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의도에서 따릉이 헬멧 무료 대여가 시범 실시됐다. 이용률은 3%에 불과했고 분실률은 24%에 달했다. 사진 조선일보 DB
지난해 여의도에서 따릉이 헬멧 무료 대여가 시범 실시됐다. 이용률은 3%에 불과했고 분실률은 24%에 달했다. 사진 조선일보 DB

7월 1일 오후 6시, 광화문역 6번 출구에 위치한 공유자전거 ‘따릉이’ 거치대로 향했다. 생애 첫 공유자전거 도로주행이 목적이었다. 따릉이 앞에서 스마트폰을 만지는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똑같이 앱을 열고 일일권을 구매했다. 따릉이를 빌리던 사람 중 안전모(헬멧) 등 안전장치를 착용한 사람은 없었다.

‘자전거우선도로’로 9㎞를 달려 여의도에 도착하는 동안, 많은 ‘따릉이 동지’를 볼 수 있었다. 갓 퇴근한 듯한 정장 차림의 직장인, 책가방을 멘 대학생, 운동복을 입고 나온 중년의 여성 등은 위험천만한 도로를 달렸다. 다른 차로보다 차량이 적은 자전거도로에서만 주행했지만, 퇴근길 증가한 교통량과 정차를 반복하는 버스와 택시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자전거 헬멧 착용이 의무화된 지 9개월 정도 지났지만, 자전거도로의 풍경은 이전 모습과 달라지지 않았다.

2015년 ‘따릉이’가 처음 도입된 이래, 국내 자전거 이용 인구는 2년 만에 1300만 명을 돌파했다.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되자, 원동기 장치로 분류된 전기자전거에 대한 규제 완화 요구가 높아졌다. 그러나 전기자전거로 인한 안전문제도 함께 부상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헬멧 착용 의무화를 지난해 9월 28일 시행했다. 일반자전거도 적용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반자전거에 관한 규정이 ‘훈시규정’일 뿐이라는 점이다. 단속도, 처벌도 존재하지 않는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50조는 3항과 4항에서 각각 전기자전거, 일반자전거 운전자의 인명보호 장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규정은 3항에 관련해서만 존재할 뿐, 4항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자전거 헬멧 의무화 규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사고 위험을 생각하면 헬멧 의무화는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시험 결과 자전거 탑승자가 충돌사고 또는 부주의 등으로 인해 넘어질 경우 헬멧을 썼을 때 성인은 8분의 1, 어린이는 12.5분의 1 정도로 머리가 받는 충격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2~2017년 집계된 자전거 사고 응급 환자 중 머리 부상자가 38.4%로 가장 높았다.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된 외국의 모습은 어떨까. ‘자전거 천국’으로 알려진 유럽 국가 중 헬멧 착용 의무를 법제화한 국가가 많지 않다. 대신 자전거 교육을 의무화하거나 자전거 인프라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독일이다. 일상 자전거 이용률이 대중교통 이용률을 넘어선 독일에는 ‘자전거 면허’가 존재한다. 초등학교 3~4학년이 되면 교실과 운동장에서 자전거 이용 및 도로교통 수업을 받고, 간단한 시험을 거쳐 자전거 면허를 취득한다. 물론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자전거 교육이 보편화돼 있다는 말이다.

한편, 자전거 헬멧 의무에 반대하는 입장은 자전거 문화 후퇴를 우려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헬멧 의무화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88%가 반대의견을 보였다. 운동 목적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차가 다니는 도로 위를 자전거로 달린다면 안전장비를 착용해야겠지만, ‘따릉이’를 이용해서 산책을 나가는 정도라면 다르다. 자전거 이용으로 얻는 편익보다 헬멧 착용으로 인한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자전거 헬멧 의무화 규정이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처벌도, 단속도 없어 아무도 안 지키는 법안을 만드는 것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자전거 이용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정예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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