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에서 점차 쓰임새가 적어지는 동전이 쌓여있다.
실생활에서 점차 쓰임새가 적어지는 동전이 쌓여있다.

프리랜서 김모(40·서울)씨는 최근 수년간 10원짜리 동전을 갖고 다닌 적이 없다. 거의 모든 결제를 체크카드로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끔 현금으로 결제할 때 거스름돈으로 10원짜리 동전을 받으면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가 불편해 계산대 옆 기부함에 넣거나 아예 받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카드를 넘어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하면서 10원 동전의 쓰임새가 사라지고 있다. 각종 상점에서 10원 단위로 살 수 있는 제품은 없다. 10원 동전은 현금 결제 시 거스름돈 용도로만 쓰인다. 문제는 10원 동전의 개당 생산 비용이 액면가(10원)의 두 배가 넘는 20원 이상이라는 점이다. 동전 생산 비용은 전액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 주화(동전)를 주조(생산)하는 데 든 비용은 501억원이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10원 동전 86억2000만 개가 시중에 있다. 2009년 말 67억3000만 개보다 18억9000만 개 늘었다. 시중에 풀린 동전이 금융기관으로 제대로 환수되지 않기 때문에 매년 새 동전이 생산된다.

발권 당국인 한국은행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2016년 12월 ‘동전 없는 사회’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한은은 2020년까지 동전 사용 및 휴대에 따른 국민 불편을 줄이고 유통 및 관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한은이 2017년 4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시범사업은 현금 결제 때 발생하는 거스름돈을 동전 대신 전자 지급 수단을 통해 돌려주는 방식이다. 일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시범사업 매장에서 발생하는 거스름 동전을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한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하루 평균 3만3870건의 적립 서비스가 이용됐다. 2017년 말 기준 6개 유통 업체의 전국 3만6500개 매장이 시범사업에 참여했음을 고려하면 매장당 하루 이용 실적은 1건 미만에 불과한 셈이다.

이는 해당 매장의 포인트카드(적립 수단)가 없으면 활용할 수 없어 불편한 데다 시범사업에 대한 홍보도 부족했던 탓이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에서 발생한 거스름돈은 이 회사의 엘포인트(L.POINT)로만 적립할 수 있으며 이마트와 이마트24는 SSG머니로만 적립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CU·GS25 등 편의점은 복수의 적립 수단을 갖추고는 있지만, 캐시비와 티머니 교통카드를 제외하고는 역시 회사마다 다르다.

한은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말부터 거스름돈을 회당 1만원 이하, 하루 총 10만원 이하까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의 은행 계좌로 직접 입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애초 지난해 말까지 시행할 계획이었던 내용이다. 유통 업계 및 은행권과 협의에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단위 변경)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는 화폐 단위에서 ‘0’을 줄이는 것이다. 1만원짜리 물건 가격이 1000원이 되는 식이다. 이럴 경우 2004년 생산이 중단된 1원 동전처럼 10원 동전도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디노미네이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비자물가 상승 우려인데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를 검토해볼 만한 조건은 마련됐다”라며 “다만 큰 충격을 줘도 될 만큼 한국 경제 상황이 안정적인지, 그리고 시골 거주민이나 고령자 등 여전히 동전을 자주 쓰는 계층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지 등 불안 요인을 미리 점검한 후 전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