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웁스(Oops!) 일시적 오류입니다. 잠시 후에 다시 이용해주세요.”

8월 20일 오후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호갱노노’의 검색 버튼을 누르자 흰색 바탕에 이 같은 문구가 떴다. 애플리케이션을 종료하고 다시 실행해봐도 먹통이었다. 게시판에는 접속자 불만이 쏟아졌다. 호갱노노 측은 “서버 과부하로 접속장애가 발생했다”고 해명했고 서버를 긴급 증설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네이버 부동산 게시판 커뮤니티도 접속이 되지 않았다.

부동산 업계는 19일 오후 박원순 서울 시장이 ‘강북우선투자전략’을 발표한 것이 이번 대란의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비강남권을 개발하기 위해 서울시 재정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강북우선투자전략을 4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포인트 1
비강남권 경전철 재정사업 전환

서울시는 우선 면목선(청량리~신내), 우이신설 연장선(우이~방학), 난곡선(난향초~보라매역), 목동선(화곡로 입구~당산역) 등 4개 노선 경전철을 재정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4개 노선은 당초 민자사업으로 계획됐지만, 낮은 경제성 때문에 민간사업자를 찾지 못해 10년 이상 착공이 미뤄진 노선들이다. 착공은 2022년, 완공은 2028년이 목표다. 공사비는 약 2조5000억원(국비 40%, 시비 60%)이며, 전체 사업비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전철은 기존 지하철인 ‘중전철(重電鐵)’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작고 가벼운 지하철을 의미한다. 중전철이 4~10량 규모라면 경전철은 보통 2량으로 운행된다.


분석 1 |
추진 예정 4개 노선 모두 사업성 낮아

서울시는 2015년 10개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보고서에서 4개 노선 가운데 난곡선을 제외한 3개 노선은 운영기간과 상관없이 손익분기점을 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난곡선도 2040년 한 해 결산 기준으로 흑자 전환이 가능하지만 운영하면서 생길 적자까지 포함한 누적 결산으로는 손익분기점을 영원히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돼 민간사업자(포스코 건설 등 10개사)가 건설하고 지난해 운행을 시작한 우이신설 도시철도(경전철)도 개통 첫해부터 14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성중기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교통위원회)은 “우이신설 도시철도도 적자인 상황에서 정확한 수요 예측도 없이 재정 투입을 거론한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사업으로 추진한 철도는 운행 적자를 모두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김연구 한국교통연구원 민자철도 교통공공성연구센터장도 “서울시는 4개 노선 도시철도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거쳐 사업성을 확보하고, 사업성이 있다면 민자로 추진해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포인트 2
공공기관 이전…양질의 일자리 이동 효과

시는 이와 함께 서울주택공사(SH공사), 서울연구원, 인재개발원 등 강남구와 서초구에 있는 3개 산하기관을 강북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시 본청 산하기관 53곳 가운데 노원구와 도봉구에 본사가 있는 곳은 단 3곳(북서울미술관, 서울시립과학관, 삼각산시민청)뿐이다. 신종우 서울시 총무과장은 “거론된 3개 기관을 포함해 더 많은 산하기관이 강북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개 기관이 이전하면 약 1500개 양질의 일자리가 함께 움직이게 된다.


분석 2 |
직원 동의는 물론 부지 확보도 쉽지 않아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면 지역 경제는 활성화된다. 하지만 그 전에 이전 기관의 부지를 확보하고 직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SH공사 강남사옥은 연면적이 4만3745㎡(약 1만3200평) 규모이고, 서초구에 있는 서울시 인재개발원은 건물 3개동에 부지면적이 28만3807㎡(약 8만6000평)에 이른다. 서울연구원 사옥 연면적은 8467㎡(약 2600평)다.

1276명에 이르는 SH공사 직원 설득도 남아 있다.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산하기관 이전과 관련해 노조 측은 물론 회사 측과도 사전 협의가 안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인트 3
동북권 서남권 역세권 상업지역 우선 지정

시는 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새로이 상업지역을 지정할 때 동북권(도봉·노원·강북구)과 서남권(양천·구로·영등포·강서·동작·관악·금천구)에 우선 배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2030 서울생활권계획’과 연계해 134만㎡의 상업지역을 추가 지정했을 때도 동북권(59만㎡)과 서남권(40만㎡)에 절반 이상을 배정했다.

상업지역으로 지정되면, 용적률을 최대 800%까지 받을 수 있어 고밀도 압축 복합 개발이 가능하다. 제3종 주거지역의 용적률은 최대 300%다. 서울시는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일정 면적의 상업지역을 지정한다.


분석 3 |
수요 안 따라주면 지역 개발에 오히려 毒

각 지자체는 상업지역을 최대한 많이 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지역이 상업지로 지정되면 지역 개발에 독이 될 수도 있다. 투기 수요가 몰려 땅값만 오르고 오른 땅값 때문에 개발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불황, 최저임금 인상, 인터넷 쇼핑몰 활성화라는 소매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도심 상업지에서조차 폐업하는 상가가 속출하는 것도 부담이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현재 서울지역 오피스 빌딩의 평균 공실률이 10%, 송파구 잠실의 제2롯데타워는 40%가 넘는다”며 “수요 예측 없이 용적률만 높이는 정책은 아파트값만 밀어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인트 4
집수리 지원금 늘리고 소규모 정비 활성화

시는 소규모 도시정비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재개발 사업은 지양하고 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지역공동체를 가꿔 나가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낡아서 재건축이 필요한 20호 미만의 단독·다세대주택은 SH공사가 재건축을 돕도록 했다. 노후주택을 고쳐서 다시 쓸 수 있게 집수리비를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분석 4 |
강북의 종합적 개발에 방해될 수도

동북권 노후주택 밀집지역은 가파른 오르막에 오토바이도 다니기 힘든 좁은 골목으로 둘러싸여 있다. 주택 리모델링과 다세대주택 재건축으로는 오르막을 깎을 수도, 길을 넓히기도 힘들다.

재개발 전문가인 강영훈 ‘붇옹산의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이 정책대로라면 강북은 단독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으로 계속 남게 된다”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신축 아파트 선호가 뚜렷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거의 질은 물론 부동산 가격의 측면에서도 강북이 영원히 강남을 못 따라잡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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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건축물의 연면적에 대한 대지면적의 백분율이다. 연면적은 건축물 각 층의 바닥면적을 모두 합친 값을 의미한다. 용적률이 높을 수록 대지면적에 대한 호수밀도가 늘어나 더 큰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대지면적이 100평이고 용적률이 800%라면 1개층 면적이 80평인 10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용적률 =(건축물 연면적÷대지면적) x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