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구사 능력은 글로벌 시대 비즈니스맨에게 필수 조건이다. 영어력(英語力)에 따라 투자자와 투자 금액, 비즈니스 성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루 일과에서 5분도 제대로 시간 내기 어려운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의 묘책(妙策)은 뭘까.

다행히 비즈니스 영어는 ‘고급 영어’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사장 같은 명사들의 연설이나 대화를 들어보면, 이들은 중학생 수준의 쉽고 평범한 어휘를 사용한다. 실제로 손정의 사장은 문법이 틀리거나 발음도 서툰 영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는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표현, 잘 들리는 어조와 속도로 말하면서 최고의 설득력을 발휘한다.


일반 단어보다 전문 용어 숙지

손정의 사장이 영어 연설에서 사용하는 어휘는 총 1480개 안팎으로 중학교 교과서 수준이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 충분히 통용된다. 일본 격주간지 ‘프레지던트(President)’는 손정의 사장의 영어 연설문을 분석한 특집 기사에서 “간혹 어휘나 구문(構文) 활용이 틀릴 때도 있고 접속사도 같은 것을 반복해 단조롭게 들리지만, 사업을 설명할 때 보여주는 비즈니스 전문 어휘가 대단히 풍부해 전문성과 열정을 확실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현장에서는 문장 구성에 필요한 기본 어휘보다는 해당 분야의 전문용어를 정확히 구사하면 된다. 사소한 문법 실수는 상대방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승부처는 억양과 강세, 발성

의사소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강세(accent)와 억양(intonation)이다. 윌리엄 반스 예일대 커뮤니케이션 센터장은 저서 ‘기적의 영어 코칭 30’에서 “명료한 영어를 구사하려면 강세에 따른 ‘단어 길이’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예컨대 ‘welcome’을 발음할 때는 ‘w~e~lcome’으로, ‘market’은 ‘m~a~rket’으로 과장해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발성(發聲)도 중요하다. 영어권 사람들은 성대(聲帶)의 떨림을 활용한 발성에 익숙하고,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성대를 닫고 말하는 발성에 익숙하다. 반스 센터장은 “상대에게 프로답다는 인상을 주려면 영어 발음은 가능한 저음으로, 복식호흡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소리 내 말하기(speaking) 연습이 핵심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저자 김민식 PD는 “언어는 학문이 아니라 꾸준한 반복으로 익히는 습관”이라며 “무협 영화 속 무림 고수들이 수년 동안 물 긷고 장작 패기만 하듯, 머리가 아닌 몸으로 되풀이해서 익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장을 말하면서 외우면 암기 효과가 탁월해진다고 한다.

영어 문장 암기도 중요하다. 문장을 외우면 따로 문법을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회화 패턴이 몸에 붙는다. 김민식 PD는 “매일 10문장씩 외워나가며 책 한 권을 완전 암기하면 문법을 몰라도 말문이 트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