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비빔밥. 사진 독자 김혜영
꼬막비빔밥. 사진 독자 김혜영

“인생에서 꼭 한번 먹어봐야 할 한 그릇.” 코미디언 이영자가 지난 4월 한 방송에서 언급한 휴게소 대표메뉴 3개 중 하나가 남해고속도로 보성녹차휴게소(목포 방향)의 ‘꼬막비빔밥’이다. 맛집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이영자 맛집’ 중 하나다. 그가 언급한 이후 오직 꼬막비빔밥 하나만을 먹어보기 위해 서울에서 전라남도 보성군까지 약 4시간 30분(370㎞)을 달려가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있다.

큰 대접에 담긴 쌀밥 위엔 적·백 양배추채, 상추, 당근채, 새싹, 김가루, 날치알 그리고 이 여행의 주인공 꼬막이 소복이 담겨있다. 함께 제공되는 초장을 입맛에 맞게 짜넣고 숟가락으로 쓱싹 비벼 한입 가득 입안으로 욱여넣는다. 쫄깃한 꼬막이 입안에서 데굴데굴 구르다 양배추채와 날치알을 만나 펼치는 상큼한 맛의 조화가 일품이다. 한술 두술 떠넣다가 목이 막히면 휴게소 한쪽에 구비된 서비스 코너에서 진하게 우려낸 녹차 한모금으로 입안을 헹구면 된다. 재료가 피꼬막에서 새꼬막으로 바뀌며 가격이 올랐다. 한그릇에 1만원이다.


녹차 넣은 간식 많아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었지만 못내 아쉽다. 꼬막비빔밥 한그릇 양이 많진 않아서다. 허한 배는 주변에 널린 각종 간식으로 채워보자. 보성녹차휴게소란 이름 덕분인지 녹차를 넣은 간식이 많다. 그중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녹차 호떡. 어느새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날씨엔 기름에 갓 지져낸 호떡이 제격이다. 사장님이 건네주는 뜨거운 호떡을 조심조심 집어 한입 베어물면 뜨거운 꿀이 입안에 사르르 흘러내린다. 색만 녹색을 낸 것이 아니라 맛도 쌉싸름한 녹차맛이 배어난다. 달콤한 꿀과 쌉싸름한 맛의 조화가 아주 좋다. 호떡 2장에 2500원.

뜨거운 호떡으로 몸이 더워졌다면 마지막 입가심으로는 녹차아이스크림을 선택할 만하다. 작은 컵에 담아주는 녹색의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한숟갈 떠넣으니 우유맛과 녹차맛이 입안을 감돈다. 아주 진하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달콤함과 시원함이 입안을 환기한다. 한컵에 2500원.

이 밖에도 휴게소 안엔 녹차특산물 코너가 따로 있다. 주변 차밭에 들르지 않을 생각이라면 여기에서 이 지역 특산품을 구입하는 것도 좋다. 녹차에 볶은 소금부터 녹차국수, 녹차젤리, 녹차양갱까지 남녀노소 좋아할 만한 각종 녹차 간식들이 한가득이다. 가격도 제일 비싼 게 1만원짜리 대(大)자 초콜릿일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무화과철(8~11월)에 방문한다면 한편에서 산지 직송으로 가져다 놓고 파는 무화과 한박스(1만원)도 구입할 수 있다. 전라도 영암산 무화과가 먹음직스럽다.


휴게소 인근 즐길거리·볼거리

끝없이 펼쳐진 푸른 녹차밭 10~11월엔 각종 축제도

휴게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보성은 대표적인 차(茶) 산지다. 한국산(産) 차의 80% 이상을 재배한다. 보성에는 여러 차밭이 있는데, 그중 일반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곳이 대한다원의 차밭이다. 휴게소 남쪽 방향, 차로 약 16분 거리(약 16㎞)에 있다. 입구에 빼곡한 삼나무숲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사시사철 푸른 녹차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하루 중 어느 때나 방문해도 멋지지만, 다원(茶園) 개장 시간인 오전 9시나 노을이 질 때쯤인 오후 5시쯤이 가장 좋다. 특히 안개 내린 차밭 사이로 보이는 햇살이 장관을 선사한다.

또 보성군의 명물은 ‘남도의 맛’으로 꼽히는 벌교 꼬막이다. 이 꼬막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감싸는 벌교 앞바다 여자만(汝自灣)에서 가장 많이 난다. 이 만을 둘러싸고 꼬막 제철인 늦가을부터 각종 축제가 예정돼 있다. 10월엔 여수시 여자만 갯벌 노을축제(8~9일)가, 11월엔 보성군 벌교 꼬막축제(2~4일)가 열린다.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 체험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