이팅 앱, 명문대 졸업생이나 ‘부촌(富村)’으로 이름난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만 가입이 가능한 데이팅 앱 등 다양하다. 이렇게 조건을 따지는 데이팅 앱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자신과 가까이 있는 모든 이성을 보여주는 거리 기반 데이팅 앱의 경우 불건전한 성(性)적 만남의 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데이팅 앱을 통한 만남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리서치 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성인 남녀의 83.4%가 ‘불건전한 목적으로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봤다. ‘데이팅 앱으로는 진지한 만남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은 66.1%에 달했다. 데이팅 앱을 통한 만남이 괜찮을 것이라는 의견은 3명 중 1명에 그쳤다. 김정환씨는 “사람들이 데이팅 앱을 통한 만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주변에서 여자친구와 어떻게 만났냐고 물어보면 ‘소개팅으로 만났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김씨처럼 진정한 사랑을 만나려는 목적이 크다. 실제로 미국 마케팅 업체 ‘심플텍스팅’이 최근 데이팅 앱 사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의 44%, 남성의 38%가 헌신적인 관계를 찾고 있다고 답했다. 나아가 전체 사용자 중 36%는 데이팅 앱을 통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관계를 찾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위에 우(Yue Wu) 미국 피츠버그대 카츠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이처럼 진정한 사랑을 만나려는 이용자들은 데이팅 앱 기업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데이팅 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데도 기업들이 굳이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 교수는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안정적인 관계보다는 연속적이고 가벼운 만남이 이어져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연속적인 만남을 찾는 이용자들은 월별 가입비를 계속 지불할 것이고, 진정한 사랑을 찾은 이들은 이후 데이팅 앱 계정을 삭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신의 데이팅 앱이 ‘가벼운 만남’의 장으로 정의되는 데 강하게 저항할 동기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 교수의 ‘중매업자 경쟁과 기술 공급(Matchmaker competition and Technology Provision)’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데이팅 앱 기업들은 이용자들의 가벼운 만남을 단순히 선호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인 만남을 가능케 하는 기술 혁신에도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 우 교수는 “실제로 중매 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최첨단 중매 기술로 인해 영업팀이 끌어온 고객보다 사랑을 찾아 떠나는 고객이 더 많아지면서 수익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며 “그 결과 그 회사는 덜 효과적인 기술을 시도해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술 혁신과 수익성은 반비례 

우 교수가 데이팅 앱의 기술 혁신이 수익성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 간 ‘경쟁’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경쟁 상황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특히 기술 관련 업계의 경우 경쟁에서 살아남았어도 끊임없이 혁신한다. 구글, 페이스북 등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각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기술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팅 앱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유료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팅 앱은 독점 기업일수록 기술 혁신에 대한 동기가 떨어진다. 고객을 너무 빨리 만족시키면 오히려 기업에 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점적 위치에 따라 높은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경쟁이 치열할수록 데이팅 앱 기업의 수익은 하락한다. 우 교수는 “시장 내 치열한 경쟁은 데이팅 앱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선하도록 만들지만, 기업의 수익은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가벼운 만남을 원하는 이용자가 많을수록 데이팅 앱이 기술 수준을 끌어올릴 동기는 하락한다.
가벼운 만남을 원하는 이용자가 많을수록 데이팅 앱이 기술 수준을 끌어올릴 동기는 하락한다.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기술 혁신을 미뤄야 한다. 이용자들을 효과적으로 짝지어주기 위해선 첨단기술과 대규모의 이용자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는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 교수는 “효과적인 중매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제 짝을 찾아 떠나는 바람에 그들의 계정 삭제를 초래하고, 이는 결국 이용자 수 감소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즉 데이팅 앱의 기술 수준과 이용자 규모는 반비례하는 것이다. 때문에 우 교수는 “만약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다수의 싱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이팅 앱이 있다면 소비자는 이에 대해 다소 회의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용자 인내 정도 따라 가격 상승

이용자의 특성 역시 데이팅 앱의 수익, 기술 수준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먼저 어떤 관계를 추구하고, 짝을 찾는 데 얼마나 인내할 수 있는지에 따라 데이팅 앱의 가격이 결정된다. 우 교수는 “모노가미스트(monogamist·일부일처주의자)들은 사랑을 찾는 데 오래 기다릴 수 없다”며 “그들은 ‘진정한 사랑’을 신속하게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서비스에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택권을 계속 열어 두고 싶어 하는 싱글들은 지나치게 높은 서비스 비용에 다소 인색할 수 있고, 자신이 진정한 사랑에 뛰어들 준비가 됐다고 느끼기 전까지는 더욱 저렴하고 기술적으로 덜 진보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용자의 인내심이 증가할수록 데이팅 앱이 기술을 향상시킬 동기가 하락하는 것이다. 우 교수는 “가벼운 만남을 즐기는 문화가 기술 혁신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우 교수는 정책 입안자들이 이러한 점을 활용해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소비자의 참을성이 상대적으로 강할 때 기업이 기술 개발에 열심히 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까다로운 소비자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면 될 것”이라며 “이는 궁극적으로 혁신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팅 앱 시장이 ‘비대칭’ 특성이 있다는 점도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비대칭성이란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남녀 간 수요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데이팅 앱을 더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데이트 앱과 사이트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거나 현재 이용하고 있는 여성은 36%에 불과한 반면, 남성은 이보다 20%포인트 높은 56%에 달했다. 

우 교수는 “남성 이용자가 여성 이용자보다 데이팅 앱 서비스의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한다면, 양쪽에 동등한 금액을 매기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라며 “비대칭성이 수익 증가로 이어지게 하려면 남성에게 더 높은 금액을 매기거나 여성에게 낮은 금액을 매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결과 경쟁 상태에 놓여있는 데이팅 앱들은 여성에게 낮은 금액을 매기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쟁력 있는 여성 이용자들을 더 많이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데이팅 앱 기업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이들의 수익도 함께 올릴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우 교수는 장기간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일시불로 지불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현재 데이팅 앱 대부분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 기반과 대화를 이어나가는 단계마다 이용료를 내는 ‘커미션’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 우 교수는 “일괄 지불 방식의 선급이 경쟁에 따라 기술을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며 “1년 이상 데이팅 앱을 이용할 때는 처음부터 우수한 중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데이팅 앱을 선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성장하는 데이팅 앱 시장…페이스북도 진출

지난 5월 페이스북 개발자 콘퍼런스 ‘F8’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사진 블룸버그
지난 5월 페이스북 개발자 콘퍼런스 ‘F8’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사진 블룸버그

전 세계 데이팅 앱 시장은 이미 조단위의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데이팅 앱 시장은 4조5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데이팅 앱 업체 1위는 ‘틴더’ ‘오케이큐피드’ 등 40여 개 데이팅 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매치그룹’으로,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역시 2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4억5000만명 가입자를 보유한 ‘모모’가 1위 플랫폼이다.  

한국 데이팅 앱 시장은 아직 1000억원 규모에 불과해 미국, 중국 등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시장이 올해 2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데이팅 앱 시장에서는 누적 가입자 400만 명에 달하는 ‘아만다’가 1위를 달리고 있다. 아만다는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얼굴이 나온 사진 3장을 올린 뒤 5점 만점에 3점 이상을 받아야 가입이 가능하다. 꼼꼼하게 ‘물 관리’를 한다는 측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용자 22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도 데이트 시장에 뛰어든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페이스북 개발자 콘퍼런스 ‘F8’에서 올해 하반기 내로 데이트 기능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저커버그 CEO는 “미국에서 결혼하는 커플 3쌍 중 1쌍은 인터넷을 통해 만났고, 페이스북에는 2억 명의 독신 남성이 있다”며 “페이스북의 데이트 기능은 단순한 만남이 아닌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데이트 기능 도입 계획을 공개하자마자 데이팅 앱 관련 업체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기도 했다. 매치그룹 주가는 당시 급격한 매도로 약 17%가량 폭락했다. 업계에선 페이스북이 데이팅 앱 시장에 진출하면 빠른 시간에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팅 앱 대부분이 유료 서비스인 데다 만남 성공률도 높지 않아 페이스북의 무혈 입성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데이트 상대방 계정에 등록된 게시물을 통해 주변 인맥이나 성향, 평판도 알 수 있다.

Plus Point

만남 가벼이 여겼다가…데이팅 앱의 그늘

데이팅 앱이 범죄에도 이용되고 있다.
데이팅 앱이 범죄에도 이용되고 있다.

실속 있고 빠른 만남을 선호하는 젊은층에서 데이팅 앱이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만 200여 개 업체가 성업 중이고, 회원은 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주로 가벼운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이 많은 데다, 온라인으로 알게 된 만큼 ‘익명성’도 짙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됐던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첫째 아들 남모씨의 경우가 데이팅 앱을 범죄에 이용한 대표적 사례다. 그는 중국에서 필로폰 4g을 속옷에 숨겨 밀반입한 뒤 데이팅 앱을 통해 ‘얼음(마약을 칭하는 은어)을 갖고 있다. 화끈하게 같이 즐길 여성을 구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 필로폰을 투약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과 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남씨의 사례는 다소 극단적이지만, 데이팅 앱을 통한 피해는 끊이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데이팅 앱을 이용한 사람 500명 중 49.8%가 ‘이용 도중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원치 않는 연락을 계속 받은 경우(24.4%)가 가장 많았고, 이외에는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23.8%), 개인 정보 유출(16%), 금전 요청(10.2%) 등이 뒤를 이었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만남인 만큼 신분이 불확실하다는 문제도 있다. 미리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가진 이성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정보가 사실인지를 검증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도 데이팅 앱 이용자 10명 중 4명(38.4%)이 ‘허위 정보를 입력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영국은 ODA(Online Dating Association)라는 기구를 통해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를 규제하고, 일부 업체는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본인인증기관을 통해 회원 인증을 실시한다. 미국 일부 주(州)에서는 ‘데이트할 경우 지인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공공 장소에서 만날 것’ 등 안전수칙 공지를 의무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