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햄(Harold Hamm·70) 콘티넨털리소스 회장은 ‘셰일(shale) 산업의 개척자’로 일컬어진다. 셰일은 원래 지하 3000m 지역의 암반층을 뜻한다. 이 돌덩이 곳곳에 원유와 가스가 잘게 흩어져 있는데, 이를 셰일 오일, 셰일 가스라고 부른다. 인류가 이 지역에 자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1800년대 일이지만, 기술력도 부족하고 채산성도 맞지 않아 200년 가까이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햄 회장은 셰일 자원을 캐는 두 가지 핵심 기술을 결합해,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게 만든 인물이다. 2000년대 말 유가(油價)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자, 높은 개발 비용을 감안하고서도 셰일 자원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셰일 혁명’은 이렇게 시작됐고 이는 미국 경제 부활로 이어졌다. ‘포브스’는 햄 회장을 다룬 인터뷰 기사에 ‘미국 경제 부흥을 이끄는 석유 장수’라는 제목을 달았다.

‘포브스’에 따르면 햄 회장의 재산은 117억달러(약 13조원)로 미국에서는 37번째, 전 세계에서는 96번째 부자다.

햄 회장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줄 만큼 셰일 산업이 흥하자, 지난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전통 석유를 생산하는 OPEC에 셰일은 큰 고민거리였다. 독점적 지위를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OPEC은 유가를 떨어뜨려 셰일 자원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아무리 저렴해졌다고 해도 아직 전통 석유보다 개발 비용이 비싸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OPEC은 지난해 생산량을 늘려 유가를 한때 배럴당 40달러대까지 떨어뜨렸다. 셰일 산업은 그 풍파를 그대로 맞았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던 중소 셰일 업체가 줄도산했다. OPEC은 지난해부터 이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더는 셰일 업계에 시장점유율을 내줄 수 없다는 뜻 아래 감산(減産) 없이 하루 생산량 3000만배럴을 고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한국을 처음 찾은 햄 회장을 서울 종로구 SK 사옥에서 만났다. 콘티넨털리소스는 SK그룹의 에너지 개발사인 SK E&S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햄 회장은 “셰일 산업은 충분히 OPEC을 대체할 수 있으며, 이미 그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OPEC은 지금 ‘과거의 영광’이라는 실체 없는 유령을 쫓고 있다. 최근 미국은 셰일을 포함한 전체 석유 생산량을 500만배럴에서 940만배럴로 배 가까이 늘렸다. 그러자 OPEC은 자신들도 그렇게 증산(增産)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은 불가능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도가 기껏 100만~200만배럴가량을 초과 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OPEC은 더 이상 시장에서 가격을 조정할 만큼 많은 생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자원 생산국이 될 것이다. 시대가 달라졌다. 비록 OPEC이 공격적 가격 정책을 펴고 있지만, 셰일 업계는 저(低)유가 환경에서도 잘 버텨냈고, 그 노하우를 살려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셰일 산업은 OPEC의 가격 압박에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그리고 더욱 더 압박을 받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기술 발전을 통해 꾸준히 생산 원가를 낮추고 있다. 처음에는 유전을 설치하고 실제로 채굴하기까지 45일이 걸렸다. 그러나 지금은 3분의 1 수준인 13일로 줄어들었다. 인건비를 비롯해 많은 비용이 줄어들었다. 이는 앞으로 더 줄어들 수 있다.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앞으로는 셰일 업계가 유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OPEC의 압박 덕분에 많은 중소 업체가 문을 닫았지만, 대기업들은 오히려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했고 효율적인 생산 방식을 몸에 익히면서 더 견실해졌다.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OPEC의 생산량 유지 결정 때문에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현재 배럴당 65달러 수준인데, 나는 오히려 올해 말까지 75~85달러 선까지 오르고 멈출 것으로 예측한다. OPEC의 시장 지배력은 현재 30% 미만으로 약화됐다. 마음대로 가격을 정했던 옛날과는 다르다. 수요와 공급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상황인데, 우리는 미국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와 단기적 생산 약화에 따라 세계 유가가 배럴당 75~85달러 수준에 맞춰질 것으로 예측한다.”

셰일 자원은 채굴이 기술적으로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과연 전통 원유와 가격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빠른 기술 발전 덕분에 생산 비용과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셰일은 점점 더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빠르게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있다. 원유 가격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미국의 유가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를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WTI는 대체로 두바이유나 브렌트유 등 다른 대륙의 원유 가격보다 낮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WTI는 품질이 떨어지는 ‘중질유’인데, 요즘 미국에서는 품질이 높은 ‘경질유’ 생산이 크게 늘어났다. 셰일도 경질유에 해당한다. 즉 새로 생산하는 프리미엄 석유에 대한 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의 원유 수출 제한 조치다. 1970년대 에너지 보안을 목적으로 마련된 규제인데, 이 때문에 미국은 석유를 수출하지 못하고 전부 자국에서 소비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내수 시장에 공급과잉을 불러온다. 만약 규제가 풀린다면, 미국산 원유가 두바이유나 브렌트유와 경쟁할 것이며, 그에 따라 WTI 가격도 같은 수준으로 오르게 될 것이다. 이는 셰일 오일의 가격이 함께 오르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셰일 산업이 발전하면서 풍력이나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고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친환경 에너지는 분명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점점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이다. 현재 미국은 에너지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셰일은 셰일대로, 친환경 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대로 발전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십년 전만 해도 에너지는 ‘부족한 자원’이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풍부한 자원’처럼 느껴지게 됐다. 이게 얼마나 근사한 이야기인가. 친환경 에너지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아주 높은 분야다. 많은 기회와 부를 창출할 것이다. 지금은 단지 그 시작점에 있을 뿐이다. 이 기회를 잘 잡고 쓸데없는 낭비를 줄인다면, 인류는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셰일 혁명으로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셰일 산업은 전 세계인의 삶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2005~2006년 당시 1000당 가격이 13달러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셰일 가스 생산에 따라 전체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3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도 앞으로 이런 가격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석유도 마찬가지다. 셰일을 통해 미국은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하게 됐다. 에너지 수입국은 더 이상 불안정한 중동 지역 눈치를 보면서 거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셰일 혁명으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고, 전에 없던 소득을 벌어들이게 됐다. 이거야말로 ‘혁명’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 해럴드 햄 Harold Hamm
콘티넨털리소스 회장