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두부황태해장국. 사진 이용성 차장
초당두부황태해장국. 사진 이용성 차장

“음주 운전할 것도 아닌데 웬 해장국?” 강릉에 다녀오는 길에 고속도로 강릉휴게소(서창 방향)에 들러 ‘황태해장국’을 한번 먹어보라는 지인의 이야기에 무심코 튀어나온 이야기다. 그냥 황태해장국이 아니라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중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 메뉴란다. 이름하여 ‘초당두부 황태해장국.’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의 ‘지존급’이라면 어느 정도 수준일지 궁금해졌다.

음식 맛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재료의 신선도다. 생선회는 말할 것도 없고 채소나 육류도 산지 근처에서 먹는 게 맛있을 수밖에 없다. 조리 기술과 정성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그런데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은 주문에서 서빙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서는 안 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휴게소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도 없고, 기다리게 해서도 안 된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가는 휴게소는 ‘회전율’이 높아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황태해장국은 이 점에서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으로 최적화된 메뉴임이 틀림없다. 황태는 명태를 겨울철 4개월간 얼렸다 말리기를 20번 이상 거듭한 것이다. 채소나 육류만큼 유통 기간에 따라 상태가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황태해장국의 조리법도 비교적 단순하다. 조리법이 단순하기로야 설렁탕이나 곰탕도 마찬가지지만 황태해장국 조리시간이 훨씬 짧다. 여러모로 휴게소 음식으로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그렇다고 황태해장국 맛집을 찾기 쉬우냐 하면 그건 아니다. 대중화된 메뉴이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감동을 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곳 휴게소의 황태해장국은 좀 특별했다. 우선 튼실하고 푸짐한 황태 건더기에 안도감을 느꼈다. 밥을 반쯤 말아 한 숟갈 떠먹으니 진한 국물 맛에 몇 달 치 해장을 미리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닷물로 간을 한 초당순두부와 본디 바다 출신인 황태와의 조화도 훌륭했다. 반찬이라고 해봐야 김치 정도였지만 불만은 없었다. 반찬 생각이 나기도 전에 한 그릇을 뚝딱 비워버렸기 때문이다. 7000원이란 가격이 더없이 착하게 느껴졌다.


휴게소 인근 즐길거리·볼거리

주목받는 사천진·연곡해변 커피 거리

쉘리스커피의 커피와 디저트. 사진 이용성 차장
쉘리스커피의 커피와 디저트. 사진 이용성 차장

강릉은 자타공인 커피의 도시다. 한국 커피 1세대 장인 박이추씨가 2000년대 초반 강릉에 터를 잡으면서부터 유명해졌다. 2002년 문을 연, 지중해풍의 커피숍 ‘테라로사’의 인기도 한몫했다. 이들의 명성이 밑거름돼 강릉 안목해변엔 커피 거리가 조성돼 있다. 그런데 요즘 안목해변의 번잡함을 피해 사천진해변이나 연곡해변을 찾는 커피 애호가들이 많아졌다.

사천진해변 초입에는 박씨가 운영하는 ‘보헤미안 로스터스 박이추 커피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연곡리 후미진 언덕 아래 있는 ‘보헤미안’에서는 박씨가 직접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콜롬비아 게이샤’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사천진의 ‘보헤미안 로스터스 박이추 커피공장’에서 남쪽으로 도로를 건너 조금만 걸으면 다양한 개성을 자랑하는 커피 전문점들을 만나게 된다.

이곳의 간판 매장은 중세시대 건축물을 연상케 하는 ‘쉘리스커피’다. 1층엔 나무장작으로 불을 때고 찬장, 벽 등에 온갖 추억 가득한 오래된 물건들이 가득하다. 카페 2층에서 해변을 바라보며 이곳 인기 디저트인 ‘화이트 초콜릿 티라미수’에 커피 한 잔을 곁들여 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