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언을 할때는 상사가 불친절해서 반발하는 것인지, 그릇돼서 바로잡는 것인지, 먼저 정리해야 한다.
직언을 할때는 상사가 불친절해서 반발하는 것인지, 그릇돼서 바로잡는 것인지, 먼저 정리해야 한다.

조직에서 올곧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바른말을 자주 하면 꺾이고, 안 하면 굽는다. ‘입바른 소리’를 한 것이지만 조직에서 ‘입빠른 소리’라고 생각하면 자해 행위가 되기 십상이다. 어쩔 수 없이 총대를 메려다 총알받이가 됐다는 직장 잔혹담은 어디서고 흔히 들린다.

최근 벼룩시장이 직장인 11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5.5%가 조직에서 절대 직언에 나서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직장생활은 가늘고 길게 하는 것이 최고’라는 이유에서였다. ‘총대를 메기에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응답자의 27.7%는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단독 행동하는 것을 꼽았다. 이어 본인의 일도 아닌데 동료 선후배의 부추김에 얼떨결에 총대를 메는 것(22.8%), 회사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앞장서서 전달하고 맞서 싸우는 것(20.1%), 성공 확률이 보장되지 않은 새로운 일을 하는 것(15.9%), 민감한 사항을 대표로 집행하거나 전달하는 것(13.6%) 순이었다.

총대를 멜 것인가, 총알받이가 될 것인가. 목이 곧아 슬픈 직언 부장도 있지만, 목이 굳은 석회질 부장도 있다. 생기는 것도 없으면서 잠깐을 못 참는 촉새 입방정을 탓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직언 본능이 발동한다. 그런가 하면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묵언 수행으로 할 말을 삼키느라 몸에 사리가 생길 지경이라고 하는 수도승 관리자도 있다. 곧거나, 굳거나, 굽거나…. 이래저래 조직살이가 서러운 것이 당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같다. 최종 결정은 논리의 옳고 그름이 아닌 결정권자의 마음이다. 단어 자체도 그렇지 않은가. 최종 의사결정권자라고.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다. 장강(長江)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흐리면 발을 씻는 식으로 적응하면 그만이라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직언 수용될 수 있도록 중용 지켜야

목이 곧거나 굳은 관리자는 조직의 변방과 한직을 맴돌며 나름 불운을 정당화한다. 정의의 사도를 자부한다. 한편으론 피해의식에 젖어있기도 한다. 과연 그런가. 단지 그것 때문에 부하들에게 추월당했는가. ‘평차(평년차장)’ ‘만부(만년부장)’에 머물러 있는 것은 정녕 그 때문인가. 본인은 자신을 조직의 용감한 잔다르크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무모한 돈키호테라고 수군거리지는 않는가. 본인은 불소지신(不召之臣·경의를 표해 모시고 와야 할 어진 신하 또는 앉아서 불러들이기가 어려운 현사)이 되고자 한다면서, 정작 부하들의 직언을 그만큼 수용하고 있는가.

직언 때문에 압박과 설움에 시달린다는 당신, 과감한 직언인지, 과도한 직언인지, 과분한 직언인지 돌아본 적 있는가. 문제는 촉새처럼 툭하며 쏘아대든, 뱁새처럼 무리해가면서까지 상사의 황새 같은 깊은 속을 좇든 어느 것이나 조직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야 굳지도, 곧지도, 굽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가. 직언은 고사하고 진언, 제언에서도 번번이 막히는 당신. 다음 사항을 명심해보자. 앙심을 가지고 말해서도 안 되지만 늘 양심을 내걸지도 말라. 안심시켜야 통한다.

첫째, 불리와 불의를 구분하라. 앙심을 양심으로 포장하지 말라. 불의, 비윤리 이슈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단 불리한 것으론 대항하지 말라. 직장에선 불리한 것을 참는 인내가 필요할 때가 있다. 작은 자존심으로 큰 비전을 상하게 하지 말라. 직언의 타깃이 상사인지 회사인지 구분해야 한다. 상사가 불친절해서 반발하는 것인지, 그릇돼서 바로잡는 것인지, 먼저 정리해야 한다. 개인적 의견 차이를 정의 대 불의로 포장하면 웃음거리나 자해로 끝나기 쉽다. 자신의 불리함을 불의로 호도해 사수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말 그대로 들이받는 것일 뿐이다. 반항적이고 고립된 팔로어는 결코 리더에게 뜻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신뢰를 얻지 못한다.

하비 혼스타인 컬럼비아대 교수는 200명의 관리직 사원을 대상으로 직장에서의 용감한 행동, 혁신적 상품 아이디어의 추구에서 연고자 우선의 부패한 고용 정책 개혁에 이르는 모든 행위에 대해 조사했다. 윤리와 관련된 문제 제기의 42%는 묵살됐고, 상사의 업무수행에 대한 비판은 쇠귀에 경 읽기였다. 때론 도를 지나쳐 발언자 3분의 1 이상이 강제 사직이나 직급 강등되는 등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기까지 했다. 동료, 부하를 비판하는 것 역시 대부분의 경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직언하고자 할 때는 개인적 불이익 등 감정에서 비롯되는 항명인지, 정책의 방향 시정이 요구되는 일 때문인지, 자기 객관화부터 해야 한다.

둘째, 전향적으로 생각하라. 자신이 상사와 도덕적으로 맞서는 정의의 사도라고 착각하지 말라. 양쪽 모두 윤리적 행동과 결과를 원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라. 누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둘 다 이기는 싸움을 할 방법을 강구하라. 상사가 당신의 제안을 수용하면 물론 고맙다.

하지만 최종 수용 여부는 상사의 몫이지 당신의 몫이 아니다. 앙심으로 말해서도 안 되지만, 매번 양심을 내거는 것도 부담스럽다. 차라리 서로 안심할 수 있는 범위에서 문제를 제기하라. 내가 건의할 자유가 있는 것처럼 수용, 거절 여부는 상사의 자유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거절의 자유가 있음을 담대하게 받아들이라.

셋째, 조직의 룰을 살피라. 작은 상품을 내놓더라도 시제품을 내놓아 소비자 반응을 체크해야 한다. 하물며 상사의 권위에 대항할 우려가 있는 중대 발언이라면 상사와 비슷한 입장, 레벨의 사람에게 사전 조언을 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식사 장소 제안 등 사소한 소통부터

조언자로는 다음의 사항을 갖춘 사람을 선택하라. 신뢰할 수 있고 비밀을 지켜주고 조직의 생리와 관습을 이해하는 사람, 동의하기보다는 반론을 펴는 사람, 리더가 받는 압력과 그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 리더의 위치에 있었거나 지금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 등이다.

권위에 대항할 자신이 없다면 다른 사람, 특히 당신의 상사와 소통이 잘되는 사람들의 설득술을 살펴보라. 장기적으론 리더와의 일상적 관계에서부터 그 기술을 적용시켜 나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컨대 점심식사 때 점심을 상사가 제안한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먹자고 해보는 식으로 사소한 면에서부터 다양하게 시도해보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언에서도 역지사지하는 것이다. 당신도 부하 직원에겐 개기고 싶은 상사일 수 있다. 당신의 직언, 진언 수용도의 균형은 어느 정도인가. 직원이 당신에게 어떻게 직언할 때 가장 잘 먹혔는가.


▒ 김성회
연세대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 주요 저서 ‘성공하는 ceo의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